치매·파킨슨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
- 뇌질환 극복에 중요한 뇌신경 신호 기록
- 기존 유선·배터리 방식 극복한 혁신적 기기 개발
무선으로 뇌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이를 통해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거나, 질환의 발생 원인 및 진행 과정 규명, 또는 개인별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서 진척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질환 극복을 위한 뇌신경 신호 기록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건강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명확한 발생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여전히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정복했다’라고 말할 수 없는 질병이기도 하다.
다양한 방면으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복잡한 병리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뇌질환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뇌신경 신호 기록과 분석을 빼놓을 수 없다.
뇌의 신경 세포(뉴런)가 발생시키는 신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면, 질환의 발생 징후와 조기 진단, 진행 메커니즘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효과적인 치료, 더 나아가 예방까지도 가능하게 될 수 있다. 즉, 신경의학 및 과학 분야에서 뇌신경 신호를 기록하는 기술은 몹시 중요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유선 연결·배터리 기반이라는 한계
기존까지의 뇌신경 신호 기록은 유선 연결이 기반이었기 때문에 실험을 할 때도 공간적인 제약이 있었다. 유선 연결 방식은 움직임에 제약을 주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행동에 한계가 있다. 공간과 행동의 제약으로 인해, 기록되는 뇌신경 신호의 품질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또한, 배터리로 작동하는 방식이어서 방전될 경우 배터리 교체를 위해 재수술이 필요했다. 뇌에 기기를 이식하는 수술은 한 번으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물며 배터리 교체가 필요할 때마다 수술을 해야 한다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복적인 수술에 따른 당사자의 심리적 부담 및 비용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배터리 필요 없는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로봇 및 기계전자공학과 장경인 교수팀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영전 책임연구원팀과 공동으로 ‘완전 매립형 무선 뇌신경 신호 기록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무선으로 전력을 전송해 작동 및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뇌신경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기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기기를 비인간 영장류인 실험용 원숭이의 뇌에 이식했다. 수술 후 회복기간을 거친 다음, 한 달 동안 원숭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두었다. 그 상태에서 사료나 간식을 먹는 행동 등을 통해 발생하는 뇌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통제를 받지 않는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행동의 뇌신경 신호를 측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뇌신경 기록기는 3차원 다공성 전극과 유연성 높은 신경 탐침을 적용했다. 이로써 뇌 깊숙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이식 과정 및 이후의 안전성을 위해 생분해성 삽입 셔틀도 활용했다.
한 번의 이식으로 지속 사용 가능
무선 뇌신경 기록기는 미국의 ‘뉴럴링크’와 스위스 ‘로잔 연방공대’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신기술이다. 뉴럴링크는 생각만으로 게임 조작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로잔 연방공대는 하반신이 마비된 영장류를 걷게 하는 기술로 주목을 받았다. 무선으로 뇌신경을 기록하는 기술은 뇌와 행동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무선 방식이므로, 단 한 번의 뇌신경 전극 삽입 수술만 거치면 지속적으로 신경 신호를 기록할 수 있다. 기록된 신호는 인공지능 기반의 기술을 접목해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해 치매나 파킨슨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도 새로운 관점을 부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질환 치료에 있어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전자약(electronic drug) 기술을 시험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DGIST 장경인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전임상 시험과 임상시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 현재 기술로는 치료가 어려운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난치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바이오메디컬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11월호에 게재됐다. 장경인 교수는 교원 창업기업인 ‘엔사이드’를 통해 신규 브레인 칩의 기술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하버드 및 MIT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의 국제화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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