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레, 미국 성과 커졌지만 마진 정체…합병이 돌파구 될까

/사진 제공=빙그레

빙그레의 해외 전략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로 북미 시장을 개척하며 5년간 매출을 3배로 키웠지만 이익률은 오히려 뒤처지기 시작했다. 메로나 등으로 품목을 넓히고 진출 시장도 다변화하는 동시에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일이 해외 사업의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빙그레 미국 법인(BC F&B USA Corp.)의 지난해 매출은 970억원으로 2020년(327억원) 대비 5년간 약 3배 불어났다. 바나나맛 우유를 앞세워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온 결과다.

문제는 수익성이 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미국 법인 순이익은 40억원으로 순이익률 4.1%에 그쳤다. 2023년 순이익 71억원(11.9%)과 비교하면 매출이 62% 늘어나는 사이 이익률은 3분의 1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외형 확장 과정에서 마케팅·채널 투자 비용이 이익보다 빠르게 쌓인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바나나맛 우유 다음은 메로나…품목·지역 동시 다변화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확인 과정을 거쳐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소수 품목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빙그레의 다음 행보다. 빙그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에서 미국 시장 중심의 품목 다변화 및 채널 확대를 수출 전략의 핵심 방향으로 제시했다. 바나나맛 우유에 이어 메로나 등 대표 빙과 품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구상이다.

빙그레 해외 전략의 특징은 직접 생산 투자 없이 현지 법인 유통망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미국·중국·베트남 법인 모두 식품 수입·유통을 주요 영업활동으로 두고 있다. 자본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시장 적응력을 높이는 모델이다. 빙그레는 바나나맛 우유·메로나 등 국내에서 검증된 브랜드를 그대로 이식하는 방식으로 K-푸드 프리미엄을 활용해 왔다.

지역별로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중국 법인(BC F&B Shanghai)은 지난해 매출이 346억원으로 전년(421억원) 대비 17.7% 줄었지만 순이익은 1.6억원에서 20억원으로 12배 이상 뛰었다. 저마진 물량을 걷어내고 수익성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베트남 법인(BC F&B Vietnam)은 정반대 경로를 걷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130억원으로 전년(106억원) 대비 22.7% 늘었지만 총포괄손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합병 시너지, 해외서 먼저 가시화할 수 있나

시장에서는 합병 시너지의 성과가 내수보다 해외에서 먼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여기에 합병으로 편입된 해태아이스크림 브랜드가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지난해 매출 1876억원 대부분을 내수에서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까지 적극적인 수출에 한계가 있었지만 합병 이후 빙그레의 기존 해외 법인망을 통한 판로 확대 가능성이 새로 열린 셈이다.

증권가는 빙그레가 주요 해외 유통망을 이미 갖추고 있어 합병 이후 해태 제품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지난해에는 호주에 신규 법인(BC F&B Australia Pty Ltd.)을 설립하며 수출 거점을 추가했다. 현재 자산 규모는 9억5000만원 수준으로 아직 매출은 없다. 단순 판매 법인이 아닌 현지 OEM 생산 기반을 활용하는 구조로 설계됐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빙그레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호주 OEM 생산 기반 활용을 통한 오세아니아·유럽 시장 확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근거리 오세아니아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유럽까지 확장하는 중간 거점으로 삼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해태아이스크림은 현재 수출 비중이 미미한 반면, 빙그레는 미국·유럽·중국·베트남 등 주요 해외 유통망을 이미 확보하고 있어, 합병 이후 해태 제품의 수출 확대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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