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탠딩아웃 뉴스]
안세영이 다시 싱가포르로 간다.
26일(화)부터 31일(일)까지 열리는 싱가포르오픈. BWF 월드투어 슈퍼 750 대회다. 안세영에게는 익숙한 코트다. 2023년과 2024년, 모두 이곳에서 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정상에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싱가포르오픈 여자 단식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중국의 장닝 이후 19년 만에 나오는 기록이 될 수 있다.
좋은 기록이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먼저 봐야 할 건 숫자가 아니다.

안세영은 이제 쫓는 선수가 아니다. 쫓기는 선수다. 세계 1위는 늘 피곤한 자리다. 상대는 안세영을 보고 들어온다. 처음부터 길게 치고, 더 많이 받는다. 안세영의 공격이 반 박자 늦어지는 순간을 기다린다.
이겨도 당연하다. 지면 이유가 붙는다. 그게 세계 1위의 자리다.
출발부터 아주 편한 대진은 아니다. 1회전 상대는 한국의 심유진이다. 한국 선수끼리 만나는 경기는 늘 묘하다. 전력 차가 있어도 쉽게 풀리지 않는 날이 있다. 서로를 잘 알기 때문이다. 초반에 리듬을 잃으면 생각보다 많은 힘을 써야 한다.
진짜 고비는 따로 있다. 4강이다.

대진이 예상대로 흐르면 안세영은 천위페이를 만날 수 있다. 결승에서 왕즈이를 만나는 그림이 더 커 보일 수 있다. 세계 1위와 2위의 결승전. 제목으로는 그쪽이 더 화려하다.
하지만 우승길은 보통 그전에 꺾인다. 싱가포르에서 안세영이 가장 조심해야 할 이름은 왕즈이보다 먼저 천위페이다.
천위페이를 지나간 라이벌로 보면 안 된다.
최근 흐름이 말해준다. 천위페이는 올해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에서 4강까지 갔다. 인도네시아 마스터스에서는 우승했다. 전영오픈에서도 4강까지 버텼고, 직전 태국오픈에서는 야마구치 아카네에게 막혀 준우승했다.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에서도 흐름을 이어 갔다. 16강에서 인도의 2005년생 데비카 시하그를 36분 만에 2-0으로 눌렀다. 크게 흔들린 경기가 아니었다. 필요할 때 점수를 끊고, 흐름이 넘어가기 전에 다시 잡았다.
올 시즌 성적은 분명하다. 우승 1회, 준우승 1회, 4강 3회, 여기에 말레이시아 마스터스에서도 8강까지 올라섰다. 전성기 때처럼 코트를 통째로 누르는 느낌은 줄었을 수 있다. 그래도 대회 후반까지는 꾸역꾸역 올라온다. 그게 천위페이다.
천위페이의 배드민턴은 예쁘지 않다.
대신 질기다.

길게 받는다.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상대가 먼저 급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안세영이 치고, 천위페이가 받아내는 장면이 길어지면 경기는 피곤해진다. 안세영이 싫어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천위페이는 안세영을 잡기 위해 멋진 장면을 만들 필요가 없다. 오래 버티면 된다. 한 포인트를 질질 끌고, 다음 포인트를 또 끌면 된다. 그렇게 다리를 무겁게 만들면 경기의 색이 바뀐다.
체력은 분명 변수다. 천위페이는 최근 우버컵, 태국오픈, 말레이시아 마스터스까지 쉬지 않고 뛰었다. 싱가포르오픈 뒤에는 인도네시아오픈도 있다. 일정만 보면 무리다. 많이 뛴 선수는 지친다.
그런데 많이 뛴 선수는 손이 식지 않는다.
이 점이 까다롭다. 천위페이는 이미 대회 리듬 안에 있다. 셔틀 속도, 코트 간격, 승부처 호흡이 몸에 남아 있다. 피로가 약점이라면, 실전 감각은 무기다. 안세영이 천위페이를 이름값만 남은 선수로 보면 안 되는 이유다.

왕즈이도 있다. 안세영은 올해 전영오픈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졌다. 그 한 경기로 판도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래도 신호는 분명했다. 여자 단식 상위권의 간격은 좁아졌다. 이제 안세영을 상대하는 선수들은 막연히 버티지 않는다. 해법을 들고 나온다.
그래서 싱가포르오픈은 세 번째 우승 도전이라는 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세영을 향한 견제가 얼마나 촘촘해졌는지 보는 대회다. 세계 1위가 그 견제를 뚫고 다시 이길 수 있는지 보는 자리다.
일정도 넉넉하지 않다. 싱가포르오픈 이후 인도네시아오픈, 마카오오픈, 일본오픈, 중국오픈이 이어진다. 상위권 선수들에게 5월 말부터 7월은 버티는 시간이다. 한 대회에서 모든 힘을 쏟으면 다음 대회가 흔들린다. 우승만큼 관리가 중요한 구간이다.

안세영은 이미 한국 배드민턴의 눈높이를 바꿨다. 이제 결승 진출만으로는 놀라지 않는다. 우승하지 못하면 질문이 붙는다. 가혹하지만, 그것이 안세영이 만든 기준이다.
싱가포르에서 안세영이 상대할 이름은 심유진, 천위페이, 왕즈이만이 아니다.
자기 몸도 상대다. 피로도 상대다. 모두의 분석도 상대다. 세계 1위라는 이름이 만든 기대도 상대다.
19년 만의 기록은 크다. 하지만 이번 대회의 진짜 장면은 그보다 앞에 있다.
안세영이 또 버티는 장면, 또 밀고 나가는 장면, 또 한 번 세계 1위의 자리를 자기 손으로 되찾는 장면이다.
세계 1위는 보관하는 타이틀이 아니다. 매 대회 다시 따내야 하는 자리다. 싱가포르오픈은 그 사실을 다시 묻는 무대다.
출처 : 스탠딩아웃 뉴스(https://www.standingou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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