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고 처음 몇 해 동안 시댁에 가는 길은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시어머니는 말수가 적고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분이셨습니다.그런데 올해 명절, 시댁 대문을 나서는데 시어머니가 제 손에 봉투 하나를 쥐여 주셨습니다. 차에 타서 봉투를 열어 본 저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어렵기만 했던 시어머니
시어머니는 제가 무엇을 해도 크게 칭찬하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음식을 거들어도 고생했다는 말 대신 고개만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늘 시어머니 마음에 들지 않는 며느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명절마다 눈치를 보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댁 대문을 나설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봉투 안에 든 것
봉투 안에는 용돈과 함께 작은 메모 한 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메모에는 그동안 말로 고맙다고 못 해서 미안하다는 글이 적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도 시집살이를 하며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적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말을 아끼다 보니 표현을 못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읽으며 그동안의 서운함이 조금씩 녹아내렸습니다.

그 뒤에 달라진 것
집에 도착해 저는 시어머니께 조심스럽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시어머니는 쑥스러워하시며 별것 아니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래도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평소보다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그 뒤로 저는 시댁에 가는 길이 예전처럼 무겁지 않았습니다. 서로 조금씩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고부 사이의 거리는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 더 멀게 느껴집니다. 무뚝뚝해 보이는 말 뒤에도 표현하지 못한 진심이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이번 명절에는 서운함보다 고마움을 먼저 표현해 보시면 어떨까요. 작은 표현 하나가 오래된 거리를 좁혀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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