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대화 문 닫고 “법대로”…타협의 정치가 안 보인다

심진용 기자 입력 2022. 11. 25. 21:16 수정 2022. 11. 25. 22: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파업 하루도 안 돼 “타인 자유 짓밟는 폭력” 강경 발언 쏟아내
야권·언론과의 관계 이어 노동 현안도 ‘법과 원칙’만 앞세워
시멘트 출하 끊겨 공사 중단된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하가 끊기면서 25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의 타설이 중단돼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총파업 개시 직후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시사하며 초강경 대응 태세를 보였다.

야권·언론과의 관계에 이어 노동 현안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실종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오후 11시40분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글을 올렸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우루과이를 맞아 카타르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 후반전을 치르고 있을 때였다. 윤 대통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책임한 운송거부를 지속한다면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포함하여 여러 대책들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다른 차량의 진출입을 차단하고 정상 운행에 참여한 동료를 괴롭히는 것은 타인의 자유를 짓밟는 폭력행위”라며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불법적인 폭력으로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화물연대가 이날 0시를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한 지 24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나온 메시지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는) 아무런 명분도 없고, 경제와 민생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 발동과 관련해서 “법에 따라 국가경제가 매우 심각한 위기가 초래하거나 우려가 있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고, 그럼에도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다양한 실무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오는 29일 국무회의를 거쳐 발동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업무개시를 명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실질적인 여지는 크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총파업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인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와 관련해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사고위험이 줄었는지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안전운임제를) 검증 없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지난 22일 당정협의회의 후 밝힌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협상 여지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업무개시명령을 시사하며 파업 직후부터 압박에 나선 셈이다.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을 앞세워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타협과 갈등 조정의 영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의 김건희 여사 사진 논란은 대통령실 명의의 형사고발 사태로 비화했다.

정부·여당과 야권의 대치가 격화하며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 사이 회동 논의도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비속어 논란은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로 이어졌고, 윤 대통령 스스로 소통의 상징으로 내세웠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은 지난 21일부터 중단됐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