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런 IP를 소재로 한 트레이딩 카드 게임(TCG) '쿠키런: 브레이버스'가 9월 1일 한국에 정식 출시됐습니다.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쿠키런 IP를 보유한 데브시스터즈가 직접 기획 및 개발한 실물 TCG 게임입니다. 유희왕 유명 플레이어이자 드래곤볼, 원피스 카드게임을 기획한 '시노모토 료'를 기획자로, 카라미, 인간젤리 등 유명 TCG 플레이어를 컨설털트로 기용해 간단한 룰을 기반으로 한 전략성과 뒤집어졌을 때 능력을 발휘하는 '플립' 카드로 노리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더한, 전략과 운의 밸런스를 맞춘 게임을 지향하죠.
또, 카드 일러스트에는 디지몬 총괄 일러스트레이터 와타나베 켄지, 한국적인 일러스트로 유명한 흑요석 작가, 마블, DC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이인혁 작가, 라이엇게임즈에서 여러 일러스트를 그린 박준성 작가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기용해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그간 한국 게임계에서 실물 TCG에 도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데브시스터즈처럼 큰 규모로 도전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노리는 것 역시 기존 TCG 플레이어들입니다. 사실 기존의 쿠키런 게임을 즐기던 이들 중 '쿠키런: 브레이버스'에 큰 관심을 가진 이는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겁니다. 제 주변만 해도 그런데, 쿠키런: 오븐브레이크, 쿠키런: 킹덤을 즐기는 이들 중에는 쿠키런: 브레이버스를 해보겠다고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알기나 하면 다행이었고요.
그래서 궁금해졌습니다. 쿠키런 게임의 팬에게도 '쿠키런: 브레이버스'가 재미있을지 말이죠. 여기서는 게임의 플레이 방법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쿠키런: 오븐브레이크를 10년 가까이 즐기고 있는 김수민 기자와 즐겨 본 감상을 적고, '쿠키런: 브레이버스'을 즐기며 들었던 소소한 우려점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TCG 미경험자도 한 판 만에 이해 가능한 쉬운 룰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유희왕, 포켓몬 카드 등이 꽉 잡고 있는 TCG 시장을 겨냥하고 나온 상품입니다. 보통 이런 후발주자가 할 수 있는 건 유명한 IP를 등에 업는 것, 혹은 그 진입장벽을 매우 낮추는 것인데요,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게임 방법, 진행 방식은 데브시스터즈가 호언한 대로 누구든 2~3판이면 바로 익힐 수 있을 정도였어요.
게임판은 '덱'을 놓는 곳을 시작으로 쿠키를 최대 2까지 등장시킬 수 있는 '배틀 에리어', 매판 쿠키의 공격과 스킬/아이템과 트랩 발동에 필요한 코스트로 사용할 카드를 두는 '서포트 에리어', 필드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스테이지 카드를 놓는 '스테이지 에리어', 배틀 에리어의 전투에서 기절한 쿠키가 보내지는 '브레이크 에리어', 브레이크 에리어로 가는 쿠키 외의 사용한 카드들이 보내지는 '트래시'로 구분됩니다.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서로의 덱을 각자의 덱 위치에 두고, 가위바위보로 누가 먼저 할지 정한 뒤 덱에서 6장의 카드를 패로 가져옵니다. 이후 각자 쿠키 1장을 뒷면으로 배틀 에리어에 등장시킵니다. 이후 등장시킨 카드를 앞면으로 뒤집은 뒤 쿠키의 HP에 맞게 덱에서 카드를 뽑아와 순서대로 쿠키 카드의 뒤에 뒤집어진 채로 둡니다. 이후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자기 차례가 오면 덱의 맨 위에서부터 패를 2장 가져옵니다(드로우 페이즈). 그리고 자신의 패에서 원하는 카드 1장을 서포트 에리어에 둡니다(서포트 페이즈). 이후 쿠키의 등장과 스테이지의 사용, 아이템의 발동, 카드 효과 발동, 배틀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합니다(메인 페이즈). 메인 페이즈에서 사용한 쿠키 카드, 서포트 에리어의 코스트 카드는 옆으로 돌려 사용했음을 표시(레스트)해야 합니다. 메인 페이즈에서의 행동이 끝나면 턴을 종료합니다. 이때 턴 종료 시 발동되는 효과가 있다면 이를 발동하고 처리한 뒤 종료합니다(엔드 페이즈). 이때 선공 플레이어는 첫 번째 순서에서는 드로우 페이즈, 메인 페이즈에서의 배틀을 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차례부터는 드로우 페이즈 앞에 '액티브 페이즈'가 옵니다. 이때는 앞선 차례에서 레스트한 카드를 다시 정위치로 놓아야 합니다. 이를 '액티브'라고 합니다. 액티브 페이즈가 별도로 존재하는 이유는 '트랩'처럼 상대의 공격 시에 발동 가능한 카드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선 차례에서 사용하고 남은 코스트를 상대의 턴에 활용이 가능한데, 액티브/레스트 구분을 통해 이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기본적인 게임의 목적은 상대의 쿠키를 브레이크 에리어로 보내 레벨의 합을 10 이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상대의 배틀 에리어가 비었을 때, 상대가 바로 쿠키를 등장시킬 수 없다면 그 순간 패배하게 됩니다. 즉, 쿠키를 항상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첫 패 6장에 쿠키가 없으면 상대에게 보여준 뒤 패를 다시 뽑는 룰(멀리건)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한 번 쭉 플레이해보면 그 다음부터는 별다른 설명 없이 서로 묵묵히 플레이에 집중할 정도로 쉽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TCG 경험이 있는 저와 달리 함께 플레이한 김수민 기자는 관련 경험이 전혀 없었음에도 1판 만에 룰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고요.
다른 TCG에 비해 특히나 쉽다고 여겨졌던 건 별다른 추가 기물 없이 기본적인 게임판 안에서 모든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쿠키의 HP는 쿠키 뒤에 뒤집어 놓은 카드로 바로 볼 수 있고, 공격이나 아이템 사용으로 주는 대미지나 공격력 계산, 브레이크 에리어에 보내진 쿠키의 레벨 합도 한 자릿수 덧셈이라 계산기가 따로 필요하지 않았죠.

쉽고 간단한 룰 덕분에 더 다양한 카드를 만나보고 싶다, 더 다양한 플레이를 해보고 싶다는 욕구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플레이에서는 스타터 덱 '썬키스드', '스파키오'를 별도의 조정 없이 사용했는데, 구하지 못한 '테라바움' 덱도 사용해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지금도 스타터 덱의 카드를 조합해 자신만의 덱을 꾸려볼 수 있지만, 10월 부스터 팩이 출시되면 좀 더 본격적으로 덱을 만들어볼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나 기대하는 건 게임에 긴장감을 더해주는 '플립(FLIP)' 효과입니다. 쿠키 등장 시 HP 수치만큼 뒤집어 놓는 카드는 쿠키가 대미지를 입을 때 한 장씩 앞면으로 뒤집는데, 이때 카드에 플립 효과가 적혀 있으면 플레이어 선택에 따라 발동이 가능합니다. 노려서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발동되면 전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요소죠. 현재는 덱에서 패로 카드를 가져오거나, 패의 카드를 한 장 트래시하고 쿠키의 HP를 회복하는 효과밖에 볼 수 없었지만, 부스터 팩에서는 좀 더 다양한 플립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임은 쉬운데… 입문은 쉽지 않다?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대중적인 TCG를 지향합니다. 이를 위해 전국의 카드게임 전문샵은 물론, 편의점 GS25에서도 편하게 카드를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주된 세일즈 포인트이기도 했죠. WCG 2023에서 플레이 감각이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했고, 이번에 정식 버전을 플레이해보며 게임이 쉽고 간단한데 재미까지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만큼, 남은 스타터 덱인 테라바움도 구입하기 위해 집 근처 GS25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구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동네에 있는 GS25 어디에도 '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못해도 열 군데는 돌아다녔던 거 같은데 김이 빠지더라고요. 예상과 달리 편의점에 가도 구할 수가 없으니 주변에 한 번 해보라고 추천하기도 힘들어집니다. 다른 TCG처럼 카드 전문 매장이나 '쿠키런: 브레이버스' 출시와 함께 문을 연 '쿠키런: 브레이버스 스테이션'에서 구입이 가능하긴 하지만, TCG를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그런 전문매장에 방문하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고요.
관련해 데브시스터즈에 문의해보니, 우선은 전국의 GS25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 맞다고 합니다. 또, 출시 시점에는 쿠키런: 브레이버스 스테이션이 있는 잠실역 근처의 GS25에 좀 더 집중적으로 물량을 풀었다고 하고요.
사실 생각해보면 GS25에 입점했다고 해도 각 점포별 점주가 발주를 넣어야 실제로 판매되는 것이기에 9월 1일부터 전국 GS25에서 구입할 수 있다는 건 다소 무리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데브시스터즈는 런칭 쇼케이스에서 전국 GS25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공언한 만큼, 현재 어떤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안내하는 건 필요했다고 봅니다. 현재는 공식 홈페이지에 공인 TCG 전문 매장에 대한 안내만 있는데, 추후 GS와의 협의를 통해 '쿠키런: 브레이버스' 카드를 보다 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원활한 입문을 막는 요인은 의외로 게임 룰에도 있습니다. 게임 플레이 방법은 앞서 설명한 대로 간단한 편이지만, 세부적인 효과 처리와 관련해서는 무엇이 맞는 건지 알기 어려운 게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킬을 가진 쿠키 카드에서 볼 수 있는 '기동' 키워드가 있습니다. 코스트만 지불하면 해당 효과를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키워드로, 한 턴에 한 번만 발동이 가능한 경우엔 뒤에 '턴 1회'라는 키워드가 같이 붙는 식으로 구분합니다.
하지만 스타터 덱,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에는 키워드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턴 1회가 붙은 기동이 따로 있으니 없는 기동은 코스트가 허락하는 한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추측할 수는 있지만, 실제 규칙에서는 달라질 가능성도 있어 조금 불안하죠.
한 가지 예를 더 들면, 쿠키의 공격 대미지를 높이는 아이템 카드를 사용했을 때, 이 효과가 기동에 붙은 공격 대미지에도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쿠키 자체의 공격 대미지에만 영향을 주는지도 헷갈립니다. 실제로 게임 출시 후 쿠키런: 브레이버스 스테이션에 있는 저지(심판)가 알고 있는 룰과 플레이어가 이해한 룰이 달라 이견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초보자인 저희가 헷갈린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싶습니다.
이외에도 카드 효과나 그 처리 방식이 불확실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여러 번 플레이하면서도 서로 "이건 어떤 의미일까?"라며 토론 아닌 토론을 하는 시간이 몇 번은 있었어요. 지금 있는 PDF 가이드, 영상 가이드 외에도 실제 플레이에서 처리에 이견이 생길 법한 키워드, 효과에 대한 규칙을 상세히 정리해 안내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건 상급자만을 위한 게 아닌, 모든 플레이어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갈 길이 먼 'TCG 대중화', 앞으로의 행보가 중요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TCG 미경험자도 바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게임이었습니다. 쿠키런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물론이고 TCG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도 적극 추천해줄 만한 카드게임이예요.
하지만 당초 기대하던 것과 달리 어려운 카드 입수 난이도, 키워드/효과 처리에 있어 안내가 부족한 부분은 개선이 필요합니다. 리뷰에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지만, 9월 1일 런칭 쇼케이스에서 경쟁사에 대한 돌발 발언으로 반감을 사고 있는 점도 향후 전개에서의 우려점이기도 합니다.
데브시스터즈가 꿈꾸는 'TCG 대중화'까지는 아직은 갈 길이 먼 느낌이지만, '쿠키런: 브레이버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 중요한 시점이죠. 저도 한 사람의 플레이어로서, '쿠키런: 브레이버스'가 그 포부를 이뤄갈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