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숨 고르기"…한은, 긴축→완화로 급선회하나

박은경 2023. 3.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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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금통위원들 우려가 현실로…유동성 최대 난제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긴축 기조를 지속했던 한국은행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금리 인상을 자제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 차례 숨 고르기일 뿐 추가 인상은 열려있다"고 시사했지만, 미국 은행들의 뱅크런으로 한은도 금리 인상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은이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당시 지적했던 글로벌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했다는 점도 완화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일주일 사이 미국에선 세 곳의 은행이 무너졌다. 암호화폐 전문은행인 실버게이트가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고, 벤처캐피탈의 자금줄이었던 SVB와 시그니처 은행까지 문을 닫았다.

한국은행 신관. [사진=아이뉴스DB]

◆ 고금리에 무너진 은행, 美 연준 긴축 완화 전망

사태의 본질은 금리다. 2020~2021년 저금리 시절 SVB는 공격적인 예금 모집으로 자산을 2배 가까이 늘리며 미국 은행 규모 16위까지 올랐다. 반면 대출 규모는 적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고객 예금 대부분을 미국 모기지 채권과 국채에 1천280억 달러가량을 투자했다.

2022년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하자 보유채권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그간 모집한 예금에 지급할 이자를 충당하기가 어려워졌다. 스타트업과 IT 업계의 자금조달 환경 악화로 예금 인출이 늘어나자 결국 210억 달러 규모의 매도가능증권을 매각했지만, 금리 상승으로 18억 달러의 손실이 한 번에 발생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발표한 22억5천만 달러의 증자 계획은 실패했고, 결국 SVB는 파산했다. 이후 SVB발 공포가 퍼지며 시그니처 은행에서도 뱅크런으로 문을 닫았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지난 7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상원 청문회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며 긴축 신호를 보낸 이후 치솟았던 빅스텝(기준금리 50bp 인상) 가능성은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실제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조사에선 지난주 빅스텝 가능성이 69.8%까지 올라갔다가 SVB 사태 이후 0%로 하락했다. 베이비스텝(25bp 인상) 가능성은 0%에서 71.6%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25bp 인상에 그치며 긴축 태도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최근(SVB 사태로) 연준이 오는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적어도 SVB 사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연준의 긴축 제한"이라면서 "제2의 SVB나 혹은 SVB 사태가 실리콘밸리의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시기에, 연준이 긴축 태도를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신중한 금통위 "우려 요인 많아"

연준이 긴축 태도 완화로 통화정책 방향을 급선회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한국은행도 긴축에서 완화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한다.

한은은 지난 금통위에서도 추가 인상과 긴축 완화를 두고 고민했으나,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물가 불확실성을 들어 최종 금리 수준을 3.75%로 제시하며, 긴축 유지로 기울었다. 지난 12월 금통위보다 추가 인상을 지지하는 위원이 2명이나 늘어난 셈이었다. 그러나 SVB 사태로 위원들이 우려하는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물가 경로도 한은의 예상대로 낮아지면서 긴축에서 완화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금통위 당시 한 금통위원은 "최근 연체율 상승세 등을 볼 때 국내 금융시장 내 불안감이 잠재하고 있으므로 이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대외여건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어서 경제전망에 대한 리스크가 예년보다 크다"며 금리 인상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SVB 사태로 금통위가 주시했던 금리 인상발 유동성 리스크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완화를 예상하는 요인이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주요국의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지속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고 있어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며 "대부분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나, 글로벌 유동성이 줄고 있는 현 상황에서 유동성 리스크 및 신용 리스크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위원은 금리 인상의 충격이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했다. 일부 금통위원은 "미 연준의 통화정책 파급 시차가 짧아졌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었다"며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 시차를 재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월 FOMC에서의 금리 인상에 따라 달라지겠으나, 물가상승률과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4월 금통위에선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고 밝혔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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