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꿈꾸고, 먹고 마시고… 시인·소설가의 3색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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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소설 각 분야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감각으로 어느덧 문단을 대표하게 된 진은영 시인, 권여선·이승우 소설가가 나란히 산문집을 내놨다.
진 시인과 이 작가의 산문집의 주제는 '읽기'다.
권 작가의 산문집 '술꾼들의 모국어'(한겨레출판)는 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가을을 비롯해 계절마다 '주정뱅이'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음식과 술에 대해 웃고 떠드는 이 책은 권 작가의 유일무이한 산문집 '오늘 뭐 먹지?'의 전면개정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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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창작의 힘이 된 책 예찬
권여선, 음식·술 얽힌 추억 담아
시와 소설 각 분야에서 독특한 자신만의 감각으로 어느덧 문단을 대표하게 된 진은영 시인, 권여선·이승우 소설가가 나란히 산문집을 내놨다.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한 작가들이 본업과는 또 다른 감성으로 가을의 문턱에 선 서점가를 채우니 무척이나 반갑다.
진 시인과 이 작가의 산문집의 주제는 ‘읽기’다. 먼저 진 시인은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마음산책)에서 책과 삶을 묵묵히 읽어 내려갔던 시간이 결국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게 만든 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진 시인은 ‘좋은 작가’라면 세상과 독자를 향해 아첨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좋은 작가들은 ‘내 책을 읽는다면 넌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손쉬운 위로를 건네기보다 ‘오랜 친구처럼 우리에게 진실의 차가운 냉기를 깊이 들이마시라고 무심한 얼굴로 짧게 말한다’고 짚는다. 진 시인이 스스로 읽고 꼽은 좋은 작가는 마르틴 하이데거, 한나 아렌트, 알베르 카뮈, 가스통 바슐라르 등이다. 특히 앤 카슨의 ‘녹스’(봄날의책), 롤랑 바르트의 ‘밝은 방’(커뮤니케이션북스)을 읽으며 사람이 계속 살아가도록 만드는 힘인 ‘애도’를 발견한다. 진 시인은 여러 사회적 참사를 언급하며 떠난 이들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그들이 존재했음을 기억하는 일을 통해 진정한 작별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또한 그 과정을 떠난 이들에게 건네는 ‘재회의 인사’로 정의한다.
이 작가는 ‘고요한 읽기’(문학동네)를 통해 읽는 것이 곧 창작의 힘이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읽기를 말하기에 앞서 ‘영감’에 대한 편견을 부순다. ‘영감에 대한 미신에서 벗어날 것. 영감을 부정하지도 말고 숭배하지도 말 것… 영감 같은 것은 있지 않다는 듯, 그러니 바라지 않는다는 듯 필사적으로 애쓰고, 애쓰면서 기다릴 것.’ 그는 필사적인 기다림을 ‘필사적인 꿈꾸기’로 명명한다. 문학을 비롯한 모든 창작과 인류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꿈꾸는 속성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꿈꾸기의 재료가 바로 책이다. 그는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밀란 쿤데라, 프란츠 카프카, 이청준 등의 소설가들부터 장 폴 사르트르, 발터 베냐민 등의 철학자와 사상가를 거쳐 마침내 탈무드와 성경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철학, 종교를 전방위로 넘나든다.
권 작가의 산문집 ‘술꾼들의 모국어’(한겨레출판)는 보다 가볍고 경쾌하다. 술과 안주에 공평한 사랑을 내어주는 것으로 소문난 애주가답게 음식과 술에 얽힌 정다운 추억을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냈다. 가을을 비롯해 계절마다 ‘주정뱅이’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음식과 술에 대해 웃고 떠드는 이 책은 권 작가의 유일무이한 산문집 ‘오늘 뭐 먹지?’의 전면개정판이다. 본문 삽화를 모두 교체하고 작가 인터뷰를 추가했다. 초판 한정으로 작가의 초단편소설 ‘자전거, 캔맥주, 그리고 곰’이 실린 작은 책도 함께 제공된다. 권 작가는 많은 작가들로부터 ‘인생책’으로 꼽히는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창비)에서 비틀거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애정을 이미 넘치게 보여준 바 있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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