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만 달렸다" 친환경차 급증에도 최근 10년 최악 실적 전망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자동차 내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는 급증했다. 친환경차 수요 증가로 하이브리드카 비중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전기차는 캐즘 및 각종 안전에 대한 공포감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감소세가 멈추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완성차의 국내 및 해외 누적 판매 대수는 728만 834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줄었다. 특히 내수는 7.3% 감소한 123만 7894대에 그치면서 부진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11월 내수도 6.4%(12만 3616대)나 줄었다.
현재 추세로 보면 올해 연간 내수는 135만 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가장 부진한 기록이다. 코로나와 반도체 이슈로 139만여 대에 그쳤던 2022년보다도 낮은 수치다. 신차 판매 대수는 2015년 158만여 대, 지난해 145만여 대를 각각 기록했다.
하이브리드카 홀로 급증, 기아 16만 여대로 가장 많아
내수 부진에도 친환경차 판매는 급증했다. 전기차, 수소전기차, 하이브리드카 등 친환경차의 올해 11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는 49만 여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총 판매 대수에서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3.5%에서 올해 6.1%P 증가한 39.6%를 기록했다.
친환경차 증가를 주도한 건 하이브리드카다. 라인업이 없는 한국지엠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사의 하이브리드카 판매 대수는 총 32만 18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9% 증가했다.
브랜드별로는 기아가 24.75% 증가한 16만 3163대로 가장 많이 팔았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12.1% 증가한 13만 8400대,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투입하면서 같은 기간 1296% 증가한 2만 290대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의 하이브리드카 비중은 62%에 달한다.
1톤 화물트럭 등 상용차를 포함한 5개 완성차의 전체 내수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차지하는 비중도 역대 최대치인 26%에 달했다. 반면 전기차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8만 828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감소했다.
올해 다양한 전기 신차가 출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진의 강도는 이보다 큰 것으로 계산해야 한다.
내년, 소형 전기차와 중 브랜드로 전기차 시장 활력 기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차 수요가 엇갈리면서 브랜드별 희비도 갈리고 있다. 하이브리드 라인에 전력을 다한 르노코리아는 완성차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 연간 판매 수치를 플러스로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기차에 주력한 KG모빌리티는 25%대, 순수 내연기관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지엠은 40%대에 근접한 큰폭의 감소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하이브리드카의 강세는 이어지겠지만 전기차 수요가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는 "국산 소형 전기차 출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전기차가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이면서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