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노화를 늦춰준다…떠나야 할 이유 추가요

곽노필 기자 2024. 9. 2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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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엔트로피 법칙으로 본 여행의 건강 효과
자기 치유 등 4가지 시스템에 긍정 영향
여행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노화를 늦춰주는 아주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일상의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여행이다. 여행은 잠시나마 복잡한 세상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줌으로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새로운 활력을 충전하는 기회다.

과학자들이 여행이 단순한 휴식을 넘어 노화를 늦춰주는 아주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오스트레일리아 에디스코완대(ECU) 연구진은 엔트로피 이론을 적용해 여행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점을 논증해 관광연구저널(Journal of Travel Research)에 발표했다.

엔트로피란 시스템의 무질서한 정도를 말한다. 모든 자연 현상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즉 이미 사용해 버려 쓸모없는 에너지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를 엔트로피 법칙 또는 열역학 제2법칙이라고 부른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노화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질서 정연한 시스템에서 무질서가 늘어나는,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과정이다. 엔트로피가 정점에 이르면 시스템은 심각한 교란을 일으켜 결국 소멸한다. 건강하다는 건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를 말한다.

엔트로피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경험은 엔트로피 증가 속도를 늦춰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부정적인 경험은 엔트로 증가 속도를 높여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여행은 바로 이런 기제를 통해 엔트로피 증가 추세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제1저자인 팡리 후 박사과정생은 “이를 통해 노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지만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고 말했다.

후 연구원은 “여행은 단순히 휴식과 자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의 신체 활동과 사회적 교류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며 “이런 잠재적 이점은 건강 관광, 요가 관광 같은 사례를 통해 이미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여행은 우리 몸의 엔트로피를 낮게 유지해주는 네 가지 시스템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디스코완대 제공

여행은 어떻게 엔트로피 증가를 억제하나

그에 따르면 여행은 우리 몸의 네 가지 핵심 시스템을 조절함으로써 낮은 엔트로피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후 연구원은 이메일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네 가지 핵심 시스템은 자기 조직화, 자기 방어, 자기 치유, 마모 방지 시스템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자기 조직화 시스템은 호흡, 소화, 심혈관 및 배설 기능을 말한다. 중앙 제어나 외부 지침 없이 생리적 항상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자기 방어 시스템은 면역 체계를, 자기 치유 시스템은 세포 복구와 조직 재생 및 상처 치유 같은 재활 체계를 말한다. 마모 방지 시스템은 근육, 관절을 포함한 장기와 조직의 노화를 늦추기 위한 신체의 보호 기제다.

여행을 통해 접하는 새로운 환경과 여가 활동은 스트레스 반응을 자극하고 대사 속도를 높여 우리 몸의 자기조직화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후천적인 적응면역 체계 반응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외부의 위협을 감지해 자기 몸을 방어하는 능력을 키워주고, 조직 복구와 재생에 도움을 주는 호르몬 분비를 자극해 자기 치유 기능을 활성화한다.

또 여행 중의 레크리에이션은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면역 체계의 과잉 활동을 억제하며 자기 방어 체계의 기능을 촉진한다. 근육과 관절의 긴장과 피로가 풀리면 대사 균형을 유지하고 세포 손상을 방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는 장기와 조직이 낮은 엔트로피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등산, 걷기, 자전거 타기 같은 좀 더 강한 신체 활동은 신진대사, 에너지 소비, 물질 변환을 촉진해 자기조직화 시스템을 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구체적으론 면역 기능과 자기 방어 능력을 높이고 혈액 순환을 개선하고 영양분 운반을 촉진하며 노폐물 제거를 돕는다. 적당한 운동은 마모 방지 시스템을 강화하고 뼈, 근육, 관절에도 유익하다고 연구진은 덧붙였다.

여행 중의 균형잡힌 식단, 여행 중의 긍정적 사회적 교류, 여행 중에 접하는 자연 경관, 적절한 햇빛 노출도 네 가지 시스템의 작동을 돕는다.

물론 여행 경험에 긍정적인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여행 중에 일어나는 전염병이나 사고, 부상, 폭력, 식품 위생 문제 같은 부정적인 사건은 엔트로피를 오히려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여행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을 하나의 사례로 들었다. 연구진은 “세심하게 여행을 준비하면 이런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건강 여행’에서 ‘건강과 여행’으로 연구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즉 건강을 추구하는 여행에서 여행 자체가 갖는 건강 효과로 눈을 돌리자는 얘기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177/00472875241269892

The Principle of Entropy Increase: A Novel View of How Tourism Influences Human Health.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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