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다 가진 오타니가 딱하게 보일 때
2000만 달러 새 저택 소문
드디어 평생의 꿈을 이뤘다.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었다.
개인적으로도 더 바랄 게 없는 시즌이다. 전인미답의 기록(50-50)을 달성했다. 이제 연말 스케줄만 정리하면 된다. 이곳저곳 시상식에 참가할 일만 남은 셈이다.
오타니 쇼헤이의 서른 살 겨울 얘기다.
하지만 해결할 한 가지가 남았다. 집 문제다. 계속 살 것인가, 다른 곳을 알아볼 것인가. 이사를 하면 어디로 갈 것인가. 그런 부분이 참 난감하다.
물론 여력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 돈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게 골치 아픈 일이다.
오타니가 새 집을 얻었다는 소문이다. 일본 매체 데일리신초의 14일 보도다. 정리하면 이런 내용이다.
‘포스트 시즌 경기가 한창이던 10월 초였다. 캘리포니아의 한 여성 가구 디자이너가 본인의 SNS에 오타니의 신혼집 침실이라고 생각되는 사진을 올렸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다저스 팬이었다는 이 디자이너는 전날 자신이 제작한 침대 프레임을 오타니의 새 저택에 옮겨놨다고 밝혔다.’
이 일이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사진 한 장에 네티즌 수사대가 출동한다. 온갖 부동산 정보 사이트의 조회수가 따라서 올라간다. 결국 그럴듯한 추론이 등장한다. ‘이곳이 그 집인 것 같다’는 짐작이다.
▲ 다저 스타디움에서 멀지 않은 고급 주택가
▲ 매매가 2000만 달러(약 280억 원) 이상
▲ 침실, 화장실(욕실) 합해서 15개
▲ 유리 천장의 현대식 구조
▲ 사우나 시설이 포함된 30평 규모의 스파
“새 집 비워 두고, 호텔서 생활”
명확한 팩트는 제시된 게 없다. 따라서 기사의 신뢰도는 그렇다 치자. 다만 주목할 부분이 있다. 뉴스는 ‘이사’를 전제로 했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올봄에 새로 샀다는 그 집은?’ 하는 물음표 말이다.
데일리신초는 끝부분에 이런 얘기를 전한다.
‘오타니 선수는 시즌 중 다저 스타디움 근처의 호텔 스위트 룸을 사용하는 계약을 맺었다. 오프 시즌이 되면 호텔 생활을 그만두겠지만, 지금은 월드시리즈가 끝난 뒤 얼마 되지 않았다. 새 집으로 이사는 이제부터 본격화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얘기다. 올봄에 마련한 집을 ‘1호’라 치자.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곳을 ‘2호’라고 하자.
오타니 부부는 아예 ‘1호’ 집에 들어가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그곳을 비워 놓고, 시즌 내내 호텔 생활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새로 마련한 ‘2호’ 집으로 옮기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놀랍다. 하지만 전혀 동 떨어진 얘기는 아니다. 그런 소문은 꾸준히 돌았다. 지난 7월에도 LA의 한 로컬 뉴스가 전한 소식이 있다. 데드라인이라는 매체다. 이런 내용이다.
‘오타니 부부가 다저스 구장 북쪽으로 10마일(16㎞) 가량 떨어진 라 카냐다 플린트릿지의 새 저택을 매물로 내놨다. 리스팅 가격은 785만 달러(약 110억 원)로 알려졌다. 이곳은 오타니가 반려견의 이름을 따서 설립한 법인(데코핀 LLC)의 명의로 매매 계약을 체결했지만, 하루도 살지 않고 매각을 결정한 것이다.’
785만 달러면, 산 금액 그대로다. 실제로 거래가 성사됐는지, 얼마에 팔렸는지. 그런 사실은 전해진 게 없다. 비슷한 소식은 다른 로컬 매체(래리 브라운 스포츠)를 통해서도 보도됐다.
바른생활 청년의 험상궂은 표정
지난달 말이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결정됐다. 그라운드에는 환호가 넘친다. 하지만 전혀 다른 표정 하나가 눈길을 끈다. 바른생활 청년의 낯선 눈빛이다.
한 스태프가 무슨 말을 건넨다. 그러자 무척 불쾌한 모습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는 단호하게 고개를 돌린다. 세상 언짢은 얼굴이다.
이 장면은 생방송 화면을 타고 그대로 전해졌다. 많은 이들이 짐작한 지점이 있다. 인터뷰 요청이었고, 그걸 거절하는 모습이라는 얘기다.
지목된 매체가 있다. 일본 굴지의 민영방송사인 후지 TV다. 이번 월드시리즈의 중계권을 사들인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독한 악연이 있다. 오타니의 신혼집(1호)에 대한 과도한 접근 때문이다. 첫 보도는 지난 5월이다. LA타임스가 전했다. 부동산 채널을 통해 위치와 매매 내용 등이 알려졌다.
이후 일본 미디어들의 취재가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두 방송사가 필사적으로 팔을 걷어붙였다. 일본 TV와 후지 TV였다. 현장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댄다. 영문을 모르던 이웃 주민들도 당황하게 만든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심지어 헬기까지 띄웠다. 그야말로 신혼집 상공에 극도의 무례를 범한 것이다.
집주인의 격노가 뻔하다. 에이전시를 통해 엄중한 항의가 전해졌다. 몇 차례 사과 성명이 반복됐다. 그래도 여론은 진정되지 않는다. 대표이사가 나서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그나마 닛테레(일본 TV)는 어느 정도 통했다. 고위 관계자를 LA로 급파해, 진정성을 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후지 TV는 여전하다. 꽤나 심각한 기피 대상인 것 같다. 이번에 드러난 낯선 표정이 그걸 느끼게 해 준다.
해외 원정 절도단까지 기승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안전에 대한 문제다. 본인 혼자라면 어찌 넘어갈지 모른다. 그런데 가족의 일이다. 먼 타국 땅에서 살아야 하는 아내다. 어쩌면 2세를 준비할 시기다. 민감하고, 걱정이 깊은 게 너무나 당연하다.
고급 주택가라고 안심할 수 없다. LA 일대는 안전지대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특히 부촌은 더 하다. 불안정한 치안은 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된 지 오래다.
기업가, 금융인, 할리우드와 스포츠 스타…. 엄청난 부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베벌리힐스, 파사데나, 버뱅크 등등. 산 위의 높은 곳에는 대저택이 즐비하다. 촘촘한 보안 시설이 없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범죄의 표적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다저스로 국한해도 그렇다. 빈집 절도의 피해 사례가 잦다. 작년 한 해에만 3~4건이 보도됐다. 실제는 짐작도 어렵다. 야시엘 푸이그의 경우는 LA 시절에만 서너 차례나 당했다. 일정과 동선이 너무나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해외 원정 절도단까지 판을 친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에서 전문가(?)들이 파견된다.
세상 다 가졌으면 뭐 하나
사실 웃긴 일이다. 세상 모든 것을 얻은 최고의 인기남이다. 우리가 걱정할 일이 뭐 있겠나.
그런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전 통역에게 된통 당했을 때, 그래서 몇 백억을 통째로 날렸을 때. 설상가상 (사건 초반에) 무수한 질타의 대상이 됐을 때, 조사를 위해 연방 검찰로 불려 다닐 때. 그럴 때는 딱하게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으리으리한 저택을 마련했다. 수영장에 농구장이 딸린 호화로운 곳이다. 그럼 뭐 하나. 거기서 하룻밤도 편히 머물지 못한다. 굳이 호텔 객실을 잡아야 한다. 시즌 끝날 때까지 장기 투숙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새 집을 알아본다. 그것도 어디 자랑하지도 못하고, 노심초사하면서 말이다. 참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