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브랜드, 한국서 ‘직판 강화’…벤츠·페라리도 움직였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한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수입·판매 구조를 과감히 개편하고 있다.

딜러사에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본사가 직접 수입 법인을 설립하거나 ‘직판 체제’를 도입하며 판매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전 과정을 통제하려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소비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관리와 고객 경험 강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페라리도 ‘직접 진출’…FMK는 딜러사로 전환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꿈의 차’로 불리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페라리는 올해 초 국내에 직접 법인을 설립했다. 기존에는 효성그룹의 자회사인 FMK가 페라리 차량의 수입권을 보유한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부터 FMK는 단순 딜러사 역할만 수행하게 됐다.

이는 곧, 페라리가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직영 관리하겠다는 뜻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체 자동차 시장 규모로는 작지만,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국가 중 상위권”이라며 “제품의 상품성과 고객 선호도 파악, 마케팅 실험을 위한 최적지로 평가받는다”고 전했다.

벤츠, ‘딜러 자율 가격’ 폐지…내년부터 '원프라이스'로 통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한발 더 나아가 직판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미 국내 법인을 통한 직접 판매를 진행 중인 벤츠는, 2025년부터 ‘원프라이스 정책’을 전격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벤츠 본사로부터 배정된 차량 물량을 국내 딜러사들이 받아 각기 다른 가격 전략으로 판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본사에서 정한 가격 외에는 판매가 불가능하다. 이는 소비자들에게는 가격 신뢰성을 높여주는 반면, 딜러사의 자율권은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브랜드 일관성을 높이고 중고차 가격 안정화, 불필요한 경쟁 해소 등을 기대하는 벤츠의 의도가 반영된 변화다.

왜 지금 ‘직판’인가…한국, 테스트베드이자 전략 요충지

이처럼 완성차 브랜드들이 직판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단순한 판매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곧 ‘브랜드 경험 관리의 전면 개입’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 시장은 최근 전기차, 럭셔리카, 커넥티드카 분야에서 소비자 반응이 빠르고 민감하다. 때문에 본사 입장에서는 제품 출시 후 빠른 피드백과 테스트가 가능해, ‘아시아 마케팅 허브’ 혹은 ‘글로벌 테스트베드’로써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더불어 국내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성도와 품질 기대치가 높아, 잘못된 서비스나 가격 불균형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받을 가능성도 크다. 직판과 통일된 서비스 정책을 통해 고객 경험을 직접 관리하고 브랜드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전략이다.

유통사, 입지 축소 불가피…자동차 유통 구조 격변 예고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딜러사와 유통사의 입지 약화로 직결된다. 기존에는 유통사가 가격, 판촉 전략, 서비스 방식 등을 결정했지만, 직판 체제하에서는 모든 방침이 본사로부터 정해지며 유통사는 실행만 담당하게 된다.

이에 따라 딜러사 수익 모델 변화, 고용 문제, 서비스 품질 차이 등의 이슈도 동반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유통 구조 전반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며 “딜러사들도 서비스 차별화와 고객관리 강화를 통해 생존 전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직판 트렌드…한국, 변화의 최전선

벤츠와 페라리를 비롯해 BMW, 아우디, 포르쉐 등 다수의 수입차 브랜드들도 직판 체제 도입을 검토하거나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는 단순한 유통 방식의 개편이 아닌, 디지털 전환·고객 경험 최적화·글로벌 브랜딩 통제 강화라는 큰 흐름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다.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의 전략 변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지역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 혜택 강화, 가격 투명성 확대 등의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변화에 대한 체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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