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신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하는 체력검정에서 자주 실시되는 항목에 윗몸일으키기와 팔굽혀펴기, 달리기 등이 있습니다.
체력검정 항목들은 처음에는 할만하다가 시간이 지속될수록 체력이 점점 소모되면서 어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윗몸일으키기의 경우에는 복부 근육이 타는 듯한 느낌이 나고, 허리는 끊어질 듯한 느낌을 경험하게 됩니다.
여기서 주제의 의문이 생깁니다. 복근은 강화되는 것 같지만, 허리 건강에는 오히려 해롭지 않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윗몸일으키기는 허리 디스크에 손상을 줄 수 있으며, 특정 근육만을 강화하여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전반적으로 허리 건강에 좋지 않은 동작입니다.
허리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살펴보면 허리의 중심이 되는 척추뼈가 있고, 척추뼈 사이사이에 허리 디스크들이 놓여있습니다.
디스크는 젤리 같은 점성을 가진 조직인 수핵과 수핵을 둘러싼 단단한 섬유조직인 섬유륜으로 구성되어 있고, 척추뼈 사이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하면서도 탄력성이 있어서 척추가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과 충격을 흡수해주는 완충 역할도 합니다.
또 척추뼈에는 다양한 허리 근육들이 부착되어 있어서 척추를 안정화하고, 움직임을 돕는 등의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는 허리가 앞으로 접혔다가 펴졌다를 반복하게 됩니다.
해부학적인 구조에서 보면 힘을 줘서 허리를 앞으로 굽힐 때 척추와 디스크에 위아래로 강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인데, 일부 연구에서는 이때 척추와 디스크에 최대 300kg 이상의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만약 척추와 디스크에 반복해서 압력이 가해지면 상대적으로 덜 단단한 조직인 디스크가 압박되면서 튀어나올 수 있습니다.
허리 디스크가 튀어나오는 증상을 추간판 탈출증이라고 하는데, 튀어나온 디스크가 주위 신경이나 조직을 누르면 통증, 찌릿한 느낌, 저린 느낌, 근력저하 등을 유발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까지 받아야 합니다.
다른 문제점으로는 윗몸일으키기를 할 때 많은 사람이 손을 깍지 껴서 머리 뒤에 받쳐두고 한다는 점입니다.
윗몸일으키기는 주로 체력검정에서 실시되다 보니 더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팔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면 목 근육을 늘어나게 해 무리가 갈 수 있고, 목덜미에 지나치게 힘을 주어 긴장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 목 근육이 삐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많이 하는 행동으로 허리에 반동을 주어 몸을 들어 올리는 동작은 척추와 허리에 충격을 주어 부상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체력검정은 자주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괜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근 강화를 위해 윗몸일으키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복근만 강화하면 주위 다른 코어 근육과의 균형이 맞지 않게 되면서 허리에 무리를 줄 수 있는데, 허리와 복부를 유지하는 근육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그런데 윗몸일으키기는 거의 복직근만을 고립시켜서 하는 운동이라서 복근의 조화로운 발달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복근의 역할을 하는 것은 복직근만이 아니라 다른 복근도 함께 작용하면서 기능하므로 기능적으로도 큰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안 좋은 점은 더 있는데, 윗몸일으키기가 고관절 굽힘근을 발달시킨다는 점입니다. 이 중 장요근이라는 근육은 고관절을 건너서 허리와 허벅지뼈를 연결하고 있는 근육으로 제기차기 같은 행동을 할 때 작용합니다.
문제는 이 근육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발달하면 고관절과 허리 움직임을 제한해 불편감을 초래하거나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너무 과도하게 발달하면 근육이 척추를 앞쪽으로 당겨서 척추가 중립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어지고, 심한 경우 허리가 앞으로 기울면서 디스크에 압박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복근을 강화하고자 할 때는 허리를 중립 자세로 유지하면서 허리가 구부러지거나 압박이 가는 자세를 피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특정 근육만 고립해서 강화하는 것보다 전반적인 코어 근육을 강화시켜야 합니다.
보통 대체할 수 있는 운동으로 플랭크 동작이 추천되는데, 플랭크 자세는 등척성 운동 이어서 허리가 중립 자세 상태를 유지하고, 허리뼈나 척추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습니다. 또한, 복근만이 아니라 다양한 코어 근육도 함께 작용하므로 특정 복근만 강화되는 일도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봤다면 윗몸일으키기는 피해야 하는 동작처럼 보이는데, 지금도 여전히 체력검정에 포함되어 많은 사람이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육군은 체력검정 방식을 단계적으로 개편해 2020년 10월부터 새로운 검사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기존의 윗몸일으키기가 빠지고 플랭크가 추가됐다는 것인데, 앞서 살펴본 문제점들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끝으로 많은 사람이 하는 착각 중의 하나가 특정 부위를 운동하면 그 부위의 살을 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뱃살을 빼기 위해 윗몸일으키기를 과도하게 반복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운동하면 그 부위의 지방만 빠지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지방이 고르게 빠집니다. 즉, 해당 부위의 근육 발달에는 도움이 되나 목적이 살을 빼는 것이라면 잘못된 방법이라는 겁니다.
살을 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식이요법이고, 운동은 특정 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코어근육 운동을 포함해 다양한 운동을 균형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윗몸일으키기 외에도 특정 근력 운동만을 반복해서 수행하면 대부분의 경우 비대칭과 부작용이 따라올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해 안전하게 운동하길 바랍니다. 궁금증이 해결되셨나요?
- 원고 : 의학과 과학을 강의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김의사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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