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빠졌다" 전통酒 르네상스

안병준 기자(anbuju@mk.co.kr) 2023. 11. 21.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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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면허 3년새 398개 증가
젊은층·외국인 양조 행렬
전문보틀숍 120여곳 문열어
막걸리 열풍 이후 제2전성기

지난 19일 30대 직장인 김 모씨는 남자친구 생일 때 같이 마실 전통주를 구매하기 위해 홍대 인근에 있는 전통주 보틀숍에 들렀다. 김씨가 알코올 도수가 높지 않으면서도 깔끔한 맛을 선호한다고 하자 보틀숍 대표는 4~5가지 술을 추천하며 시음을 권했다.

김씨는 "최근 들어 남자친구와 전통주를 종종 마시는데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어 전통주 보틀숍에 종종 들른다"면서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기존 주류와 다른 맛을 느낄 수 있고 디자인도 감성적이어서 올드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통주업계가 젊고 열정 있는 신규 양조인이 대거 수혈되고 수백 가지 전통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소매점이 크게 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막걸리 붐'이 일었던 2009년에는 한류 열풍으로 일본 수출이 크게 늘고 국내에선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막걸리 판매가 급증했다. 그러나 제품이 막걸리에 국한돼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매력을 선보이지 못한 데다 2012년 초 독도 문제로 한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되자 수출이 급감해 불과 2~3년 만에 막을 내렸다.

반면 최근에는 MZ세대가 전통주 소비를 이끌면서 전통주 전문 소매점이 늘어나고, 젊은 세대는 물론 외국인까지 전통주 양조에 뛰어들면서 성장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21일 한국전통민속주협회에 따르면 전통주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보틀숍은 현재 전국적으로 120여 곳에 달한다. 3~4년 전만 해도 서너 곳에 불과하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성장세다. 주봉석 한국전통민속주협회 사무국장은 "전통주 보틀숍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남들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며 가치 소비를 하는 MZ세대에게 전통주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통주 출고량은 불과 2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에 따르면 전통주 출고액은 2020년 626억원이었으나, 2022년에는 1629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서 전통주는 무형문화재, 대한민국식품명인 등 주류 부문 기능 보유자가 제조한 민속주와 농어업경영체, 생산자단체가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지역특산주만 포함된다. 장수막걸리 등 일반 탁주와 약주, 청주, 과실주, 증류식 소주는 포함되지 않는다. 일반 탁주 등으로 전통주류 범위를 넓히면 출고액은 1조3326억원으로 전체 주류 시장의 13.4%다.

전체 주류 출고액에서 차지하는 전통주 비율도 2020년엔 0.7%였으나, 2021년 처음으로 1%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1.6%로 늘었다. 전통주업계에서는 올해도 전년보다 성장해 1%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한다.

소비 증가로 안정적인 시장이 형성되자 다양한 술을 빚는 전통주 양조장도 동시에 늘고 있다.

전통주 제조면허는 2019년 1163개에서 2022년 1561개로 3년 만에 25%(398개) 증가했다. 특히 지역 농산물을 활용하는 지역특산주가 전통주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역특산주 출고액은 2018년 336억원에서 작년 1523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전통주 제조에 젊은 세대는 물론 외국인까지 뛰어들면서 업계 활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양조장에서 '나루생막걸리'를 생산하는 한강주조의 고성용 대표도 30대에 창업했다.

전통주 양조 교육을 받은 해외 동포나 외국인들이 현지에 전통주 양조장을 설립해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 전통주류를 생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동포 1.5세대가 만든 '마쿠(Makku)'는 한국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형태로 생산되며 2019년 출시된 이후 2021년까지 미국 22개 주에서 100만캔 이상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하나막걸리'는 미국 동포가 국내 전통주 양조 교육을 이수한 후 브루클린 양조장에서 유기농 쌀과 누룩을 이용한 전통적인 방법으로 직접 양조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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