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 ‘바람’이 분다...이정후 데뷔전서 안타

배준용 기자 2024. 3. 2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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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즌 개막전 5회초 안타를 친 뒤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이정후는 투수와 타자를 합쳐 역대 27번째로 MLB 무대를 밟은 한국인 선수로 기록됐다./AFP 연합뉴스

새로운 전설의 시작일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6)가 29일(한국 시각) MLB(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첫 안타와 첫 타점을 올렸다. 신고식을 멋지게 치렀다.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치른 원정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장했다. 경기 전 “어제 너무 잘 잤다. 긴장되는 것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첫 상대 투수는 다르빗슈 유(38). 작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 차례 맞붙어 2타수 1안타를 친 바 있다. 자신은 있었지만 1회초 첫 타석은 3구 삼진. 한가운데 95마일(153㎞) 직구에 그대로 당했다. 3회초엔 1-0으로 자이언츠가 앞선 가운데 1아웃 주자 2루 상황에서 다시 타석에 섰다. 풀카운트 접전까지 벌이며 공을 잘 맞혔으나 아쉽게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났다. 그리고 세 번째 타석. 5회초 2아웃 주자 없이 만난 다르빗슈를 이번에도 풀카운트까지 가면서 끈질지게 공략한 끝에 약간 높게 들어온 싱커를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어 냈다. MLB 데뷔 안타라 선수들은 이 공을 따로 챙겨 이정후에게 전달했다. 중계 화면에는 관중석에서 손뼉을 치는 부친 이종범 전 LG 트윈스 코치 모습이 잡혔다. 첫 안타에 들떠 의욕이 넘친 탓일까. 이정후는 곧바로 도루하려다 견제에 걸려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분위기를 탄 이정후는 네 번째 타석 7회초 1사 주자 2-3루에선 파드리스의 일본인 좌완 불펜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MLB 첫 타점까지 기록했다. 2-2로 동점인 경기를 역전시키는 타점이었다. 하지만 자이언츠는 7회말 계투진이 무너지면서 대거 4점을 내줘 결국 4대6으로 졌다. 이정후는 1994년 4월 9일 박찬호가 첫 테이프를 끊은 이후 27번째 메이저리그를 밟은 한국인 선수가 됐다. 파드리스 소속 ‘선배’ 김하성(29) 역시 1안타 1볼넷 1득점으로 성공적인 시즌 시작을 알렸다.

밥 멜빈 자이언츠 감독은 “데뷔전에서 안타를 친 이정후는 인상적이었다”며 “왼손 투수를 상대로 첫 타점을 수확한 것도 알찼다(productive)”고 말했다. 멜빈은 지난해까진 파드리스 지휘봉을 잡았다. 미 NBC 스포츠는 “이정후가 오랫동안 기다린 MLB 데뷔전에서 ‘달콤씁쓸(bittersweet)한’ 경험을 했다”면서 활약은 했지만 팀은 역전패했다고 전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아쉬운 건 없고 첫 경기는 잘한 거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또 “첫 안타보다 희생플라이가 더 기억난다”며 “많은 관중과 좋은 경기장 컨디션에서 경기하는 것은 대표팀 경기 아니면 해볼 수 없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하성은 “어제 정후랑 감자탕을 같이 먹었다”며 “정후가 하던 대로 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다. 잘 적응만 한다면 한국에서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도 있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MLB에서 여러모로 관심을 끄는 오타니 쇼헤이(30)는 이날 LA다저스 홈 개막전에서 3타수 2안타 1볼넷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최근 전 통역사 불법 도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이전 세 차례 시범 경기에선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홈 관중들에게 첫선을 보이는 경기에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1회말 첫 타석 우익수 오른쪽으로 빠지는 2루타, 3회말 두 번째 타석 볼넷, 5회말 세 번째 타석 다시 안타, 7회말 마지막 타석에선 삼진을 당했다.

다저스는 1번 무키 베츠, 2번 오타니, 3번 프레디 프리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MVP(최우수 선수)’ 3인방(세 선수 모두 리그 MVP 출신)이 카디널스 투수들을 맹폭했다. 7대1 완승. 베츠는 2타수 1안타 1홈런 2볼넷 3득점, 프리먼은 3타수 2안타 1홈런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NHK 인터뷰에서 “공이 잘 보인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침착하게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A타임스는 “오타니는 홈 데뷔전에서 통역사 도박 논란(scandal)으로 흔들리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스캔들?’이라고 반문하는 듯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NL) 우승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3회말에만 14점을 내 콜로라도 로키스를 16대1로 대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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