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금리'와 작별…기준금리 0.25%P 인하

이경남 2024. 10.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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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기준금리 0.25%P 인하한 3.25%
물가안정에 가계부채·집값 상승도 둔화
기준금리 내년까지 1.0%P 인하 가능성
이창용 "인하속도 신중하게 결정" 경계감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만에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했다. 기준금리를 끌어 내리기로 하면서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물가가 점점 안정화하고 있는데다가, 가계부채나 집값 상승과 같은 기준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정부 정책으로 어느정도 해소된 점 등이 꼽힌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연 3.25%로 운용한다고 밝혔다. 

쌓이고 쌓인 기준금리 인하 재료

지난 2021년 코로나 대유행 당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이어 끌어올린 핵심 재료는 물가였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전쟁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이후 금통위는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러던 물가가 올해들어서는 점차 안정화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6%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 2021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연간 물가 상승률 목표를 2%선으로 잡고 있었는데, 최근 물가 흐름이 이에 근접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물가안정회의에서 "물가상승률이 1%대로 낮아져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라며 "물가안정 기반이 다져졌다"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상승과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어느정도 해소됐다는 점 역시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었던 재료로 꼽힌다. 

지난 8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월간 기준으로 9조원 가까이 치솟는 등 가계부채가 가파르게 증가해왔다. 이후 금융당국은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 은행들의 가계부채 관리 등을 주문했고 9월에는 월간 증가폭이 8월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대출이 막히면서 주택가격의 상승세도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월 첫주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은 0.02%올랐다. 전주대비 상승폭이 절반 가량 줄어들었든 것이다. 주택구매 수요자들의 돈줄을 죄면서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동시에 내수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이유로 꼽힌다. 

우리나라 경제 한 축인 수출은 반도체 시장 등을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나가고 있지만 내수는 좀처럼 회복세로 돌아서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내수역시 뒷받침 해 줄 영역이 있다고 봤다. 고금리 시대 종말…'어디까지 내려갈까'

관건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어느 수준까지 내릴 것이냐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금리 시대 종말을 알린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꾸준히 끌어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기준금리에 해당하는 연방 기금금리를 종전 5.25~5.50%에서 4.75~5.00%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 컷'에 나선 바 있다.

미국 연준은 '빅 컷'에 나섰지만 아직도 금리가 높다고 판단한다. 관련해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살펴보면 2024년 기준금리 중간값은 4.4%, 내년은 3.4%, 2026년은 2.9%로 관측된다. 이 점도표 대로라면 적어도 내년까지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를 1.00%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 역시 이번 단 한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로 만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적어도 미국과 속도는 맞춰야 한미간 금리차이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어서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역시 '속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국 연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끌어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중에 기준금리가 2%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얘기다.

경계 풀지 않는 이창용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우리나라 역시 고금리 시대와 작별하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제는 경계를 풀지 않았다. 

기준금리 인하가 그간 우려했던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상승등을 부채질 한다면 현재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하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며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하게 점검하면서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을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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