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억 신고가 아파트의 비하인드 스토리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2024. 9.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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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이라는 일을 하다 보면 여러 케이스들을 접하곤 합니다. 그 중에서도 최근 핫이슈였던, 지난 3월 압구정 현대 아파트가 115억에 신고가를 기록하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이 신고가에는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2024년 3월 2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 6·7차 아파트 전용면적 245형(80평)이 27일 115억원에 거래됐습니다. 현대 6·7차 80평은 76동 1개 동에만 있으며, 면적대가 크고 거래가 뜸하다 보니, 이전 거래는 2021년 4월 80억원에 거래된 이래 약 3년 만에 35억원이 오른 셈이지요.

특이한 점은 직거래로 거래가 성사됐다는 점입니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일반적인 관계라면, 100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직거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번 거래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많은 분들이 소설을 쓰고 계십니다.

경매 들어갈 아파트 채권자가 본인 네트워크 풀가동해 ‘신고가’ 거래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매물(9층)이 120억원에 나온 것으로 표기되어 있으며 시장에 나오지 않았던 매물이 순식간에 손이 바뀌었으니, 의문이 가득한 상황이긴 합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대형 면적인데다 거래 때마다 화제가 되다 보니 지인들끼리 조용히 직거래를 택한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압구정 현대 76동(80평)은 정·재계 유명인사들이 많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나온 추측이겠죠.

76동에서 신고가가 나온 이유는 재건축시 복층과 펜트하우스 배정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아마 이 정도까지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를 수 있습니다. 채권자가 살기 위해 발버둥치다가 거래가 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본 아파트는 곧 경매가 될 예정이었고, 채권자는 최대한 손해를 안 보기 위해 채무자(소유자)를 설득해 매매 시장에 내놓고, 채권자가 직접 팔려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맺어진 결과였습니다. 채무자는 이미 연체가 오래 되었기에 사실상 채권자의 손에 해당 아파트의 운명을 내 맡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못 팔면 요단강을 건너기에 죽기 살기로 본인의 네트워크를 풀가동했습니다.

위 그림은 그간 머니쇼에서 몇 번 보여드렸던 대출 진행표와 유사합니다. 사실 노도강이나 경기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대부업체에 컨택했던 분들과 똑같은 대출 패턴입니다.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면서 자산을 담보로 마이너스 통장처럼 필요할 때마다, 시세가 올라갈 때마다 곶감 빼먹듯 돈을 빌려쓰게 된 것이 이번 시즌 아파트 대출의 전형적인 패턴인데요. 압구정 고가 아파트 사는 분들도 대출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죠.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압구정 현대 아파트에서 저런 경우는 극히 드문 것 아니냐고 부정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지역에서도 많은 대출 문의가 들어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76동의 케이스 뿐만 아니라 압구정 한양이나 미성에서도 얼마든지 보실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압구정 아파트 소유자분께서 자녀 유학자금 송금 이슈로 대출을 알아보셨지만, 시중은행은 DSR로 인해 은행 대출은 불가하므로 상장사 임원도 대부업계에서 10억원을 빌리려 하는 식의 케이스는 수두룩합니다. 대출 시장에는 일반인들이 보지 못하는 완전 다른 세상이 존재하고 작동하거든요.

2023년 11월과 12월에 9억과 5억이 대출이 나갔을때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큰 베팅을 했습니다. 사실 저희 사무실에도 당시 대환 대출 문의가 들어왔으나 KB가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 이미 LTV가 100%를 초과한 상태였기에 그 어디에서도 대출 불가 통보를 받았던 사례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총 14억원을 대출해준 업체 대표는 아마도 해당 담보물의 가치가 130억원에는 충분히 매도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대출을 해준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부동산 활기? ... 일종의 착시현상으로, 수많은 대출들은 아직도 ‘뇌관’
본 채권은 대출이 나가자마자 바로 연체되기 시작했고, 채무자가 이자를 잘 내지 않아 매도하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그 업체마저도 벌벌 떨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14억원을 대출해준 대표님과 어제 술 한잔 같이 하면서 115억원에 팔아서 채권회수 겨우 시켰다고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쫄보라 못한 것을 그 분은 리스크를 감안하고 단행하셨고, 요단강을 건널 뻔 하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다는 무용담에 술안주가 따로 필요 없었습니다.

특히 이번 건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손님을 못 붙여서 채권자인 대부업체 사장님이 지인들에게 물건 소개서 직접 돌려서 매도를 하게 된 케이스라고 하네요. 세간의 정·재계의 그런 분들이라 직거래를 했느니 이런 신비감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 그저 돈 빌려준 대부업체가 살기 위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 다녀서 만들어진 ‘압구정 신고가’ 였습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다고 생각들 하시지만 사실 특례 자금 등으로 시장에 자금 유입이 되어 보여지는 착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니쇼에서 여러분들께 똑같은 말로 강조해 드린 내용이 있습니다. 이미 나간 수많은 대출들이 ‘한 번은 꺼져야’ 다시 시장이 활기를 찾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상승장에서 나갔던 대출들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아신다면 작금의 시장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지 명심해야 합니다.

더 무서운 이야기를 해드릴까요? 115억 신고가 매수인은 대출이 ‘0원’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원래 그 동에 거주하시던 분이라네요. 뭐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유선기 아르고대부투자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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