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군이 오랫동안 고집해온 '수상주행 능력'이라는 족쇄가 드디어 풀리고 있습니다.
호주 수출로 화제를 모았던 한화시스템의 레드백 장갑차가 마침내 한국 육군에 도입될 전망입니다.
그동안 "물에 뜨지 못한다"는 이유로 외면받았던 이 첨단 장갑차가 95%라는 놀라운 국산화율을 달성하며 K21 장갑차와 비슷한 가격대로 내려온 것입니다.
과연 무엇이 한국 육군의 마음을 바꾸게 했을까요? 그리고 이 결정이 우리나라 방산업계와 군 전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한국군의 오래된 강박, 수상주행 능력
한국 육군은 그동안 모든 장갑차에 수상주행 능력을 요구해왔습니다.
최초로 개발된 K200 장갑차부터 시작해서 차기 보병사단의 주력인 차륜형 장갑차, 심지어 높은 방어력이 필요한 제7군단의 K21 장갑차까지 모두 물에 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육군의 철칙이었죠.

문제는 이 수상주행 능력 때문에 우리나라 장갑차들의 방어력이 크게 제한되어 왔다는 점입니다.
물에 뜨려면 무게를 줄여야 하고, 무게를 줄이려면 장갑을 얇게 해야 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던 것입니다. K21 장갑차가 많은 비판을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과거 한화가 자신들이 개발한 레드백 장갑차의 도입을 요구했지만, 육군은 이 수상주행 능력 문제 때문에 단칼에 거부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작년 국방과학연구소의 연구 용역 결과, 수중도하장비가 도입되어 굳이 수상주행 능력이 필요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현대 전장에서는 오히려 방어력 증가가 더 중요하다는 상식적인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레드백 장갑차의 국산화 대변신
2022년 4월 11사단에서 6주간 시범 운용을 했던 레드백 장갑차는 당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국산화율이 겨우 19%에 불과했다는 점입니다.

포탑은 호주 회사와 이스라엘 엘빗시스템이 개발했고, 지뢰방어 장갑은 이스라엘 플라산 제품, 대전차 미사일도 이스라엘제, 심지어 고무궤도까지 캐나다 소시사 제품이었습니다.
이는 사실상 외국에서 수입한 장비를 국내에서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보다도 국산화율이 낮은 수준이었죠. 가격도 대당 110억 원이 넘어 K21 장갑차의 40억 원(3차 양산 기준)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하지만 한화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2024년 10월부터 2028년 3월까지 총 사업비 345억 원을 투입해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레드백 국산화 사업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엔진부터 포탑까지 전부 국산으로 개발되며 국산화율이 무려 95%까지 올라간 것입니다.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국산 레드백
국산화율이 올라가면서 가격도 대폭 하락했습니다.
정확한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대 대당 80억 원 정도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K21 장갑차 4차 양산 가격인 65억 원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성능 비교입니다.
K21 장갑차 4차 양산 가격 65억 원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능동방어시스템이 빠져 있습니다. 나중에 능동방어시스템을 추가하면 약 10억 원이 더 들어 실제로는 75억 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당 75억 원인 K21과 80억 원인 레드백 중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답은 명확합니다.
K21은 기본적인 방어력도 부족하지만 특히 지뢰방어력이 전혀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습니다. 잘해야 대인지뢰 방어가 가능한 수준이죠.
반면 레드백 장갑차는 레벨 4의 지뢰방어력을 가지고 있어 10kg급 폭약이 폭발해도 견딜 수 있습니다. 무게 42톤이라는 중장갑의 위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천검 라이트 미사일과 포스코 신형 강재의 시너지
국산화 과정에서 레드백에는 한화가 새로 개발한 천검 라이트 대전차 미사일이 탑재됩니다.

기존 호주 수출용에는 이스라엘제 대전차 미사일이 들어갔지만, 국산 버전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미사일이 장착되는 것이죠.
또한 포스코에서 개발한 새로운 고강도강을 적용하면 무게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42톤인 무게가 38톤 정도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장갑차는 전차에 비해 고강도강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서 신형 강재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는 처음에 이 국산화 버전을 '레드백 EX'라고 불렀다가 최근에는 '차세대 보병전투차 블록1'이라고 명칭을 변경했습니다.
아마도 한국 육군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명칭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기갑수색대에 배치될 100대의 레드백
최근 한국 육군에서는 레드백 도입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선 약 100대 정도의 레드백을 도입해 제7군단의 기갑수색대에 배치할 계획입니다.

제7군단은 북진 시 가장 선봉에 서는 부대이고, 기갑수색대는 그 중에서도 가장 앞서 나가는 부대입니다.
이런 부대에게 지뢰방어력도 없는 장갑차를 타고 선봉에 서라는 것은 사실상 죽으라는 소리나 다름없었죠.
가장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야말로 가장 든든한 방어력을 가진 장갑차가 필요한 것입니다.
아직 최종 확정은 아니지만 약 80% 확률로 레드백이 도입될 것으로 보이며, 육군에서 논의 중이기 때문에 조만간 최종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
드디어 그 말도 안 되는 수상주행 논리가 사라지고, 한국군도 현실적인 방어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레드백을 도입해서 운용해보고, 수상주행이 가능한 K21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장비인지 육군도 깨닫기를 기원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