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개 판결문으로 본 ‘법원으로 간 학폭’

변진경ㆍ김연희 기자 2023. 4. 1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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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은 2020년 3월부터 2023년 2월까지 최근 3년간 선고된 학폭위 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문 406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학교폭력 사건 각각의 발단, 전개, 결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와 후유증이 판결문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많은 학교폭력 사건들이 법원으로 갔다. 가해 혹은 피해 학생이 학폭위의 처분 결정에 불복하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지금 학교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지난해 초·중·고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심의 건수는 2만여 건.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가해 학생을 선도·교육하며 그 둘의 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학폭위는 종종 승패가 갈리는 싸움터로 변한다. 학교폭력을 신고한 학생 측(피해 학생)은 상대방의 학교생활기록부에 어떻게든 더 강한 처분 기록을 오래도록 남기기 위해, 신고를 당한 측(가해 학생)은 어떻게든 낮은 처분을 받아내기 위해 증거를 모으고 변호사를 선임하고 목격자 진술을 찾아 나선다.

전쟁은 때로 학교나 교육청 단위도 넘어선다. 가해 학생이든 피해 학생이든 학폭위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학생 측은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행정심판은 2심, 행정소송은 3심까지 기회가 주어진다. 지금 당장 처분 이행을 멈추려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할 수 있다. 이 모든 기회를 다 이용해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을 지연·보류시키기에 성공해 유명해진 사례가 바로 ‘정순신 사태’다.

정순신 아들 사건 외에도, 많은 학교폭력 사건들이 법원으로 갔다. 원고는 미성년자 학생을 대리하는 친권자 부모, 피고는 각 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2020년 이전에는 각 학교장), 청구 취지는 ‘(원고가 가해 학생일 경우) 피고가 원고에게 한 학교폭력 징계처분을 취소(하향 조정)한다’ 혹은 ‘(원고가 피해 학생일 경우) 피고가 가해 학생에게 한 처분을 취소(상향 조정)한다’.

법원으로 간 학폭 사건은 누구에게 유리할까? 학폭위 처분 결정이 뒤집힌다면 어떤 이유에서일까? 도대체 어떤 사건의 당사자들이 선고까지 수년이 걸리는 소송의 시간적·경제적 비용을 감내하면서 역전을 고대하는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시사IN〉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최근 3년간 선고된 학폭위 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문 406건을 입수해 분석했다. 학교폭력 사건 각각의 발단, 전개, 결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남은 상처와 후유증이 판결문들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누가, 왜 ‘불복’을 외치나

학폭위 처분 취소 소송은 대부분 가해 학생 측이 제기한다(〈그림 1〉 참조). 분석 대상 판례 406건 중 79.06%(321건)이 가해 학생이 자신이 받은 학폭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가해 학생에 대한 학폭위 처분이 ‘조치 없음’이거나 너무 가벼운 것에 반발해 피해 학생 측이 소를 제기한 경우는 9.11%(37건)이었다. 때로는 원고가 가해 학생이자 피해 학생이다(11.82%, 48건). 학폭위 ‘맞신고’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원고가 자신의 처분은 너무 무겁고 상대 학생의 처분은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처분 취소를 요구한다.

학교급별로 비교해보면 중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소송이 가장 많았다(〈그림 2〉). 중학교 42.36%-고등학교 32.51%-초등학교 25.12% 순이다. 학년별로는 중1(17%)과 중2(14.04%), 고1(13.3%)이 많았다.

취소해달라는 처분의 최고 수위를 보면, 8호(전학)가 가장 많았다(〈그림 3〉). 23.4%(95건)에 해당한다. 전학은 9호(퇴학)를 제외하고 가장 무거운 징계 수준이다. 학생이 겪는 실질적인 환경 변화도 큰 데다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도 졸업 후 가장 오랫동안 확실히(올해부터는 졸업 후 2년까지 무조건 삭제 불가) 남기 때문에 법정에서 가장 치열하게 다투는 처분이다.

생기부에 남지 않는 처분도 다수 소송의 대상이 된다. 현재 1~9호 가운데 1~3호(서면사과·접촉협박보복금지·교내봉사)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지 않는다. 또다시 학교폭력을 저질렀을 때만 기록에 남긴다. 그럼에도 8호(전학) 다음으로 많이 법원으로 가는 처분이 3호(교내봉사)와 1호(서면사과)이다. 특히 초등학생 원고의 49%가 서면사과와 교내봉사 처분 취소를 받아내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했다(〈그림 4〉). 중·고등학교로 갈수록 사회봉사·전학·퇴학과 같은 중징계 처분을 놓고 더 자주 다투었다. 9호(퇴학)의 경우 초·중학교는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내릴 수 없는 처분이다. 학폭위의 ‘조치 없음’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3.69%는 모두 피해 학생이 건 소송이었다.

■ 얼마나, 왜 뒤집히나

분석 대상 판례 406건 중 원고가 이긴 비율은 25.86%였다. 최근 3년간 법원으로 간 학폭위 결정 4건 중 1건이 뒤집혔다. 승소율은 가해 학생이 훨씬 더 높았다. 가해 학생이 원고인 소송 중 25%가 승소한 반면 피해 학생이 원고인 소송 중에는 5.41%만 학폭위 결정 취소를 이끌어냈다(〈그림 5〉). 법정에서 자신의 징계 수위를 낮추는 것보다 타 학생의 징계 수위를 높이는 일이 훨씬 어려웠다.

어떤 처분이 가장 잘 뒤집힐까? 각 처분별 재판부에서 결정이 취소된 비율을 보면 1호(서면사과, 35.71%)와 2호(접촉금지, 57.14%)가 가장 많았다. 상대적으로 경미하지만 가해 행위의 사실관계와 학폭 성립 여부를 두고 다른 판단이 나오기 쉬운 사건들이다. 4호(사회봉사, 36.11%)와 8호(전학, 21.05%) 등 생기부에 기재되는 중징계도 꽤 높은 비율로 법원에서 결정이 취소되었다. 가장 높은 9호(퇴학) 처분은 원고 승소율이 9.09%로 가장 낮았다. 워낙 가해 정도가 심각하고 피해 사실이 명확한 사건이 많기 때문이다. 피해 학생이 측이 제기한 ‘조치 없음’ 결정의 취소, 즉 학폭 사실이 아예 부인된 사건을 학폭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은 13.33%만 법정에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가 학폭위 결정을 뒤집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절차상 하자가 있을 때, 둘째는 가해 내용에 대한 판단이 학폭위와 다를 때이다. 절차적 위법성을 따지는 주장은 학폭위가 각 학교 내 자치위원회로 열리던 시절부터 학폭 결정에 불복하는 원고 측의 단골 전략이었다. 학교폭력예방법에는 학폭위에 참여하는 심의위원 구성이나 회의 개최 절차 등이 자세히 규정되어 있다. 그것을 철저히 지키지 않으면 학교폭력 행위 내용이 어떠하든 절차 위법성에서 꼬투리가 잡혀 학폭위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예를 들면 경북의 한 고등학교 운동부에서 일어난 폭행·욕설 사건의 처분은 학폭위에서 미리 심의 대상으로 통지하지 않은 추가 가해 사실까지 다루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취소 판결이 내려졌다. 실제 학교폭력 행위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 학생이 받은 5호(사회봉사) 등 처분이 취소되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생이 중학생들에게 술을 먹여 성폭행하고 불법 촬영까지 해 전학 처분을 받은 사건도 학폭위에서 점수 판정 절차를 누락한 탓에 처분이 취소되었다. 학폭위 학부모 위원 선출을 학부모 전체회의 투표에 부치지 않았다거나, 처분 결과를 서면이 아닌 문자메시지로 통보했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원고의 손을 들어준 사례도 있다.

■ 법원의 학폭 판단은 ‘케바케’

두 번째, 가해 행위의 내용을 학폭위와 재판부가 달리 판단할 때에도 처분 결정이 취소된다. 그런데 법원의 학교폭력 내용상 판단에는 사실 일정한 기준이 없다. 사례별로 다 다르다. A 사건과 B 사건은 둘 다 초등학생이 또래 학생을 칼로 위협한 사건이다. A 사건은 과도를, B 사건은 주방용 식칼을 사용했다. A 사건 가해 학생은 전학(8호)을, B 사건 가해 학생은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5호) 처분을 받았다. A 사건에 대해 가해 학생이, B 사건에 대해 피해 학생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둘 다 원고 패소 판결이 나왔다. 비슷한 내용에 대해 달리 처분한 학폭위 결정이 법원에서도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다른 학교에 재학 중일 때 내려진 전학 처분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이 달랐다. 어떤 재판부는 “피해 학생이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을 분리하기 위한 전학 처분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라며 가해 학생 원고의 전학 처분 취소 주장을 받아줬다. 또 다른 재판부는 “피해 학생 학교와 원고의 학교 간 거리가 가깝다”라며 전학의 실효성이 없다는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부산지법 2022구합22522). 가해 학생이 교실 내에서 바지를 벗고 부적절한 성적 발언 등을 해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주긴 했으나 “상대 학생을 특정해 이루어진 행위는 아니라서” 3호(교내봉사) 처분이 취소된 판례도 있지만, 부채에 성적 불쾌감을 주는 그림을 그려 3호(교내봉사) 처분을 받은 원고의 “처분이 과하다”라는 주장을 기각한 판례도 있다.

학교폭력의 범주나 특별한 사정 등을 두고 법원에 판단을 구하는 사건들도 많다. 예를 들어, 친구를 비하하는 별명을 부르는 건 학폭인가?(A) ‘누구랑 누구랑 뽀뽀하는 동영상을 소셜미디어에서 봤어’라는 거짓말을 한 초등학생 2학년생은 학폭 가해자일까?(B) ‘분신사바를 해봤더니 너 목 매달아 죽는대’라고 말한 초등학생은?(C) 귀 가까이에서 리코더를 불어 돌발성 난청을 일으키면 학폭일까?(D) 전화와 문자메시지로 “절교하자”라고 말해 친구에게 상처를 준 일은?(E) 색종이 총으로 가슴 쪽을 겨눈 행위는 성추행일까?(F)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의 피해 증거 수집을 위해 몰래 카메라를 설치한 행위는 학폭일까?(G) 법원은 A~C를 학교폭력이라고, D~G는 학교폭력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때로 재판부는 학폭 징계 취소 소송에 대해 각하, 즉 소 청구의 적법성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가해 학생 측이 제기한 소송의 8.13%, 피해 학생 원고 소송의 27.03%가 각하되었다(〈그림 6〉). 이유는 대부분 “원고(혹은 처분 대상자)가 상급학교에 진학했기 때문”이다. 전학이나 퇴학 등을 제외하면 모든 처분이 졸업 시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되기 때문에 “처분의 효력이 소멸하여 과거의 법률관계에 불과하므로 그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것이다(전학의 경우도 지난해까지는 일부 요건을 갖추면 졸업 시 삭제가 가능했다). 상급학교에 진학해도 학폭 처분 이행 의무가 살아 있다고 해석하는 교육부·교육청과는 다른 판단이다. 이런 법원의 해석 탓에 해당 학교 졸업 직전 내려진 학폭위 처분에 대해서는 대부분 행정소송으로 이를 재심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또 다른 각하의 이유는 ‘원고 적격성 불인정’이다. 한 학폭 피해 학생의 부친은 가해 학생들이 받은 1호(서면사과) 처분과 ‘조치 없음’ 결정에 대해 징계가 너무 경미하다며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딸이 학폭 피해의 고통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내용에 대한 판단 이전에 아예 소 자체를 각하했다. “보호자는 친권자로서 (생존해 있는) 피해 학생의 대리인으로서 소를 제기할 수 있을 뿐, (피해 학생이 사망한 경우) 보호자에게 별도의 독자적 원고 적격을 인정할 수 없다”라는 이유에서였다.

■ 딱지치기 분쟁에서 집단 성폭행까지

행정소송 판결문을 토대로 학교폭력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다. 법원으로 간 학교폭력 사건 가운데 가장 다수를 차지하는 유형은 폭행 등 신체적 가해 행위(중복 빈도 수 177건)였다(〈그림 7〉). 욕설(59건)·모욕(83건)·명예훼손(53건) 등 언어폭력도 만만치 않게 많다. 성폭행(20건)이나 성추행(49건)·성희롱(31건)도 다수를 차지했고 집단 따돌림(81건)도 자주 발생했다. 학교급별로 비교해보면 초등학생은 신체적 폭행 사건이 절반 이상이었다. 중·고등학생일수록 성과 관련된 폭력, 언어폭력과 집단 따돌림 빈도가 높았다. 고등학생은 전체 소송 대상 사건 중 12.88%가 성폭행 사건이었다. SNS를 이용하거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퍼뜨리는 학교폭력의 비율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학교폭력의 장소와 시간도 매우 다양하다. 대부분 교실 등 정규수업 시간 중 학교 내였지만, 초등학생 학폭은 방과후교실, 돌봄교실, 학원, 놀이터, 학원 차량 등에서도 자주 일어났다. 중·고등학생 학폭 장소는 코인노래방, 모텔, 룸카페, 지하철역 등 외부 시설도 많았다. 고등학생 학폭의 경우 운동부와 기숙사 내에서도 자주 발생했다. 데이트 폭력 빈도가 높은 것도 고등학생 학폭의 특징이었다. 사이버 학교폭력의 발생지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애스크, 트위치, 틱톡 등으로 다양했다.

법원으로 간 학교폭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초등학생들끼리 딱지치기를 하다가 생긴 분쟁에서부터 고등학생의 집단 성폭행, 감금, 불법촬영 및 유포까지, 내용의 심각성과 파장이 사건마다 모두 다르다. 시험 시간 같은 반 학생에게 다리를 떨지 말라고 욕한 데서 시비가 붙어 일이 커진 사례, 목격자에게 거짓 진술을 부탁했다가 들켜서 처분 수위가 높아진 사례, 줌 수업 중 같은 반 학생 얼굴 사진을 캡처해 놀린 사례, 해킹으로 친구들 SNS 계정에 들어가 피해를 입힌 사례, 같은 반 학생을 지갑 도난범으로 몰아세워 명예훼손으로 처분받은 사례 등의 가해·피해 학생들이 행정법원에서 사건의 사실관계와 위법성을 두고 다투었다.

장애 학생과 다문화 학생,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성폭행·집단 따돌림·모욕 행위 등도 다수 있었다. 학폭 신고와 학폭위 심의 과정에서 발생한 쌍방·2차 피해를 호소하는 원고도 적지 않았다. “너는 (학폭) 가해자 나는 피해자”라고 말한 사건, 전교회장 선거 당선 소감 발표에서 학폭 피해 사실을 언급한 사건, 학폭위 개최 사실을 친구들에게 알리고 다닌 사건의 관련 학생 등이 학폭 가해자가 되어 처분을 받은 게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드라마 〈더 글로리〉 못지않게 잔혹하고 끔찍한 가해 학교폭력 사건들도 판결문들을 통해 더러 확인된다. 한 초등학교 5학년생 A는 같은 학교 학생들의 ‘사채 협박’에 오래 시달렸다. 5000원에서 시작된 변제금액에 대해 가해 학생들은 하루에 두 배씩 이자를 늘리며 A가 지급해야 할 금액을 몇십 배로 부풀렸다. 이렇게 10여만 원을 갈취하고, A로 하여금 ‘돈을 갚겠다’고 말하는 동영상을 촬영하게 강요하고, 때로 폭행을 행사했다. 이런 행위는 8개월가량 지속되었다. 가해 학생들은 학폭위에서 출석정지 처분을 받았다. 처분이 너무 경미하다며 피해 학생 A가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사퇴한 ‘정순신 사태’에 대한 비판 대자보가 서울대학교에 붙었다.ⓒ김흥구

한 베트남 다문화가정 출신 고등학생 B는 7개월 동안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마다 B를 찾아가 ‘베트콩’ 등의 말과 애니메이션 대사 등을 따라하라고 강요하고 반찬을 빼앗아 먹고 이를 거부하면 집단 폭행을 가했다. 학폭위에서 전학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 중 한 명은 ‘친한 친구 간에 이루어지는 짓궂은 장난’이라며 취소 소송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 어떤 사건이 재심까지 가나

2020년 3월~2023년 2월 3년간 선고된 학폭 처분 취소 행정소송 406건 사례 가운데 59건(15%)이 2심 판결이다(〈그림 8〉). 그 가운데 53건은 학폭 처분을 받은 가해 학생 측이, 2건은 가해 학생의 더 높은 처분을 바라는 피해 학생 측이, 4건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 해당하는 학생이 제기했다. 2심 소송 53건 가운데 12건에서 1심 판결이 뒤집혔다. 승소한 12건 가운데 11건이 원고가 가해 학생인 사건이다.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의 경미한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주장은 2심에서 단 한 건 인용되었다.

2심에 올라온 학폭 처분 중 가장 많은 수(15건)가 8호(전학)다. 동급생을 교실 청소함에 가두거나, 경계성 지능장애 학생과 동의 없이 성관계를 맺거나, 지하주차장·옥상·운동장 등에서 후배들을 집단 폭행하거나, 여학생들의 탈의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유 등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원고들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억울함을 호소했다. 판결문을 통해 학폭 처분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도 일부 확인된다. 후배 감금·폭행·불법촬영으로 전학 처분을 받은 한 레슬링 특기생은 “이 처분이 취소되지 않으면 예정된 대학 입학이 취소된다”라며 2심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온라인 수업과 단체 채팅방에서 피해 학생을 모욕해 전학 처분을 받은 한 과학고 재학생도 “조기졸업 시험에 합격해 대입을 앞두고 있는데 전학으로 과학고 재학생 신분을 잃으면 조기졸업이 불가능해진다”라며 2심에서 처분 취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변진경ㆍ김연희 기자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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