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는 금연인데 재떨이가 있는 이유

이 사진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챈 왱구님? 비행기 화장실에 금연표시가 있고 그 아래를 보면...재떨이가 함께 있다???? 비행기 좌석에도 ‘흡연 처벌 문구’ 옆에 이렇게 떡 하니 재떨이???. 응? 내가 잘못 본 건가? 유튜브 댓글로 “비행기에서는 금연하라면서 왜 기내엔 재떨이가 설치되어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대체 왜 금연하라면서 화장실과 좌석에는 재떨이를 만들어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이유는 첫째, 재떨이 설치를 의무화한 미국 항공법 때문이다.

‘금연인데 무슨 재떨이 규정이 있어~그냥 옛날에 만든 비행기인 거 아니야?’ 했는데, 정말 미국항공법에 그런 게 있더라. 미국연방규정집(Code of Federal Regulations, CFR)에는 ‘비행기에서 흡연이 허용되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기내 화장실에는 별도의 이동식 재떨이를 눈에 띄게 각 화장실 문 입구 또는 그 가까이에 설치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이건 1985년, 그러니까 아직 기내 금연이 도입되기 전 만들어진 조항으로, 지금도 여전히 과거 조문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거다. 

조항은 있어도, 설마 최신 모델에도 재떨이가 있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보잉사의 최신 모델 B787 내부에도 역시 재떨이가 있더라.

미국 법이 중요한 이유는, 미국에 취항하려면 미국 규정을 따라야 하고 다들 미국에는 가야 하니, 각국 항공사들이 이걸 안 따를 수는 없다는 얘기. 더 놀라운 건 미국의 재떨이 규율이 집요하다는 것.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재떨이가 고장 난 경우에는 10일 이내에 수리를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기내 재떨이가 절반 이상 고장 났을 때는 3일 안에 반드시 수리를 마쳐야 한다. 2009년 영국의 한 항공사에서는 기종에 맞는 재떨이를 못 구해 이륙이 지연된 일까지 있었다.

근데, 이제는 기내에선 완전 금연인데, 미국에선 왜 항공법을 안 바꾸고 여전히 이 조항을 고집하고 있을까? 그러니까 기내 재떨이가 있는 두번째 이유는 담배를 몰래 피운 승객이 꽁초를 숨기거나 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ㅇㅇ항공 승무원
“비행기 내에서 옛날에는 흡연이 가능했었는데 지금 현재는 불가능한 상태인데도 달려 있는 이유는 흡연을 하는 승객들이 계속 계세요. 근데 그 꽁초로 인해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담배를 피우면 안 되지만 피울 거면 여기다가 버려라. 약간 이런 의미로 달려 있다고...”

담배꽁초 관리가 비행기에서는 엄청나게 중요한 게, 1973년에는 브라질에서 프랑스로 가던 비행기에서 승객이 몰래 버린 담배꽁초 때문에 불이 나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엄청난 사고가 있었다. 그러니까 기내에서 아무리 흡연을 제한한다고 해도 규정을 어기는 진상 고객은 나오기 마련이고, 한 사람 때문에 모두가 죽을 수는 없으니 몰래 버리지 말라고 아예 재떨이 의무화 규정을 만들어놓고, 재떨이에는 온도 감지 시스템까지 장착해놓았다.

ㅇㅇ항공 승무원
“화장실에는 스모크 디텍터라고 연기를 감지할 수 있는 이렇게 타임 벨이 울리는 연기를 감지하면 소리가 나는 기계도 있고 80도 이상 올라가면 거기에 자동으로 소화 소화액의 분말이 분사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내 금연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확산하기 시작했는데, 세계적으로 정착된 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1996년 모든 국제선 금연을 권고한 뒤였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1995년 세계 최초로 전 노선 금연 정책을 시작했다고 한다.

기내 금연이 시작된지 이렇게나 오래됐으니, 이젠 금연이 정착됐을 법도 한데, 아직도 비행기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다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항공기 내 불법행위(2450건) 중 압도적 1위(1992건)가 기내 흡연.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에서도 담배 피우다 수시로 잡힌다.


“실제로 담배를 피시는 분도 보셨나요?”
항공업계 관계자
“저는 직접 제가 목격해서 이제 해당 경찰에 인계한 적도 있어요.”

답 없는 사람들에게는 ‘금융 치료’가 정답이다. 국내에서 기내 흡연은 벌금이 최대 1000만원이라는데, 10억쯤 때리면 비행기에서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 같은 거 싹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