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악재 속 부산 승리한 한동훈, '존재감 입증'…이재명에 판정승?

박소연 기자 2024. 10. 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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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한동훈, 악재 속 최대 격전지 부산 승리 이끌어…향후 당정관계 주도권 점할 듯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부산 금정구의 한 교차로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마지막 총력 유세를 펼치고 있다. 2024.10.15. /사진=뉴시스 /사진=하경민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텃밭에서 승리하며 기초단체장 선거 4곳 중 2곳씩 나눠 가졌다. 양당이 모두 '본전'을 챙긴 것인데, 내용을 따져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가 '명태균 악재' 속 최대 격전지로 꼽힌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비교적 큰 차이로 승리를 이끌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는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가 61.03%를 득표해 당선됐다. 김경지 민주당 후보는 38.96%를 얻었다. 두 후보간 격차는 20%P(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부산 금정은 전통적인 보수 강세 지역이지만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과 의료공백 장기화 등으로 정권 심판론이 고조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 지역으로 분류됐다. 야권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김경지 후보로 단일화를 이룬 후에도 조국 대표가 지원유세를 벌일 정도로 부산 금정에 사활을 걸었으나 뒤집기에 실패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부산 금정구 스포원을 방문, 유세차량에 올라 나들이 나온 시민들에게 김경지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2024.10.12. /사진=뉴시스 /사진=하경민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혁신당 대표가 '2차 정권심판',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을 외치며 정권심판론을 자극했음에도 국민의힘 후보가 비교적 큰 차이로 승리한 것은 '한동훈 효과'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선거 전날 명태균씨가 김 여사와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고 대통령실이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김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하는 등 용산발 대형 악재가 쉴 새 없이 터지는 중 거둔 승리란 점이 주목된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라인 정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인적쇄신을 요구하면서 대통령실과 여권을 분리한 '승부수'가 일정 부분 통했단 의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막판에 명태균이란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도 20%P 이상 차이를 나게 한 것은 한동훈의 덕이다. 당과 대통령실을 분리하는 전략이 잘 먹힌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선 민주당이 앞선 결과도 있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한동훈 대표와 이재명 대표가 모두 본전은 했지만 굳이 따지자면 한 대표의 공이 더 컸다"고 분석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부산 금정은 명태균 관련 이슈가 터지기 전에도 박빙, 위기란 말이 나왔다. 그런 상황에서 용산 쇄신을 한 대표가 꺼내들었다. 그건 승부수였다"며 "전후 사정을 볼 때 금정에서 여권이 좋은 결과를 내는 데 기여를 할 만한 요소는 한 대표가 용산에 용기 있게 쇄신을 말한 것밖에 찾을 수 없다"고 평가했다.

한 대표는 향후 당정관계에서도 우위를 점하게 됐다. 당장 다음주 초로 예정된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주도권을 갖고 의제 등을 제시할 수 있는 명분이 확보됐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10.11. /사진=뉴시스 /사진=최진석

김 평론가는 "용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무너져버린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려면 현 정권이 아닌 다른 중심으로 뭉칠 수 있는 지점을 찾아줘야 하는데 현재로선 한 대표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박빙 선거에 대형 악재가 터졌는데도 여권이 버틴 것은 한 대표란 대안이 있다는 희망 때문이다. 여권 내 무게중심도 점차 한 대표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진보 진영이 치열한 3파전을 벌인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득표율 41.08%로 당선됐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30.72%,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는 26.56%를 각각 얻었다.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정권심판의 기수로서 압도적 주도권을 입증하진 못했단 평가도 나온다.

이밖에 보수 강세 지역으로 평가되는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는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50.97%를 득표해 당선됐다. 한연희 민주당 후보는 42.12%, 안상수 무소속 후보는 6.25%, 김병연 무소속 후보는 0.64%를 얻었다.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히는 곡성 군수 재선거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5.26%로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35.85%), 최봉의 국민의힘 후보(3.48%), 이성로 무소속 후보(5.39%)를 누르고 당선이 확정됐다.

김 평론가는 "윤석열 정권이 심판의 대상이 됐음에도 민주당이 텃밭을 가까스로 수성을 해낸 정도에 그치면서 확실한 대안으로서 인정받지 못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10·16 재보궐선거 당선자들. 왼쪽부터 윤일현 국민의힘 금정구청장 당선자(부산 금정), 박용철 국민의힘 강화군수 당선자(인천 강화), 장세일 더불어민주당 영광군수 당선자(전남 영광), 조상래 더불어민주당 곡성군수 당선자.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민경석 기자,김동수 기자,윤일지 기자


실제 한 대표와 이 대표 모두 승리를 자축했지만 미묘한 톤 차이를 보였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당선 유력'이 뜬 직후인 밤 11시23분쯤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국민께서 국민의힘과 정부가 변화하고 쇄신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여긴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이보다 약 한 시간 뒤 "민주당은 선거기간에 당선자가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확실히 챙기겠다.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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