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원이 7000만원으로…헌 책의 화려한 변신 ‘북테크’ 뜬다

국내외 인기·희귀서적, 시간 지날수록 가치 상승…투자 대비 높은 수익률 ‘장점’
ⓒ르데스크

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독파민’이라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덩달아 북테크가 이색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북테크는 말그대로 책(book)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헌 책을 소장하다가 가치가 오르면 시장에 되파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책의 가치는 작가와 출판 시기, 초판본 여부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북테크의 핵심은 소장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책을 사전에 소장해놓는 것이다.

출판업계 등에 따르면 정지용, 김소월, 윤동주, 조정래 작가 등 주로 문학적, 문화적 중요성을 가진 작품들의 초판본이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출간 당시 소량 인쇄되었거나 특정한 역사적 맥락에서 의미가 부여된 작품들인 경우가 많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가 지난 1983년 9월부터 월간지 현대문학에 연재하기 시작한 대하소설이다. 3년 뒤인 1986년 출판사 한길사에서 4부 총 10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2020년에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개정판이 다시 출간되기도 했다.

태백산맥은 한국 현대사의 한 부분을 사실적으로 담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한국 문학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하소설로서 초판본의 문학적·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에 희귀 서적을 수집하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희소가치를 인정받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당시 5000원에 판매됐던 서적이 현재는 온라인상에서 7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4년엔 백석 시인의 유일한 시집인 ‘사슴’ 초판본이 경매사 코베이가 진행한 경매에서 ‘사슴’ 초판본은 5500만원으로 입찰이 시작돼 7000만원에 낙찰됐다. 이는 국내 문학서적 경매 사상 최고가인 것으로 밝혀졌다.

1936년 1월 선광인쇄주식회사에서 인쇄한 것으로 당시 약 2원에 판매됐다. 이를 오늘날 가치로 환산할 경우 약 2만원 정도다. 인쇄 당시 약 100부 밖에 찍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희귀본으로 꼽히며 시집 뒤편에 저작 겸 발행자 백석이라고 명기돼 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자비로 시집을 펴낸 것으로 추정된다.

▲ 국내와 해외 모두 초판 당시의 역사적, 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책들은 경매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월 영국에서 희귀서적 경매에서 판매된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의 모습. 해당 도서는 한화로 약 3600만원에 거래됐다. [사진=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 웹사이트]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희귀한 헌 책이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경매사 라이언&턴불에 올라온 J.K. 롤링의 소설 해리포터 첫 시리즈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 초판·양장본이 2만160파운드(약 360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달 27일 영국에서 열린 희귀서적 경매에서도 해리포터 시리즈는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한 영국인이 내놓은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이 약 3만6000파운드(한화 약 6380만원)에 팔렸다. 처음 출시됐을 때 가격이 10파운드(한화 약 1만7000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3600배 비싼 가격에 판매된 것이다.

영국에서 고가에 팔린 1편 해리포터와 현자의 돌(Harry Potter and the Philosopher’s Stone)’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Harry Potter and the Sorcerer’s Stone)’과 다르다. 이는 미국에서 출간될 때 바뀐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이 비싼 가격이 거래된 가장 큰 이유는 희소성과 역사적 가치 때문이다. 특히 J.K. 롤링의 해리 포터와 현자의 돌 양장 초판본의 경우 500권만 인쇄됐다. 그 중 약 300권은 영국 내 학교와 공공 도서관에 배포됐고, 나머지 약 200권만 서점에 판매되거나 작가 및 출판사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북테크…“희소성 높은 미술 도록, 절판된 헌 책 눈여겨 봐야”

북테크는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지목된다. 북테크에서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는 ‘절판’을 꼽는다. 절판이 되고 난 후에 책의 가치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다만 절판된다고 해서 무조건 책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무조건 ‘절판=가치 상승’은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는 수익률이 높으면 위험성이 크고, 수익률이 낮으면 위험성이 낮다. 반면 북테크는 책의 상태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지만 노하우만 안다면 무조건적인 수익 실현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판매 방법이 간단하다는 점, 투자대비 수익률이 좋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헌 책을 저렴하게 구할수록 북테크를 통한 수익은 극대화된다. 헌 책방은 박리다매 형식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헌 책방에서 저렴하게 책을 구매하는 방법도 있다. 처음 북테크를 할 땐 집에 보관된 오래된 책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중고 서점이나, 중고 거래 마켓, 희귀품을 수집하는 커뮤니티 등을 통해 어떤 책이 인기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 북테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집에 희귀한 헌 책이 있다면 이것들을 이용해 먼저 노하우를 익히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사진은 실제로 판매했던 오래된 책들의 모습. [사진=독자제공]

미술 도록도 북테크를 위한 좋은 선택이다. 대학생 때부터 북테크를 하고 있다는 김 조슈아 씨(40·남)는 “책을 꾸준히 읽거나 절판된 책을 웃돈을 주고 사보는 게 좋지만 더욱 쉽게 북테크를 해보고 싶다면 미술 및 사진 도록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애초에 적은 수량을 인쇄하고 금방 절판되기 때문에 금방 값이 오른다”고 밝혔다.

김 씨는 “가장 비싸게 판매했던 책은 40만원 대에 판매했던 을지서적의 ‘셰익스피어 삼정판’이다”며 “이 책을 번역한 김재남 교수의 번역과 모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한데 모아 2000페이지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헌책을 모으는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수년 간 북테크를 하고 있다는 조예선 씨(39·여)는 “북테크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로 평소 조금만 책에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재테크 중 하나다”며 “어떤 책이 좋은지, 어느 정도에 팔아야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지 등만 깨달으면 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래전 절판된 책의 초판본은 아무래도 책의 상태가 좋을수록 수익률이 좋다. 또 일반 책보다는 표지가 튼튼한 양장본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기에 좋은 책이고 유명한 작가들의 책도 제법 값을 매길 수 있다”고 본인의 노하우를 밝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재테크라 해서 꼭 특별한 것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며 “재테크 자체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는 하지만 본인의 취미 생활과 결합한 형식의 재테크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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