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완전체 복귀하는 이글스, ‘쿠싱 없는 9회’의 대안은 있는가

윌켈·화이트 동반 귀환이 가져올 희망과 쿠싱의 이별이 남긴 과제

한화 이글스의 2026년 5월은 '인고(忍苦)의 시간'이자 동시에 '기회의 창'이 열리는 역설적인 시기다. 주력 외국인 투수들의 동반 이탈과 문동주의 부상이라는 초대형 악재 속에서도 팀은 대체 선발 3명을 투입하는 고육지책 끝에 위닝 시리즈를 낚아채며 7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우리 인생이 그렇듯 죽으라는 법은 없더라"는 김경문 감독의 말처럼, 한화는 벼랑 끝에서 버티며 공동 5위권과 불과 1경기 차라는 가시권 성적을 유지했다. 이제 한화는 에르난데스와 화이트라는 '완전체 외인 듀오'의 복귀를 통해 중위권 판도를 흔들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외인 투수들의 복귀는 한화의 올 시즌 운명을 결정지을 골든타임과 맞물려 있다. 5월 중순은 순위 싸움의 고착화가 시작되는 시점으로, 여기서 밀려나면 가을야구의 꿈은 멀어지기 마련이다.

특히 퓨처스 등판에서 149km/h의 강속구를 뿌리며 예열을 마친 화이트와 불펜 투구를 정상적으로 소화한 에르난데스의 가세는 단순한 선수 복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류현진, 왕옌청, 정우주로 이어지는 기존 로테이션에 안정감을 부여하며, 과부하가 걸렸던 불펜진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선발 야구'의 부활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한화의 가장 큰 숙제는 역설적이게도 화이트의 복귀로 인해 떠나야 하는 '대체 선수' 잭 쿠싱의 빈자리다. 6주 단기 계약으로 합류한 쿠싱은 당초 선발 자원으로 분류됐으나, 팀의 사정에 따라 마무리라는 낯선 옷을 입고도 기대 이상의 연착륙을 보여줬다.

14경기에서 3세이브, 평균자책점 4.82라는 수치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헌신과 안정감이 한화의 뒷문을 지탱해 왔다. 쿠싱이 떠나는 15일 이후, 한화는 다시 한번 '클로저 잔혹사'라는 유령과 마주해야 하는 비즈니스적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김경문 감독 특유의 '믿음의 야구'가 김서현이라는 아픈 손가락을 어떻게 치유하느냐에 있다. 김 감독은 최근 부진한 김서현에게 "3번의 기회를 주겠다"고 공표하며 배수진을 쳤다.

이는 단순히 선수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쿠싱이 떠난 뒤의 연쇄 반응을 차단하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이자 전략적 포석이다. 현재 윤산흠과 이상규가 셋업맨으로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김서현이 제구 불안을 떨치고 9회를 책임져준다면 한화는 리그 최강의 마운드 밸런스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선발진이 아무리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해도 뒷문이 헐거워 승수를 쌓지 못하는 '엇박자 야구'가 재현될 우려가 크다. 칼럼니스트로서 제시하는 독자적 해석은 한화가 '쿠싱 이후'를 대비해 집단 마무리 체제보다는 확실한 1인 클로저를 세우는 정공법을 택할 것이라는 점이다.

김경문 감독의 성향상 불펜 운용의 명확한 보직 분립을 선호하기에, 김서현의 부활 여부는 한화의 6월 승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만약 김서현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최근 구위가 올라온 윤산흠을 파격적으로 마무리로 전향시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검토될 수 있는 시점이다.

앞으로의 전망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요약된다. 첫째, 낙관적 시나리오는 에르난데스와 화이트가 이닝 이터 역할을 수행하며 선발진이 승수를 쓸어 담고 김서현이 극적으로 영점을 잡아 뒷문을 닫는 경우다. 이 경우 한화는 5월 말 5강 진입은 물론 3위권까지 넘볼 동력을 얻는다.

둘째, 비관적 시나리오는 외인 투수들이 복귀 후 부상 재발이나 구위 저하로 고전하고 마무리 자리가 끝내 메워지지 않아 불펜 과부하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셋째, 중립적 시나리오는 선발진은 안정 궤도에 오르나 마무리 부재로 승패를 반복하며 5~7위권의 치열한 순위 싸움을 이어가는 것이다.

결국 한화 이글스에 주어진 과제는 '시스템의 연속성'이다. 단기 대체 선수였던 쿠싱이 보여준 '팀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태도와 헌신이 팀 전체의 DNA로 이식되어야 한다.

완전체 선발진의 귀환은 분명 축하할 일이지만, 그 이면에 생기는 9회의 구멍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김경문 감독의 승부사 기질을 시험하는 진짜 무대가 될 것이다. 6주간의 '쿠싱 효과'를 추억으로 남길지, 아니면 새로운 승리 공식의 밑거름으로 삼을지는 이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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