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앤장 떠나 스포츠판으로… 1년 만에 스타 선수 싹쓸이한 한정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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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메이저리그에서 '슈퍼 에이전트'로 불리는 스캇 보라스, NBA 최고 에이전트 리치 폴, 축구계의 거물 호르헤 멘데스. 해외 스포츠계에서는 이미 에이전트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선수들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포츠 팬들에게 '에이전트'는 여전히 낯선 존재다.

최근 한국 스포츠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김앤장이라는 국내 최고 로펌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던 변호사가 스포츠 에이전시 창업에 나섰고, 불과 1년 만에 농구계 스타 선수들과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키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정무 키플레이어 에이전시(KPA)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선형 KT 이적과 KBL 최고 연봉 계약, 이근휘 선수의 255% 연봉 인상 등 굵직한 성과를 올리며 '한국형 스포츠 에이전트'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스포츠 에이전트가 생소한 직업이다. 실제로 어떤 일을 하나.
실제로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경기 외적인 모든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크게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뉘는데, 구단과의 계약 협상을 대리하는 에이전트 업무, 선수의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매니지먼트, 마지막으로 각종 법적 이슈를 해결하는 법률 자문이다. 특히 변호사 출신 배경을 활용해 단순한 연봉 협상을 넘어 계약서의 세부 조항, 세금 구조, IP 보호까지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에이전트가 되기 전부터 스포츠와 인연이 깊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와 육상을 했다. 농구는 학교 대표로 대회를 뛰었고, 육상은 100m 선수로 창원시 대표를 했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이미 법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이 있었다. 언젠가는 미국에 가서 스포츠 에이전트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꿈이 있었는데, 마침 대학교 3학년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됐다. 로스쿨 취지가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법적 자격을 가지고 그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게 해주는 거니까, 내 목표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해서 한국에 남게 됐다.
대형 로펌 김앤장을 떠나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김앤장에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담당하면서 많은 선수들의 계약서를 검토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놀라운 경우들을 많이 봤다. 계약서 한 줄 때문에 선수 커리어 전체가 휘청거리는 상황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공익법무관으로 근무할 때는 프로야구 선수 계약서 불공정 조항을 직접 시정하는 업무를 맡았다. 훈련 중 부상 치료비를 선수가 부담하게 하거나, 비시즌 활동까지 구단 동의를 받고 해야하는 등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항들이 많았다. 그때 선수 편에서 전문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해주는 파트너가 필요한 이유를 깨달았다.
실제로 어떤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나.
현재 KBL에서는 김선형, 허훈, 박무빈, 오재현, 이우석, 이근휘 선수 등과 함께하고 있고, WKBL에서는 강이슬, 신지현, 강유림, 이소희, 신이슬 선수 등이 저희와 동행하고 있다. e스포츠 분야에서는 T1의 오너(Oner) 문현준 선수의 콘텐츠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
불과 1년 만에 이런 성과를 거둔 비결이 있다면?
무엇보다 '준비된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창업 전부터 KBO, FIFA, KBL/WKBL 공인 에이전트 자격을 모두 취득했고, 김앤장에서 쌓은 7년간의 실무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었다. 시즌 중에는 거의 매경기 현장에 가서 응원하고, 경기 전후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으며 컨디션이나 고민을 함께 나눈다.

경기장에는 얼마나 자주 가나.
시즌 중에는 경기 있는 날마다 가다시피 한다. 그러다 보니 팀 코칭스태프들까지 다 알 정도가 됐다. 구단마다 온도차는 있지만, 실제로 실무를 하시는 분들과는 사이가 꽤 좋다. 어떤 구단에서는 내가 갈때마다 이긴다고 '승리 요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웃음)
문제는 많이 가다보니 카메라에 많이 잡힌다. 특히 에이전시 소속 선수 둘이 상대편으로 나뉘어 싸우는 경기에서 내가 너무 적나라하게 한 팀만 응원하는 게 중계화면에 보일 때가 있다. 그러면 회사 구성원들이 '대표님 지금 자중하셔야 될 것 같다' 하고 연락이 온다.
협상 테이블에서는 어떤 전략을 사용하나.
시즌 중부터 이미 준비는 시작된다. 선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협상 전략을 구상한다. 해당 선수 모든 기록은 물론이고, 팀 전체 연봉 구조, 샐러리캡 상황, 심지어 다른 선수들 FA 일정까지 파악해서 마지막 날까지 전략을 다듬는다.
김선형 선수 이적이 큰 화제였다.
김선형 선수를 보면서 정말 감동받은 게, 자기관리가 대단하다. 같이 일식집에 갔는데 콜라를 시켰지만 한 입도 안 대더라. 콜라를 엄청 좋아하지만 몸 관리 때문에 안 먹는다고 했다. 38세라는 나이에도 사소한 콜라 하나까지 신경 쓰는 모습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선수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선수로서의 가치 인정'이었다. 단순히 과거의 공로가 아니라, 앞으로도 실력으로 팀의 기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곳을 원했다. KT 문경은 감독님께서 진정성 있는 비전을 제시해주셨고, 그것이 결정적이었다.
김선형 선수가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면서 여러 말이 나왔다.
여러 얘기가 많은 것으로 알지만 내 의견은 중요하지 않고, 밝힐 수도 없다.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박무빈 선수는 최근 '홍석천의 보석함'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어떻게 계약했나.
박무빈 선수는 젊기 때문에 내가 먼저 "부모님과 한번 같이 보자"고 제안했다. 프로가 되기 전까지는 부모님이 모든 것을 헌신하며 키워주신다. 저희가 어떤 생각으로 이 선수를 서포트할 건지 보여드리고 싶었고, 어떤 부모님이길래 이렇게 훌륭하게 키우셨나 듣고 싶기도 했다.
이번에 무빈 선수 연봉 계약하고 나서 부모님이 장문의 문자를 보내주셨다. "무빈이 위해서 고생해 주셔서 고맙다"고. 선수 부모님한테 그런 문자 받은 건 처음이었다.

e스포츠 분야 특급 선수인 오너 선수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나.
e스포츠에서 원하는 조건에 맞는 선수를 찾다 보니 귀납적으로 오너 선수를 찾게 됐다. 오너 선수는 전략적 사고와 콘텐츠 감각을 갖춘 선수이면서, 무엇보다 자신의 직업에 진심이고 매우 순수한 선수다. 단순히 경기를 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팬과 연결될 수 있을지를 늘 고민하는 선수다.
오너 선수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1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성원에 너무 감사드린다. 다만 돈 때문에 하는 건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절대 흑자나기 어렵다. 현역 선수는 업로드를 많이 할 수가 없다. 시즌 중에는 찍을 시간이 없고, 성적이 나쁘면 또 올릴 수도 없다.
오너 선수의 경우 전 세계 팬들이 있다 보니 광고는 잘 들어온다. 그럼에도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간다. 그래도 나는 선수가 유튜브 활동을 하고 싶으면 회사 차원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일단 채널을 열라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분명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본다.
e스포츠 선수들은 연령대가 어려서 관리 방식도 다를 것 같다.
20대 후반이면 이미 베테랑 취급받는 세계다. 그래서 선수뿐만 아니라 부모님들과도 많이 소통한다. 어린 친구들이니까 전문가들을 연결시켜줘서 식견도 넓히고, 세상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주려고 한다. 또한 e스포츠는 태생적으로 글로벌한 특성이 강하다. 유튜브 하나만 켜도 전 세계 팬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선수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뭔가.
'신뢰'와 '선수의 행복'이다. 계약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선수가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수 없다. 그래서 모든 결정에서 선수 의견을 최우선으로 한다.
현재 로펌 '법정' 대표 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에이전트 업무를 함에 있어 법률 전문성이 업무에 어떤 도움이 되나
우선 계약서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다르다. 단순히 연봉 액수만 보는 게 아니라, 보장 조항, 인센티브 구조, 해지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악성 댓글이나 명예훼손 같은 법적 이슈에 즉시 대응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실제로 현재도 몇 건 고소 사건을 진행 중이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선수와 계약 협상을 마친 후였다. 구단 국장님이 '이제 선수 더 많이 들어오시겠네요'라고 말씀해주셨다. 국장님은 처음에는 에이전트에 대한 부정적인 얘기들이 나와서 선입견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협상 과정에서 저희가 준비한 자료와 근거들이 납득할 만했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동석한 감독님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처럼 하시면 잘될 것 같다'며 격려해주셨고, 그때 정말 울컥했다.
실무에서는 선수와 구단이 협상하면서 갈등을 빚는 것을 막고, 저희가 대신 협상하고 조율해주는 역할이 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구단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구단에게도 실질적 도움이 되는 파트너라는 점을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구단과 유통회사 연결이나 각종 계약 지원 등을 통해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접근이 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스포츠 에이전시 시장의 현재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본다. 농구의 경우 공인 에이전트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변호사 자격이 있어야 하는 점이 크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선수들도 점점 에이전트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고, 구단들도 이제는 '전문적으로 하는구나'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다.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은?
저희는 선수들과 나누는 대화의 80%는 현재 커리어에 대한 것이지만, 나머지 20%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설명드린다. 선수에게 하는 질문지 중 장래 계획 항목이 있고 '5년, 10년 뒤에 어떤 모습을 꿈꾸시나요?'라는 항목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선수들이 '이 에이전시에 들어가면 운동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운동에만 전념'이라는 건 단순히 시즌 중 경기 환경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다.
현역일 때, 현역 마무리 시점에, 그리고 은퇴 후까지 선수 인생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이 에이전시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고 싶다. 그래서 단순히 계약만 대리하는 게 아니라, 선수 커리어 전체와 은퇴 후 삶까지 설계하는 '종합 파트너'가 되고 싶다. 해설자, 지도자,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진로를 제시하고, 실제로 그 길을 열어주는 역할까지 하려고 한다. 선수를 단순한 '계약 대상'이 아닌 '전략 파트너'로 본다. 그래서 한 시즌 연봉보다는 세금 구조, 보장 조항, 부가 수익, 커리어 설계, 재테크까지 포함한 중장기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간다.
만약 비슷한 도전을 고민하는 변호사들에게 조언한다면?
감정이나 이상보다 먼저 구조, 수익모델, 리스크를 차분히 점검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하지만 그것들을 따져본 후에도 여전히 마음이 끌린다면, 시도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는 책임을 동반하지만, 그만큼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큰 만족과 성장이 따른다.
마지막으로 한국 스포츠 산업 미래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저는 선수 커리어가 은퇴 이후까지 존중받고, 팬·브랜드·미디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스포츠 생태계를 꿈꾼다. 단순히 경기력으로만 평가받는 시대를 넘어, 선수 개인 정체성과 삶 전체가 하나의 콘텐츠가 되고 브랜드가 되는 구조 말이다. 키플레이어에이전시는 그런 생태계를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 'THE FIRST, THE BEST'라는 저희 슬로건처럼,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첫 번째가 되면서 동시에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김태현 기자 toyo@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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