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11월 13일 최악의 낙폭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가 2.29% 급락하면서 10월 10일 이후 최악의 낙폭을 시현했고, 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 2000은 더욱 가파르게 2.77% 내려앉았다. S&P 500과 다우 지수도 각각 1.66%, 1.65% 하락하며 4대 지수 모두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최근 며칠 동안 계속되는 약세로 나스닥은 한 달간 최악의 날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 낙폭의 배경에는 금리 인하 기대감의 급격한 후퇴가 있다. CME 페드워치 데이터에 따르면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47.4%까지 내려갔다. 동결 확률이 인상 우려를 포함한 다른 선택지들과 경합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한 달 전만 해도 시장은 92% 수준의 확률로 인하를 예상했으나,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됐다. 약세 노동시장 지표가 어느 정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뒷받침했지만, 시장의 초점이 다시금 물가 부담으로 옮겨가고 있는 상황이다.
>> 기술주 차익실현과 '반도체 빼고 다 사라' 현상
기술주 중심의 급락 현상 속에서 흥미로운 투자 트렌드가 등장했다. 월가에서는 "ABC(Anything But Chips)"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반도체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 투자하자는 의미다. AI와 테크 기업들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단행하고, 나온 자금을 에너지와 금융 등 저평가 섹터로 이동시키고 있다는 신호다.
에너지 종목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에너지주 100%가 20일 이동평균선 위에 머물고 있으며, 이 중 엑손 모빌은 올해 들어 약 12~13% 상승률을 기록하며 최고의 주식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테크 기업들은 단기적으로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인프라 확장을 위해 높은 금리로 부채를 조달하고 있는 테크 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구축 등 대규모 자본지출이 필요한 시점에서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경우, 이들 기업의 장기 지속 가능성이 의문의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다.


>> 인플레이션 우려로 돌아선 시장
최근 시장 심리의 변화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전까지 약한 고용지표—버라이즌의 대규모 감원 같은 사례들—에 주목하며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물가 지표로 눈을 돌리고 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연 3.0%를 기록했으며, 10월은 3.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여전히 연준의 2% 목표를 상당히 위회하고 있다. 연준의 여러 위원들이 최근 보수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샌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의 알베르토 뮤살렘 총재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경고했으며, 일반적으로 비둘기파로 알려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오스탄 골스비 총재도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투자 거물들의 신호와 암호화폐의 약세
마이클 버리는 최근 그의 헤지펀드 사이언 자산운용을 청산했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버리는 청산 이유로 "주식시장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초가치 평가의 어려움을 넘어 현재 시장 체계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드러낸 것이다. 연말까지 자금을 현금화하고 투자자에게 환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반등했다. 2025년 연간 수익률은 약 12.98%를 기록했으며, S&P 500의 약 16% 수익률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버핏은 현 상황에 낙담하지 말고 미국의 회복력을 믿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과거 버크셔 주가가 60년간 세 번 50% 이상 하락했지만 항상 반등했다고 회상했다.
암호화폐도 예외가 아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모두 $100,000 이하로 내려가며 가격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25년 사상 최저 수준이며, 주식 시장의 광범위한 약세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태도를 반영한다.
>> 시장의 진정한 신호는 무엇인가
이번 낙폭은 단순한 기술주 조정을 넘어 시장의 심리적 전환을 의미한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테크 기업들의 차입 비용 급증이 장기적 수익성을 위협하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에너지와 금융 섹터로 눈을 돌린 것이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말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급격히 내려앉았다. 이는 최근 몇 개월간 AI 열풍으로 인해 집중된 투자가 광범위하게 분산되는 '리밸런싱' 현상이며, 동시에 시장이 경제의 거시적 불확실성을 다시 직시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버핏의 충고를 떠올려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항상 돌아왔다. 다만 이번 조정 과정이 얼마나 길 것인지, 그리고 어떤 섹터가 궁극의 수혜자가 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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