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6·3 지방선거와 유권자의 역할

현대 사회학의 창시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막스 베버(Max Weber, 1864-1920)는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란 권력의 획득과 배분 그리고 정당한 권위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현실정치의 주체인 '직업 정치인' (statesman)은 기본적으로 열정과 책임감 그리고 균형감각을 갖추어야 하며, 또한 신념 윤리(원칙과 가치)와 책임 윤리(실용과 결과)를 조화시킴으로써 현실의 관리와 발전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어야 한다. 베버의 지적처럼 정치인이란 유일하게 물리적 강제력의 소유가 정당화된 조직인 국가를 운영하는 직업인이라면, 유권자는 정치인에게 한시적으로 주어진 권력이 공적 가치의 관점에서 정당하게 사용되는지 감시하고 심판하는 활동의 주체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약 한 달 후면 유권자들은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인의 행적을 냉철히 평가하는 동시에 새로운 민심을 명확히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할까? 특히 이번 선거가 2026년 현재 지정학적으로 거센 변화의 한복판에 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에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에게 어떤 자세가 필요한가?
베버가 보기에 바람직한 유권자의 자세는 우선 정치의 본질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전제로 한다. 그는 특정 정치인이 확고한 정치적 자기 확신 즉 신념 윤리에 따라서만 판단하고 행동하려 든다면 그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실을 이해하거나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기상황에 맞닥뜨려서는 반복적으로 책임을 회피하다가 결국 국가와 사회를 나락으로 주저앉힐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이러한 통찰은 유권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우리가 감정적 몰입이나 도덕적 확신만으로 특정 정당이나 인물을 지지하거나, 선거 직전의 선정적인 이슈나 여론몰이에 휩쓸린 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경우, 선거 후의 정치 과정은 책임 있는 숙고와 건설적인 실행과는 무관하게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사려 깊은 유권자라면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제시한 주요 정책의 현실성과 공적 타당성,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지, 공직 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 등을 면밀하게 살펴볼 것이다. 특히 생활세계와 밀착된 지역의 일꾼을 선출하는 지방선거에서는 거창한 이념적 대결이나 국가적 의제에 주로 관심을 보였던 미디어 친화형 정치인보다는, 지역사회가 당면한 현실 문제들, 예컨대 복지 행정, 도시계획, 지역 인프라 구축, 인구감소 대응, 주민참여 확대 등 '실천적인 삶(vita activa)'과 연관된 사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거나 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후보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 편, 베버는 투표를 통해 대표자를 선출하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엘리트 정치인이 등장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대중에게 호소하고 권력을 획득하는 절차가 제도적 차원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며, 정치인의 카리스마는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는 동시에 카리스마는 정치의 궁극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며, 그 수단이 공공성을 증진하는 방식으로 사용될 때 비로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자가 발휘하는 카리스마가 현대 정치의 핵심 특징인 통치상의 합리화 과정, 즉 법적·관료적 절차의 안정성, 정책 결정의 예측 가능성, 권한 배분의 투명성 등을 담보하거나 견인할 수 있을 것인지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베버의 관점에서 볼 때, 유권자는 단순히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맹목적 지지자나 추종자로 전락해서는 아니 된다. 이제 우리는 후보자가 공직에의 참여는 '대의에 대한 헌신'임을 명확히 인식한 상황에서 선거에 나서고, 당선 후에도 이 사실을 망각하지 말도록 반복해서 요구하는 '공적 감시자'(public watch)를 자처해야 한다. 이처럼 성찰적 유권자가 빠르게 증가할 때, "정치란 열정과 균형감각 둘 다를 가지고 단단한 널빤지를 강하게 그리고 서서히 뚫는 작업"이라는 베버의 통찰이 한국 사회에서도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서영식 충남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 주문에 세종집무실 설계 보완 검토…"당선작 변경 없다" - 대전일보
- 충남 홍성서 40대 남성 흉기 피습… 50대 용의자 검거 - 대전일보
- 민선9기 출범…대전 정비사업 해법 찾을까 - 대전일보
- 코스피 급등 속 종목별 온도차 뚜렷…신고가·신저가 동반 속출 - 대전일보
- 미래 성장축 좌우할 철도망 가시화에… 충청권 '공동 전선' 난제 - 대전일보
- 대전일보 오늘의 운세 음력 6월 15일, 음력 5월 1일 - 대전일보
- 국힘 "월드컵서 한국인 향한 인종차별 용납 못해…외교당국 대응 나서야" - 대전일보
- "계란, 사고싶어도 없어요"…유통가 덮친 '에그플레이션' - 대전일보
- 한화, 리그 최하위 키움에 충격 스윕패…3연패 수렁 - 대전일보
- 한국 팬 향해 '눈 찢기'…멕시코 관중 인종차별 논란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