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등기임원으로 책임경영 급한데"…안타까움 커지는 삼성전자 [유미의 시선들]

장유미 2023. 11. 21.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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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그룹 총수중 유일한 미등기임원…재계 "사법 리스크 지속돼 '뉴삼성' 추진 못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그룹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5년을 구형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내년에 등기이사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기에 책임 경영 필요성을 지적하며 이 회장이 등기 임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고 있어 이 회장이 경영 전념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확대회담을 마치고 오찬장으로 향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현재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미등기 임원인 상태다. 당초 이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등기 이사로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있었지만,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당시 정기 주총에서 "이재용 회장의 등기 임원 선임 건은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에선 지난해 이 회장이 승진한 후 등기이사로 재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미등기 임원 상태로도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지만, 온전한 '책임경영' 실현을 위해서는 등기이사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이 회장이 2016년 사상 초유의 '갤럭시노트7' 대규모 리콜(제품 회수) 사태가 발생하자 경영 위기를 조기에 정면 돌파하기 위해 등기이사에 오른 바 있다. 이는 그만큼 등기임원으로서 책임경영을 하는 게 삼성전자를 효율적으로 이끄는데 필수 요소라는 것을 방증한다.

당시 이 회장은 2016년 10월 2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됐다.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나선 것은 '갤럭시 노트7' 리콜 파문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오너로서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기소되면서 경영 일선에서 손을 뗐고, 2019년 10월 26일 임기 만료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서울 본사에 걸린 삼성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일단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등기이사 선임이 가능해졌다. 이전까지는 특별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른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5년간 등기이사가 되는 등 경영 일선에 나설 수 없었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시급하다는 명분은 뚜렷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승진하며 본격적인 '뉴 삼성'을 향해 시동을 걸었지만,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구체적인 사업 전략 제시나 컨트롤타워 재건 등 조직 정비를 아직까지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 선언'을 뛰어넘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나 미래 먹거리 전략 등 삼성의 새로운 비전 발표가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크지만,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이 같은 일들뿐 아니라 등기이사 복귀도 당장은 쉽지 않을 듯 하다"고 봤다. 이어 "이 회장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는 것뿐 아니라 '부산엑스포' 유치 등 국익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이 회장에게 이 같은 위기 상황들이 이어져 안타깝다"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 책임경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43조4000억원과 비교해 크게 감소할 것"이라며 "실적 악화기에 책임경영 필요성은 오너 일가의 등기임원 복귀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을 통해 주주가치 증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며 "올해로 종료되는 주주환원 정책의 후퇴 없는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공급 중심의 치킨게임의 결과로 낸드플래시 업황이 재편되고 경쟁사들의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했다"며 "이는 삼성전자의 중장기 상대적 경쟁력 강화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삼성전자가 경영 전략상 변화를 줄 것으로 봤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에선 이 회장의 내년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에 대해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7일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이 회장에게 구형한 상태다. 이 회장에 대한 검찰 구형은 2020년 9월 기소 이후 3년 2개월 만에 나왔다.

이날 검사의 구형은 형의 집행을 미루는 집행 유예의 요건인 '3년 이하의 징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 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를 내릴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렸다. 이 회장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지만, 유죄를 선고 받는다면 앞으로의 경영 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그래픽=조은수 기자]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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