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떠나신 뒤 엄마 집을 정리하던 날이었습니다. 냉장고를 열자 김치통 몇 개가 가지런히 쌓여 있었습니다.엄마가 마지막으로 담그신 김치였습니다. 그중 한 통의 뚜껑 안쪽에 붙어 있던 쪽지를 읽고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냉장고 속 김치통
김치통마다 엄마 글씨로 날짜가 적힌 테이프가 붙어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에는 큰딸 몫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엄마는 해마다 겨울이면 제 몫의 김치를 따로 담가 주셨습니다. 저는 바쁘다는 핑계로 김치를 받으러 가는 것도 자주 미뤘습니다. 그 김치통을 들어 올리는데 손이 떨려 왔습니다.

뚜껑 안쪽의 쪽지
뚜껑을 열자 안쪽에 비닐로 꼼꼼히 감싼 쪽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엄마의 삐뚤삐뚤한 글씨로 김치 담그는 법이 차례대로 적혀 있었습니다. 배추 절이는 시간부터 젓갈 넣는 양까지 하나하나 자세했습니다. 쪽지 맨 아래에는 엄마 없어도 이 맛 잊지 말고 잘 먹어라라는 글이 있었습니다. 저는 김치통을 끌어안은 채 부엌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다시 담근 엄마의 김치
그해 겨울 저는 엄마의 쪽지를 들고 처음으로 혼자 김치를 담갔습니다. 쪽지에 적힌 대로 따라 하는데 자꾸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완성된 김치는 엄마 맛과 똑같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향이 났습니다. 딸이 한입 먹어 보더니 외할머니 김치 맛이 난다며 웃었습니다. 저는 그 쪽지를 액자에 넣어 부엌 벽에 걸어 두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은 떠난 뒤에도 손맛과 글씨로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김치통 속 쪽지 한 장은 엄마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자 다음 세대로 이어질 약속이었습니다.오늘은 부모님께 배우고 싶은 음식 하나를 여쭤보시는 건 어떨까요? 그 시간이 평생 간직할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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