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가동…43개 품목 집중관리”
최고가격제 등으로 상승 일부 억제
생활밀접품목 일일가격조사·관리

국제유가 급등에도 3월 소비자물가가 2.2% 상승에 그치며 예상보다 선방했다. 다만 유가 충격이 석유류에만 우선 반영된 만큼 다음 달부터 항공료와 가공식품, 외식 물가로 번질 가능성이 커 물가 불안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중동전쟁 물가대응팀’을 가동하고 43개 주요 품목에 대한 집중 관리에 나설 방침이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해 전월(2.0%)보다 0.2%포인트 확대됐다.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만에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이번 물가 상승은 석유류가 주도했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9.9% 오르며 전체 물가를 0.39%포인트 끌어올렸다. 2022년 10월 이후 3년 5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경유가 17.0% 급등했고 등유 10.5%, 휘발유 8.0% 등 주요 유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중동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가 2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3월 120달러 수준까지 오른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심의관은 “유가는 석유류에 먼저 반영된 뒤 시차를 두고 확산된다”며 “항공료는 유류할증료 반영 구조상 다음 달부터 상승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수입 농축수산물과 물류비, 가공식품·외식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장기 유가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일 미·이란 충돌이 조기에 종전되더라도 국제유가가 배럴당 약 90달러 수준을 유지해 전쟁 이전보다 약 43%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17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나마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 배경에는 정부의 가격 통제와 농산물 안정 효과가 있었다. 최근 국내외 증권사 11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월 소비자물가가 평균 2.4%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으로 유가 상승분이 일정 부분 억제된 데다, 농산물 가격 하락과 설탕·밀가루 등 원재료 가격 인하도 물가 오름세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5.6%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2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고, 가공식품 상승률도 1.6%로 전월보다 둔화됐다.
김유미 통계청 물가동향과 과장은 “석유류는 최고가격제 요인이 있었고, 가공식품도 설탕과 밀가루 출고가 인하가 반영돼 가격 상승폭이 둔화됐다”며 “농산물은 작황이 좋아져서 과실이나 채소가 가격이 하락했고, 개인서비스도 2월 성수기 영향으로 상승폭이 둔화되는 등 복합적인 이유로 시장 예상치보다는 낮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는 유가발 물가 확산 가능성이 여전히 크다고 보고 추가 대응에 나섰다.
이형일 재정경제부 1차관은 이날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신설 이후 첫 ‘중동전쟁 물가대응팀 겸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공산품과 가공식품 등 43개 특별관리 품목의 가격 동향과 대응 방안을 점검했다.
이에 따라 석유제품 최고가격 조정 이후 주유소의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전국 1만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가격 모니터링과 현장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최근 가축전염병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한 닭고기에 대해서는 공급 확대와 함께 최대 40% 할인 지원을 이날부터 시행한다. 쌀·계란·고등어 등 가격 강세 품목에 대해서도 4~5월 동안 총 150억원 규모의 할인 지원을 추진한다.
이와 함께 특별관리품목 내 공산품, 가공식품, 외식서비스 등 생활 밀접 품목에 대해서는 일일 가격조사가 새롭게 도입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매일 가격 변동을 점검하고, 수급이나 가격 불안이 우려되는 품목은 관리 대상에 추가해 집중 관리할 계획이다.
김용훈·양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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