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머리때문에 고민이에요"…곱슬머리 맞춤 미용실

박혜원 기자 2024. 9. 2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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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스한 곱슬머리 때문에 매직을 자주 했더니 탈모도 있는 것 같고, 모발이 약해진 것 같아 고민이에요.”

지난 25일 서완에스프리 배서완 원장이 고객을 상담하고 있다. 박혜원PD


지난 25일 부산 남구 용호동에 위치한 서완에스프리헤어. 한 고객이 히피펌을 한 듯한 원장에게 곱슬머리로 인한 고민을 이야기하며 상담받고 있었다. “매직하는 것도 지겹다”는 손님에게 원장은 곱슬머리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관리만 잘하면 더 생기 있는 머리카락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곳은 다양한 곱슬머리와 연령대에 맞춰 스타일링해주는 미용실이다.

관리 방법은 곱슬의 패턴을 파악하고, 머리를 말리는 과정부터 진행된다. 컬을 살리기 위해 수건으로 지그시 눌러주듯이 말리면 컬과 볼륨이 더 살아난다. 머리를 말리기 전 오일을 모발에 골고루 발라준 후 가닥씩 나눠 잡아 꼬아주듯이 말린다. 이때 바람이 퍼져 분사되는 디퓨저 드라이기를 사용하면 더 용이하다. 드라이 후 에센스로 마무리해 주니 전에 있었던 부스스했던 머리카락이 온데간데없이 정돈된 모습이었다.

곱슬이 강한 머리카락을 악성 곱슬이라고 부른다. 악한 성질의 ‘악성’과 고불고불한 머리카락을 뜻하는 ‘곱슬’의 합성어다. 심한 곱슬을 악성 곱슬머리라고 표현하고, 곱슬머리를 매직 파마를 통해 펴는 경우가 많다. 드라마에서도 안경을 끼고 곱슬머리인 사람은 미적 기준에 벗어난 사람, 생머리 찰랑찰랑 날리는 인물은 외모가 준수한 사람으로 묘사하기도 하는 등 곱슬머리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실정이다.

서완에스프리의 배서완 원장은 23년째 미용업에 종사하고 있다. 미용업에 발을 들이게된 이유도 곱슬머리와 연관 있다. 배 원장은 “학교 다닐 때 귀밑 3cm가 학교 규정이었다”며 “교칙을 지키기 위해 단발을 했었지만 머리가 부풀어 삼각김밥 모양의 머리가 돼 친구들이 놀려 숨고 싶었다”고 말했다. 배 원장은 이어 “그런 부분을 해소하고자 쇼트커트(short cut)으로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곱슬이 남아있다 보니 선생님이 파마한 것으로 오해해 한겨울에 화장실에 불려 가 머리 감은 적이 있다”며 “곱슬약을 개발하기 위해 중학생의 나이부터 미용에 대해 배웠다”고 전했다.

학창 시절 매직으로 머리를 펴고 다니던 배 원장은 현재 자연 모(곱슬)을 직접 손질한다. 배 원장은 나아가 부스스하고 뜨는 곱슬머리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고객에게 각자의 모발 패턴에 맞는 스타일링을 추천한다. 서비스를 받은 윤혜선(여·50대) 씨는 “곱슬머리다 보니 습할 때, 자고 일어났을 때, 사자머리가 돼서 매번 매직 파마를 했었는데 시간적·경제적으로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타일링을 받아보니 컬을 살리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앞으로도 관리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비용과 시간도 고민이지만 외부에서 곱슬머리에 대해 ‘머리 좀 펴야 하겠다’, ‘머리 왜 이렇게 곱슬해?’ 등의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곱슬머리의 단계 정리 사진. 서완에스프리 제공


곱슬머리에도 단계가 있다. 1단계는 곱슬이 없는 직모, 2단계는 반곱슬 또는 물결 느낌의 약한 정도의 웨이브가 있는 머리를 뜻한다. 2단계보다 머리가 많이 꼬이는 형태를 3단계, 흑인 정도의 말려들어 가는 모발은 4단계다. 배 원장은 “만난 고객 중 70%가 곱슬을 가지고 있는 손님이었다”며 “매직을 안하기 때문에 곱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뒤통수, 앞머리 등 부분적으로 곱슬이 있는 분들도 곱슬머리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곱슬머리는 특성상 잘못 자르면 모양이 어색해지거나 부스스해질 수 있어 곱슬머리의 컬 패턴과 질감을 고려한 섬세한 커트가 필요하다. 그런 만큼 배 원장은 “곱슬머리는 자르는 방법에 따라 관리할 수 있는 난도가 달라진다”며 “보다 쉬운 관리를 위해 머리카락의 패턴을 살려 자르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배 원장은 곱슬머리에 특화된 미용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곱슬머리는 관리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머리가 곱슬인 사람은 최근 유행했던 아이브 장원영의 ‘트위티 앞머리’를 앞머리만 빼 재현할 수 있다. 2단계의 곱슬을 가진 사람들은 드라이만 활용해 고데기한 듯한 여신 머리를 자아낼 수 있으며 3단계 곱슬인 사람은 생기 있어 보이는 ‘히피펌’을 연출할 수 있다. 배 원장은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계속 관리하다 보면 곱슬의 웨이브가 더 살아나기 때문에 더 탄력 있는 머릿결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예쁜 머리카락을 하기 위해 파마를 하지만 태생적으로 얻어진 곱슬머리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자연스러운 곱슬머리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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