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가온칩스의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 기간이 임박했다. 무이자 구조로 설계된 메자닌인 만큼, 재무적투자자(FI)의 차익 실현을 위한 주식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제기된다.다만 전환에 따른 재무 건전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주가 상승세…전환 매력 충분
19일 금융감독원 전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가온칩스는 지난해 4월 345억원 규모의 1회차 CB를 발행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로 설정됐다. 발행 자금은 설계자산 및 개발 소프트웨어 목적의 운영자금(200억원)과 서버, 가속기, 시설 등 개발 하드웨어 구축을 위한 시설자금(145억원) 확보를 위해 활용된다.
해당 물량은 대신증권 등 FI가 보유하고 있다. 대신-SAM 신기술투자조합 제1호가 320억원을 인수했고, 신한-JB우리-대신 상장사 메자닌 신기술투자조합이 25억원을 나눠 담았다. 이자율이 0%인 만큼, 투자자 수익은 주식 전환을 통한 차익에 의존하는 구조다.
가온칩스 주가가 지난 1년 동안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전환가액보다 52% 높은 상태다.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4만3410원으로, 기준가격에 맞춰 결정됐다. 이후 주가는 3~4만원대에서 등락을 이어오다 지난해 말부터 상승 흐름을 보였고, 18일 종가 기준으로 6만5900원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시스템 반도체 수요 증가 기대와 반도체 업종 전반의 주가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환청구권 행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가온칩스 CB의 전환청구 기간은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된다. 전환 시 발행 가능한 주식 수는 79만4747주로, 발행주식 총수 대비 6.4% 수준이다.
절대적인 희석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보호예수 조항이 없고 전량이 유통 가능 물량이라는 점에서 단기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무이자 CB의 경우 주식 전환 후 시장 매도를 통해 수익을 실현하는 구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과거 유사 사례도 존재한다. 대신증권이 참여한 대신-신기술투자조합 제11호는 2021년 샘씨엔에스 CB를 전량 인수한 뒤, 전환가액 조정(리픽싱)과 주가 반등 국면을 활용해 전환청구권을 전량 행사했다. 전환가액은 6429원에서 최저 리픽싱 한도인 5465원까지 낮아졌고, 이후 주가상승 구간에서 전환이 이뤄지며 발행주식 총수의 27%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풀렸다.
35% 콜옵션 행사 여부 '관전 포인트'
1회차 CB에서 회사에게 보유한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 여부는 변수로 남았다. 콜옵션 물량은 35%이며, 행사 주체와 목적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3자에게 전량 양도할 경우 2.34%의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 콜옵션은 다음달 3일부터 행사할 수 있다.
전환이 이뤄질 경우 재무적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가온칩스는 CB 관련 이자비용과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실적에 반영됐다. 실제로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 144억원을 기록했다. 전환가액과 실제 주가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회계상 손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부담은 CB 전환에 따라 해소될 수 있다.
가온칩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약 122억원, 단기금융상품은 29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과 비교해 유동성은 일부 개선됐지만, 주문형반도체(ASIC) 개발 확대를 위한 투자를 늘리는 터라 콜옵션 전량을 행사하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가온칩스는 2024년 3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167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 역시 3분기 누적 기준 -213억원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회사 측은 "시설투자 증가 및 엔지니어 인력 확보에 따른 고정비 증가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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