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좌초에 당국 제재까지…OK금융, 멀어진 종합금융그룹의 꿈

OK저축은행의 최근 2개년 순이익 및 NPL 비율 추이 /그래픽=김홍준 기자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종합금융그룹' 구축이 난항을 겪고 있다. 페퍼저축은행과 상상인저축은행 인수합병(M&A) 협상이 모두 결렬되면서 외형 확장이 좌절된 데다 금융당국의 징계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계열사들의 실적도 부진한 가운데 최 회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주목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의 페퍼저축은행 인수 협상이 최근 중단됐다. 앞서 상상인저축은행 M&A 실패에 이어 또다시 고배를 마신 것이다. OK금융은 페퍼저축은행 인수를 위해 2개월간 실사한 뒤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가에 대한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가격협상은 마쳤지만 고용승계 등 세부 사항이 조율되지 않아 인수가 수포로 돌아갔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징계 통보도 받았다. 금감원은 OK저축은행에 기관경고와 함께 3억7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OK금융이 2023년 6월까지 대부업에서 철수한다고 밝혔으나 계열사 일부가 지난해 말까지 대부업을 유지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대주주 적격성 유지 요건 심사 과정에서 대부업 계열사 정보를 빠뜨리기도 했다.

그룹 차원의 징계는 아니지만, 향후 M&A 등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제재의 종류로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기관경고, 기관주의가 있는데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취급한다. 금융사가 기관경고를 받게 되면 1년 동안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진출 길이 막힌다.

대부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종합금융그룹 전환을 꿈꿔온 최 회장의 구상이 시련에 직면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그룹의 모태가 된 대부업 철수를 계기로 OK금융은 임직원 모두가 꿈꾸고 바랐던 새로운 흐름에 올라섰다"며 "창립 이후 24년간 늘 그래왔던 것처럼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않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외부 확장이 좌절된 OK금융은 하반기 내실경영에 힘쓸 방침이다. 핵심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의 경영지표가 기대치를 밑도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2013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업계 자산 규모 1위를 차지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1분기 순이익은 114억원으로 전년동기(149억원)와 비교해 23.5% 하락했다. 건전성 회복도 필요하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같은 기간 9.48%에서 9.85%로 상승했다. 연체율은 9.08%로 저축은행 평균(9.00%)보다 0.08%p 높았다.

/그래픽=김홍준 기자

OK캐피탈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1분기 33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전환했지만 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연체율은 18.2%, NPL 비율은 49.74%로 나타났다. 이는 총여신 1조1803억원의 절반가량인 5871억원이 부실채권이라는 뜻이다.

OK금융은 올해 건전성 지표 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OK저축은행은 자산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NPL 채권 정비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OK캐피탈 역시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동시에 대출채권 상·매각, 경·공매를 활용한 부실채권 관리와 PF 재구조화 등으로 자산 정상화에 나선다.

OK금융 관계자는 "협상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입장은 없다"며 "저축은행 제재와 관련해서는 모두 사후조치가 완료된 상황이며, 인수 협상의 주체도 OK금융이지 OK저축은행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한편 최 회장은 2002년 원캐싱을 설립한 뒤 여러 대부 업체를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최 회장은 2014년 예주저축은행, 예나래저축은행을 사들이며 저축은행업에 진출했다. 2015년에는 씨티캐피탈을 인수해 OK캐피탈로 바꾸며 캐피털 업계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김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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