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노인체육 대안공간이지만…안전 등 이유로 개방 꺼려

유정환 기자 2024. 9. 24. 19: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산 복지스포츠 도시로 <2> 학교를 활용하라

- 시민에 운동장·체육관 개방
- 부산진구 개성고가 모범사례
- 노인회 그라운드골프 회원들
- 주3회 운동장 빌려 게임 즐겨

- 학생보호 취약·시설관리 안돼
- 학교는 “솔직히 안하고 싶다”
- 지자체가 활용 방안 찾아야

“학교 개방률 높여줘요.” vs “관리 안 돼 개방 안하고 싶어.”

부산에서 학교 개방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곳은 부산진구에 위치한 개성고다. 야구부와 축구부가 있어 2개의 운동장을 사용하는 개성고는 일과 시간에도 지역 주민에게 그라운드골프장을 개방하고, 야구부와 축구부가 운동을 하지 않는 시간에는 야구장과 축구장에서 주민의 걷기를 허용한다. 개성고는 어느 학교보다도 개방에 적극적이지만 학교 내부에서는 개방을 꺼리는 분위기도 있다. 지역 주민의 요구가 거세 학교를 개방했지만 학교가 상시 개방돼 있다 보니 안전사고 우려가 높아지고 그에 대한 책임도 학교에 지워지기 때문이다. 체육관 개방도 시설 사용료를 받고는 있지만 실비 수준이라 재정적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인을 포함한 지역 주민의 운동시설 부족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면서 학교에 피해가 가지 않는 현명한 해법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회원들이 24일 오전 부산진구 개성고 게이트볼장에서 환하게 웃으며 그라운드골프를 즐기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학교 시설 많이 개방해줘요”

24일 오전 8시40분 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의 그라운드골프 회원 20여 명이 개성고 야구장 옆 게이트볼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2015년 학교 내 게이트볼장 조성 때 노인회 측에서 잔디 심는 비용을 내면서 매주 화·목·금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동안 회원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대한노인회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에 따라 학교교육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무상사용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학교가 흔쾌히 개방한 것이다. 노인회 윤종문(86) 그라운드골프 회장은 “우리 모임 최고령자는 93세로 60세 이상의 회원들이 어울려 운동을 즐기고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종준(89) 씨는 “지난달 날씨가 너무 더워 집에만 있었더니 무기력해지는 것 같더라”며 “그라운드골프를 시작한 지 3년이 되었는데 또래들과 함께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도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운동을 하는 등 꾸준히 체력관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약 20명의 남녀 어르신들은 2~4명씩 짝을 이뤄 힘차게 코스를 돌았다. 그라운드골프는 8개 홀을 골프채 하나로 공을 때려 홀에 넣으면서 순차적으로 8개 홀을 도는 게임으로 게임당 약 10분이 걸린다. 한 게임을 하고 나면 또다시 조를 짜 새로운 게임을 한다. 가장 많이 참가할 때는 40명 넘게 참가해 골프장이 북적거릴 때도 많다. 안남연(76) 노인회 부산진구지회장은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그라운드골프를 할 수 있어 개성고에 감사하고 있다”며 “그라운드골프는 넓은 면적이 필요하지 않아 다른 구나 학교도 공터를 어르신들의 건강관리를 위해 개방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받은 만큼 베풀고 싶어 운동을 하기 전 회원들이 간단한 청소 및 잡초뽑기 등을 하고 있다. 1년에 1번 계약을 갱신하는데 학교가 우리를 잘 이해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개방 안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

“지난해 개성고를 찾은 한 남성이 야구부 선수의 등을 칼로 찌르려고 한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다른 야구부원이 이를 발견하고 남성을 제압하면서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자칫하면 심각한 인명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개성고 이한홍 예체능교육부장은 지난해 학교에서 심각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뻔한 일을 회고하면서 “솔직한 마음으로는 학교개방을 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이나 부산시교육청이 지역 민원을 이유로 요구하니 개방에 동참해 왔지만 배달 오토바이는 물론 차량들도 수시로 드나들어 학생 안전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학생안전을 위해 수업을 시작하면 정문과 후문을 닫아야 하는데 주민이 수시로 학교에 와서 운동하다 보니 문을 닫지 못한다”며 “최소한 차량 통제라도 해야 하지만 주민 반발이 커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 시설을 개방하더라도 수익적인 이득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신경써야 할 일이 많아지면서 교직원들 역시 개방을 꺼리는 분위기다. 현재 월·수·금요일에 체육관을 이용하는 배드민턴동호회가 다른 날도 개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추가로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부장은 “학교 개방을 꺼리는 분위기는 학년이 높아질수록, 여학생이 많을수록 두드러지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 개방을 요구할 경우 지자체가 안전 관리 요원을 지원하고, 안전사고 책임에서 학교장 및 교사를 제외시키는 등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개성고 체육시설 외부 개방 현황 자료=개성고
재산명 단체명 사용일시
마사운동장 동원축구회 일요일(오전 9~11시), 지역주민(매일 오전 6~8시, 오후 4시30분~7시30분)
인조잔디축구장 백양축구연합회 등 5곳 일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체별 2시간씩
인조잔디야구장 부산사회인야구연맹 등 3곳 매주 토요일(오후 1~5시)·일요일(매주 오전 9시~오후 5시)
체육관 백양배드민턴클럽 월·수·금 오후 7시~밤 10시(토·일요일에는 체육관 수시개방)
게이트볼장 대한노인회 부산진구지회 화·목·금 오전 9~12시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