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인터내셔널(Greenpeace International)과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이 공동으로 실시한 글로벌 여론조사에서, 전 세계 시민 10명 중 8명이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추가 과세를 통해 기후재난 피해 복구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독일 본에서 6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62차 유엔기후변화회의(SB62)에 맞춰 18일(현지시각) 발표됐다.
유엔기후회의에서는 2035년까지 매년 최소 1,300억 달러의 기후 재원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여론조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거주하는 13개국(남아공, 독일, 브라질, 캐나다, 스페인, 미국, 프랑스, 인도, 이탈리아, 케냐, 멕시코, 필리핀, 영국)에서 실시됐으며, 수입 수준, 정치 성향, 연령대와 관계없이 일관된 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오염자에게 비용 부담시켜야” 81% 찬성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1%는 폭염, 홍수, 가뭄, 산불 등 기후위기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있어 해당 기업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찬성했다. 또 86%는 이 세수입이 기후위기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사회에 사용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후재난 생존자를 위한 복구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66%가 ‘석유·가스 기업’이라고 답했으며, ‘일반 근로자’(5%), ‘소비재’(9%), ‘기타 기업’(20%)은 상대적으로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초과이익세로 첫해 4000억 달러 가능
옥스팜이 별도로 실시한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585개 화석연료 대기업에 대한 초과이익세를 부과할 경우, 첫해에만 최대 4,000억 달러의 세수가 가능하다. 이는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하는 연간 기후 손실과 피해 비용(2900억~1조 450억 달러)과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다.
2024년 기준 이들 585개 기업은 총 5,830억 달러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이는 2009년 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이 가운데 340개 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옥스팜은 이들의 단일 연도 배출량만으로도 향후 100년간 전 세계적으로 약 270만 명의 열 관련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들, 정치인의 기후 책임 강화 원해”
응답자의 68%는 화석연료 산업과 초고소득층이 자국의 기후 정책 결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77%는 화석연료 기업 및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에게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그린피스의 글로벌 캠페인 총괄인 레베카 뉴스섬은 “시민들은 폭풍, 가뭄, 화재의 배후에 석유와 가스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후 재난의 비용을 시민이 아니라 오염자가 부담하도록 정책을 바꾸는 것이 정의롭고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옥스팜 인터내셔널의 아미타브 베하르 사무총장은 “석탄·석유·가스 기업들은 수십 년 전부터 자사 제품이 기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익을 추구해 왔다”며 “이들 기업의 탐욕이 특히 개발도상국의 생명과 생계를 파괴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을 규제하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린피스와 옥스팜은 이 같은 과세 조치가 각국의 독자적인 정책을 넘어서, 유엔 차원의 공정한 조세 협약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초국적 대기업이 조세를 회피하지 못하도록 하고, 신속하고 공정한 기후 대응 재원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초과이익세는 동시에 재생에너지 투자의 수익성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어, 에너지 전환과 정의로운 기후정책의 핵심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오염자가 비용을 낸다’는 원칙이 글로벌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본회의에서의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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