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 최고의 슈퍼스타와 결혼한 여자의 삶, 어땠을까?

▲ 영화 <프리실라> ⓒ 오드 AUD

[영화 알려줌] <프리실라> (Priscilla, 2023)

독일 주둔 미 공군 장교의 딸인 14살 '프리실라'(케일리 스패니)는 어느 파티에서 당대 슈퍼스타이자, 미군 복무 중이던 '엘비스 프레슬리'(제이콥 엘로디)를 마주한다.

'프리실라'는 자신과 단둘이 남겨져 있을 때는 의외의 면모를 보여주는 '엘비스'에게 마음을 내어주게 되고, 두 사람의 사이는 점차 깊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프리실라'는 '엘비스'의 연인이 되어, 호화롭고 아름다운 저택 '그레이스 랜드'에서 함께 살게 되고, 팬들의 시기와 질투는 물론 모든 이들이 시선을 한눈에 받으며 ‘엘비스’의 여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2023년 베니스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어 케일리 스패니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프리실라>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화려한 존재 뒤에 늘 가려져 왔던 전 부인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시선을 통해 10대 시절 만남부터, 길었던 교제 기간과 결혼 생활을 사랑, 판타지, 스터덤의 묘사로 그려낸 전기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2003년)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썸웨어>(2010년)로 베니스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매혹당한 사람들>(2017년)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각본의 틀을 잡는 데 있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원작인 프리실라 프레슬리의 회고록이자 베스트셀러 <엘비스와 나>를 주된 소스로 삼았다.

감독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기기묘묘한 별세계로 여행을 떠난 소녀가 그에게 이별을 고하며 보다 또렷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이야기에 감명을 받았다.

소녀 시절의 추억들에 겹겹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극 구성 또한 회고록을 통해 구상한 것.

이러한 회상들에는 돌이켜 본 훗날의 애틋함이 묻어남은 물론, 자신이 내렸던 선택들이나 사랑의 한계에 대한 연민의 마음도 담겨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프리실라 본인과의 대화를 통해 그의 관점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되었다고.

예전부터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영화를 즐겨 보았던 프리실라는 감독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사건들은 물론 당시의 감정이나 인상들을 공유했고, 코폴라 감독은 일관되게 그의 관점을 가감 없이 옮기는 접근을 택했다.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당시 프리실라는 너무나 어린 나이였기에, 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런저런 의문점이 들게 마련이다. 이런 의문들을 담아두고, 대신 열린, 그리고 공감하는 마음으로 당사자가 전하는 회상을 듣고 그걸 솔직하게 반영하기로 했다. 그의 이야기는 당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경험이었을지에 대한, 하나의 극단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또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성장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여느 서사에서는 엘비스가 주인공이었겠지만, 소피아 코폴라가 그려낸 <프리실라> 속 엘비스는, 매우 의도적으로 '프리실라의 이야기 속 조연'으로 등장한다.

감독은 기존의 전형적인 권력 관계를 뒤집어 프리실라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면서도, 은밀한 비밀을 나누는 절친 같았던 친밀한 둘의 관계 또한 잊지 않고, 고스란히 작품 속에 녹여냈다.

이어 "10대 소녀가 자기보다 나이 많은 유명인 남성에 대한 환상을 갖는 건 참 흔한 일이다. 그 환상이 현실이 된 '프리실라'의 귀결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호화로운 그레이스 랜드에서의 시간을 통해 프리실라 본인이 원하는 바가 어떻게 변했는지도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한 감독의 말처럼, <프리실라>는 자신을 삼켜버릴 것 같은, 아름답지만, 폐쇄된 세계 속에서 주체성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소녀에 대한 영화다.

이런 <프리실라>는 패션 브랜드 '샤넬'이 메인 투자한 작품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샤넬은 1930년 영화 제작사 사무엘 골드윈의 영화 의상을 제작하기 위해, 할리우드로 건너갔던 가브리엘 샤넬이 시작한 인연을 이어받아, 제7의 예술에 몸담은 감독과 기관들을 지원하고 영화 제작을 장려하고 있다고.

여기에 샤넬의 앰배서더로 활동 중이고, 작품마다 황홀한 영상미를 선보이는 소피아 코폴라의 연출이 시너지를 발휘,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뿐만 아니라, '엘비스 프레슬리'의 의상에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가 참여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집에서 편히 쉴 때조차 완벽하게 코디된 옷을 차려입기로 유명했던 만큼, 영화 속 '프리실라'와 '엘비스'의 패션에도 디테일을 더했다.

한편,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프리실라 프레슬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프리실라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솔직함을 느꼈고, 영화 전체가 프리실라 1인칭 시점에서 전개되는 만큼, '프리실라'의 이러한 철없는 순진함과 내적 성장 과정을 동시에 담아낼 수 있는 배우를 찾고 싶었다.

그렇게 캐스팅한 케일리 스패니에 대해 코폴라 감독은 "정말 표현력 넘치는 표정을 가졌고, 다양한 연령대를 연기하는 능력이 뛰어난 배우다. 촬영 순서가 극 중 시간의 흐름과 다르게 진행되었는데도, 한순간에는 독일에 도착한 15살 소녀였다가, 순식간에 그레이스 랜드에 갇힌 20대 임산부로도 변신한다. 양쪽 모두 마치 진짜 같은 연기를 해냈다"라고 말했다.

배역 준비를 위해 캐일리 스패니는 당시의 영상, 음악, 텍스트 등을 살펴보며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엘비스' 역은 지금까지 영화, 텔레비전, 그리고 문학에서 다뤄진 수많은 '엘비스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인물을 찾고 싶었다고.

무대가 아닌 무대 밖, 사적 공간에서의 엘비스를 표현해 줄 배우를 찾기 시작했던 감독은 프리실라의 눈에 비친 그의 유약함, 의심들, 그리고 허점들을 보여줄 배우로, 제이콥 엘로디를 떠올렸다.

넷플릭스 <키싱 부스> 시리즈에서 학교의 인기 스타 '노아'로 등장해 눈도장을 찍은 제이콥 엘로디에 대해 소피아 코폴라 감독은 "제이콥 엘로디는 이미 본인 고유의 자연스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배우다. 그는 엘비스의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프리실라에게 보였을 감성적인 면모들을 연기에 담아냈다. 제이콥 엘로디는 엘비스에 대한 프리실라의 진술을 기반으로, 항상 뭔가를 찾아 헤매면서도 쉽사리 좌절했던 남자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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