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정책 대전환] HD현대인프라코어·건설기계, 동반 소각 '합병 포석'

바우마2025 HD현대인프라코어 부스 전경/사진 제공=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인프라코어가 HD현대그룹 편입 이후 두번째 자사주 소각에 나선다. 이번 소각은 단순 주주환원 차원을 넘어 HD현대건설기계와 합병을 앞두고 주주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내달 자사주 373만9794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해당 물량은 신탁계약을 통해 매입한 것으로 이익 소각을 목적으로 사뒀다.

1년 전에도 694만7586주를 매입해 소각한 적이 있다. 또 올해 4월에는 과거 두산그룹의 자회사로 있던 시절 두산에너빌리티와 분할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 6만4835주를 없앴다.

기존 1억9259만주였던 HD현대인프라코어의 발행 주식 수는 8월 소각 후1억8885만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두산그룹 시절에는 자사주가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두산인프라코어였던 2009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자사주 1180만주를 처분해 1911억원을 확보했다. 해당 자사주는 주가 안정 목적으로 미리 사뒀던 것으로 결국 재무구조 개선에 쓰이게 됐다. 당시 부채 규모가 자기자본을 4배 초과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심각했다. 리먼 사태 등 글로벌 경기 위축과 밥캣 M&A 등 공격적 투자에 따른 후유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1년 HD현대그룹 편입울 기점으로  재무 위기가 일정 부분 진정되면서 자사주도 다시 본래의 기능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소각과 올해의 소각은 각각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지속된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2022년~2024년 3년 연속 '별도 순이익 기준 배당성향 30% 이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지난해의 경우 배당성향은 6%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부족한 배당금의 보조적 수단으로 56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소각을 시행했다.

올해 소각은 HD현대건설기계와 합병과 맞물리면서 양사 간 주주정책 일관성을 강조하는 선제적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내년 1월 통합 법인인 HD건설기계 출범을 앞두고 양사는 이달 중 주주로부터 합병 반대 의사를 접수한다. 반대 주주는 9월 임시 주총 이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2500억원, HD현대건설기계는 1500억원으로 각각 매수청구 한도를 정해둔 상태다. 이를 초과하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으로 주가를 끌어올려야 한다.

이번 자사주 소각은 주주의 반대 의사 통보 전 이뤄지는 만큼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또한 HD현대건설기계 역시 8월 13일자로 약 28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할 방침이어서 이런 해석에 힘이 실린다.

HD현대건설기계는 작년에도 HD현대인프라코어와 동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이는 양사 간 경영 기조가 이미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통합된 후에도 주주 친화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신호로 시장에 기대감을 심어주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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