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통해 삶을 묻다] 얼굴은 내 것 아닌 남의 것이죠
내 얼굴이 바깥 향해 있는 것은
안 못지않게 중요해서에요

우리는 남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 꽃을 가꾸듯 가꾸는 얼굴은 내가 보는 것이 아니라 남이 본다. 거울 앞에서 비친 내 모습은 진짜 내 모습일까? 엄밀하게 따지면 실제의 내 모습이 아니라 좌우가 바뀐 모습이다.
내 얼굴은 타인을 만나는 순간 타인에게 노출된다. 타인을 위해 우리는 그토록 집중해서 얼굴을 가꾸는 것일까? 열심히 얼굴을 가꾸며 살아왔지만, 진작 얼굴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다면, 이문재 시인의 시 '얼굴'을 가만히 읽어 보는 것도 좋다.
이문재 시인의 시 '얼굴'에서 시적 화자는 '얼굴은 남의 것이다'라고 한다. '손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것', '누군가에게 내밀기 위한 것이다'라고 단정짓는다. 손이 그렇다면 얼굴은 어떠해야 할까? 나는 나를 볼 수 없고 얼굴은 바깥을 향해 있다. 바깥을 향한 얼굴이 내 얼굴이 아니라면 내 얼굴은 만나는 낯선 이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손이 누군가를 잡아주는 것처럼 얼굴은 누군가에게 위안을 줄 수 있다. 예쁜 얼굴을 가꾸어 보이는 것도 좋지만 부드러운 표정과 웃는 얼굴은 보는 이의 영혼을 위로하고 웃게 할 수 있다. 우리가 그토록 얼굴을 가꾸어 온 것은, 손이 다른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것처럼, 얼굴 또한 내 앞에 오는 이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면 내 안에 있는 아름다운 마음이 내 얼굴을 가꾸게 하고, 가꾼 내 얼굴을 타인에게 작품으로 선보이고 싶은 마음인지도 모른다.
얼굴은 나름의 개성을 지닌 작품으로 타인 앞에 있는 것은 아닐까. 타인 또한 내 앞에서 작품으로 서 있다. 얼이 지나가는 굴을 얼굴이라고 했던가? 그 얼을 지닌 사람이, 얼을 가꾼 사람이 내 앞에 서 있고, 그 사람은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 얼을 지켜본다는 것은 내 전부를 본다는 것이다.
얼굴 - 아주 낯익은 낯선 이야기
내 얼굴은 나를 향하지 못한다
내 눈은 내 마음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손은 내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얼굴은 남의 것이다
손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것
누군가에게 내밀기 위한 것이다
입과 코가 그렇고
두 귀는 물론 두 발도 그러하다
안 못지않게 바깥이 중요하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 앞에 있는
나 또한 가장 귀중한 사람이다
조금 낯설지만
알고 보면 아주 낯익은 이야기다
-이문재 시집 「혼자의 넓이」(창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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