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바디’ 정지우 감독 “애로감독이라는 말도 이제 상처 되지 않아”[EN:인터뷰③]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1월 18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썸바디'는 애정, 집착, 살의의 하모니를 그려낸 서스펜스 스릴러다.
소셜 커넥팅 앱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개발자 김섬(강해림 분)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김영광 분)와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해피엔드', '은교', '유열의 음악앨범' 등을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썸바디'를 통해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 강해림이 제2의 김고은으로 주목 받고 있는데 앞으로의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 제2의 김고은이 되면 더이상 바랄게 없다. 김고은 양의 최근 드라마를 보고 너무 감탄했다. 너무 멋있었다. 성취의 문제를 이야기 한다기 보다 배우로 생생함이. 얼마 전에 김고은 양이 데뷔 10주년 팬미팅을 했다. 너무 좋아보였다. 강해림 배우도 그런 생생함을 담는 배우로 뻗어나가면 바랄게 없을 것 같다.
- 김고은 팬미팅 무대에도 올랐는데 ▲ 망신망신 개망신이었다. 나는 거기 관객이 되고 싶었는데 오려면 출연을 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보고 있는데 내가 몰랐던 것은 배우들만 무대에 나오더라. 내가 올라갈 자리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올라갔는데 긴장이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김고은 양도 그렇게 긴장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긴장한 김고은을 본 적이 없는데?'라고 문자 했더니 '본인은 손을 떨고 있던데'라고 답이 오더라. 분위기를 쎄하게 만들고 왔다. 민망했다.
- 신체 장애인, 성소수자 캐릭터 등 소재를 드라마에 녹인 이유가 있다면? ▲ 기획의 첫 단계가 악당을 물리치는 세명의 사람이었다. 그 사람들이 무언가 자기 고민이 각자 있는 상태인 이야기가 시작이었다. 그게 좋았다. 전제는 그런데 상황 묘사는 평범하게, 보통이고, 특별하지 않게 그릴 수 없나 라는 것이 목표였다. 외적으로 심각하게 자존감이 부숴져 있지 않게. 보통의 욕망과 보통의 일상을 누리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다는게 목표였다. 그래서 특별히 캐릭터에 이름을 붙여서 '그런 캐릭터가 이렇게 작동하는 익숙한 것'이 없어서 낯선 불편함이 있을 수는 있겠다 생각했다.
- 세 여성 중 김용지가 연기한 목원은 소수자이고 무당이다. 설정의 이유가 있다면? ▲ 특별히 의도가 있지는 않았다. 이 사람은 마음에서 균형을 어떻게 잡고 있을까 궁금했고 그것이 흥미로웠다. 자기의 직업적 믿음과 자기의 욕망이 함께 하기 어려운 조건인 것 같다. 그래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디테일하게 살리고 싶었던 의도는 신내림을 받고 무언가를 수행하는 무당도 연차에 따라 이 사람이 해낼 수 있는 능력치가 다르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포함시키는게 좋았다. 함부로 굿을 해서도 안되고 감당할 수 없는 굿이고 신엄마 입장에서 신딸이 하는 일이 염려스러운 상황이 생긴다. 그런 초입에 있는 무당이라 생각하고 가는게 재밌었다.
- 제작자인 아내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의 피드백이 있었나 ▲ 과거에 서로 일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엄청나게 고통스러웠다. 그 다음부터 절대 서로 일에 대해 말을 안한다. 이 시리즈와 관련해 단 한마디도 힌트를 준 적이 없다. 얼마나 조마조마했겠냐. 오픈 되는 순간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한번에 봤다. 말을 조심하느라 한 이야기는 본인이 제일 좋았던 건 썸원 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리고 무서운 순간들이 있었다고 하더라.
- 19금이 아니라 29금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에 대한 지적도 있었는데 연출 의도가 있나 ▲ 29금이라는 범주가 있다면 29금 영화를 만들고 싶다. 자극과 상관 없이 더 지루한 이야기조차도. 신체 훼손이 되는 직접적인 묘사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 생각되는데 그 안에 있는 관계나 마음이 엄청나게 자극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긴 하다. 이 소재의 출발이 그걸 빼고 만들 수는 없었다. 그걸 뺐으면 '명백한 한계를 보였다'고 했을거다. 직접적인 폭력 묘사로 모사가 바로 이루어질 것 같은 폭력이 되지는 않아야겠다는 생각은 강력하게 있었다. 다만 심리적인 압박, 심리적인 두려움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넷플릭스가 준 기회로 상대적으로 더 무심하게 만든 건 맞다. 더 설명해야 하는 장면을 덜 설명하고 이해가 안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좀 덜해진 느낌이 있어서 조금 더 함축적이고 한번 더 생각해봐도 될, 자기가 이어 붙여야 앞뒤가 연결되는 면이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즐거움이 있긴 했다.
- '썸바디'도 그렇고 그간의 작품이 '야하다', '선정적이다'라는 것에 초점이 가는 면도 있는데 ▲ 그게 상처였던 시대가 있고 다르게 보이고 싶은 마음도 있었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늙어가면서는 '내가 애로 감독인거 아시죠?' 하는 농담도 크게 상처가 아니다. 별로 괴롭지 않다. 그래도 봐주시면 고맙다. 안 보고 욕하는 것보다 보고 화내는 분이 낫다. 화내도 한번 더 보면 고맙다. 그게 진심으로 상처가 되는 나이는 지났다. 달관이라기 보다 부질 없다. 애태워보니 소용 없고 부질없다. 알아주지도 않고. 속만 상하느니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겠다는 마음이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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