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식욕 없다는 사람, 이 질환 의심해야 합니다

“요즘 입맛이 없어요.”
날이 더워지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 중 하나다. 기온이 30도를 넘는 한여름에는 식욕이 감소하는 현상이 흔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 증상이 단순히 더위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입맛이 사라진 상태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거나 체중이 빠지기 시작한다면,몸 어딘가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여름철 식욕감퇴는 특정 질환의 전조 증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열 때문이 아니라 ‘위’ 때문일 수 있다 – 위염·기능성 소화불량
덥다고 냉면, 아이스커피, 빙수 등 찬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다 보면 위장은 점점 소화 능력을 잃게 된다. 위벽은 36.5도의 체온에 맞게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차가운 음식이 반복적으로 들어오면 위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위산 분비가 비정상적으로 줄게 된다.
그 결과 나타나는 것이 바로 만성 위염 또는 기능성 소화불량 증상이다. 공복감이 없고, 억지로 먹으면 더부룩하거나 트림이 자주 나고, 식사 후 피곤함이 심해지는 사람이라면 더위보다 위장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여름철엔 외식이나 간편식 비중이 높아지고, 체내 수분 부족이 위 점막을 약하게 만들면서 위염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도 식욕을 떨어뜨린다
여름철은 갑상선 기능이상 증상이 드러나기 쉬운 계절이다. 고온 환경은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부담을 주고, 특히 갑상선 기능저하증일 경우, 몸이 쉽게 지치고 식욕도 급격히 감소한다.
문제는 이 증상이 단순 더위와 비슷해서 놓치기 쉽다는 것이다. 식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고, 최근 체중 변화가 뚜렷하다면 기능 이상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계절성 식욕저하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때문인데, 그 근원에 갑상선 호르몬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여름에도 찾아오는 ‘계절성 우울’이 있다
덥고 습한 날씨는 감정 상태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기온이 높고 밤잠을 설치는 날이 계속되면, 뇌의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분비가 줄어든다. 이로 인해 기분 저하, 식욕 감소, 피로감,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로 여름형 계절성 우울(summer seasonal affective disorder)이다.
대부분 가을·겨울 우울만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여름에도 뚜렷한 환경 스트레스성 우울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식욕부진은 감정 상태의 반영일 수 있으며, 아무리 영양제를 챙겨 먹어도 개선되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식욕이 없는데 감정 기복이 함께 있고, 일상이 귀찮거나 무기력하다면 단순 피로가 아닌 심리적 원인을 의심해봐야 한다”라고 조언한다.
체내 염분 불균형도 식욕을 뺏는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 칼륨 같은 전해질도 함께 손실된다. 이때 전해질 불균형 상태에 빠지면 미각과 식욕에 이상이 생긴다. 음식을 먹어도 맛이 없고, 입맛이 돌아오지 않으며, 심하면 어지럼증과 메스꺼움까지 유발될 수 있다.
이를 예방하려면 땀을 많이 흘린 후에는 순수 생수보다는 전해질을 보충할 수 있는 이온음료나 소금이 조금 포함된 보리차 등을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하루 1~2회는 따뜻한 국물이나 죽, 미음 등을 통해 위장과 전해질을 동시에 회복시켜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입맛이 없을 땐, 위장이 아니라 ‘몸 전체’에 물어봐야 한다
여름철 식욕이 떨어지는 건 누구에게나 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단순히 ‘더워서’가 아니라, 위장 건강, 갑상선, 정신 건강, 체내 전해질 상태까지 다양하다는 점은 간과하기 쉽다.
특히 1주 이상 식욕이 없고, 체중이 줄거나 활동량이 급격히 감소했다 면한 번쯤은 혈액검사, 위내시경, 심리 상태 평가 등을 병행해 볼 필요가 있다. 입맛은 건강의 거울이다. 여름철 ‘식욕 감퇴’라는 사소한 증상 이 몸의 이상 신호일 수 있음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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