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 나라
롯데쇼핑 경영권 인수 촉각
콜옵션 행사하지 않을 가능성 ↑
최근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 나라가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하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전략적 투자자(SI)인 롯데쇼핑의 경영권 인수 여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롯데에 오는 7월까지로 연장된 콜옵션 행사 기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인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 등장했다.
실제로 중고 나라의 지난해 매출은 118억 원으로 전년보다 6.1%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은 21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38억 원의 영업손실에 비하면 절반 가까이 줄었지만, 중고 거래 시장의 전반적인 성장 흐름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팽배한다.
실제 중고 나라의 매출 증가율은 2022년 16.7%, 2023년 10.3%에서 지난해 6.1%로 계속해서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들은 실적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당근마켓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89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1% 성장했고, 영업이익 25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어 번개장터도 같은 기간 매출 449억 원, 영업손실 9.6% 개선 등 양호한 흐름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중고나라는 2023년 최인욱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조직개편과 수익성 중심의 전략 전환을 추진해 왔다.
다만,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으면서, 대주주 지분 인수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더욱 복잡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롯데쇼핑이 중고 나라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은 오는 7월 만료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 옵션은 2024년 7월까지였으나, 실적 부진과 내부 판단에 따라 1년 연장된 바 있다.
앞서 롯데쇼핑은 지난 2021년 중고 나라의 지분 47.06%를 확보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당시 유진자산운용과 오퍼스 프라이빗에쿼티(PE)가 주도한 인수 거래에 300억 원을 투자했고, FI 지분 69.88%에 대한 콜옵션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 제도는 필요시 최대 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 따르면 이 시기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중고 거래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롯데가 시장 성장성과 자사 유통·물류 인프라의 시너지를 노리고 진입한 시점이었다. 다만, 이후 양사 간 협업이 세븐일레븐의 픽업 서비스 도입 외에는 사실상 실적과 연결되지 못했고, 중고 나라 역시 구조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롯데가 최근 공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돌입한 점도 인수 가능성을 낮추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컬은 지난달 일본 레조낙 지분을 2,750억 원에, 2월엔 파키스탄 법인을 979억 원에 각각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도 최근 롯데렌털 지분을 1조 5,800억 원에 넘기며 자금 유동성을 확보한 상황이다.
덧붙여 롯데 웰푸드 증평공장, 코리아세븐 ATM 사업, ‘L7 강남 바이 롯데’ 호텔 매각 등을 통해 비핵심 자산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의 악재는 중고 나라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는 롯데지주가 비슷한 기간 투자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도 철수 수순을 밟으며, 스타트업 투자를 둘러싼 전략 재조정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021년 와디즈에 800억 원을 투자해 2대 주주에 올랐으나, 지난해 말 보유 지분 전량을 한국투자증권에 넘기고 주가 수익 스와프(PRS)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콜옵션이 포함돼 있지만, 사실상 철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는 와디즈가 지난해 매출 432억 원, 영업손실 72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손실을 줄였지만, 완전 자본 잠식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IPO도 계속 미뤄지고 있으며, 실적 부진으로 인해 기업가치 역시 하락한 상태다. 이에 투자금 대비 약 77%의 손실을 감수한 롯데지주의 철수는 내부 유동성 사정과 투자 효율성을 반영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편, 중고나라는 롯데의 콜옵션 행사 여부와 무관하게 독자 생존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 블라인드 출신 이승준 최고 사업 책임자(CBO)를 영입하며 플랫폼 수익화 강화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는 거래 안전 결제, 배송 기능 고도화, B2C 서비스 확장 등을 통해 흑자 전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중고 나라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 계획에 따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반면에 롯데쇼핑 측은 “중고 나라 경영권 인수 여부는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고 나라의 최대 주주는 유진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PEF)로, 롯데는 47.06%를 보유한 전략적 투자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FI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남아있지만, 재무적 환경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2025년 안에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은 적다는 시각이 팽배한다. 즉, 스타트업에 대한 롯데그룹의 투자 전력이 더욱 보수적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롯데그룹의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불확실성이 큰 벤처 투자에 대한 비중은 낮추는 기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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