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체 늘고, 양질의 제조업 감소
대한민국 인구는 2020년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사업체 수는 매년 증가세다. 속을 들여다보면 질 좋은 제조업체는 줄고, 영세 자영업체는 늘고, 사업체 대표는 늙어가는 등 질이 나빠졌다. 중앙일보가 최근 창간기획으로 보도한 ‘2024 자영업 리포트’의 단면이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3년 전국 사업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전체 사업체 수는 623만8580개로 집계됐다. 2022년 사업체 수(613만9899개)보다 9만8681개(1.6%) 늘었다. 같은 기간 사업체 종사자 수도 2521만7123명에서 2532만1526명으로 10만4403명(0.4%) 증가했다.
이미 인구 ‘자연 감소’ 시대에 접어든 상황과 딴판이다. 매년 늘던 국내 인구는 2020년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기 시작했다. 인구가 주는데 사업체 수가 늘어나는 건 경제에 활력이 돌아서가 아니다. 고령화 시대에 먹고 살길은 막막한데 일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 전체 취업자 4명 중 1명꼴로 자영업자이고,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이 5070세대다. 사업의 ‘양’은 늘었지만, 사업의 ‘질’은 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 뿐 아니라 최근 내수 부진의 여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제조업 중심의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들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자영업자 폐업 지원을 강화해 재기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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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체 39%가 도·소매, 숙박·식당
산업별로 봤을 때 질 좋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체 수는 1년 새 5만4000개(-9.2%)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영세한 일자리로 분류되는 도·소매업은 5만3000개(3.5%), 피부 미용, 간병 등 기타 서비스업은 2만7000개(5.5%), 배달 종사자 등 운수업은 2만5000개(3.8%) 각각 늘었다.
종사자 수도 같은 기간 제조업은 3만8000명(-0.9%) 줄었지만 보건·사회복지업은 숙박·음식점업은 7만8000명(3.5%) 늘었다. 지난해 전체 사업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도·소매업이 25.2%로 가장 컸다. 숙박·음식점업(13.8%)이 뒤를 이었다. 전체 사업체 10곳 중 4곳가량이 두 업종이란 의미다. 제조업체 비중은 8.5%에 그쳤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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