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은 레버리지로 큰 거 한방 꿈꿔도… 자녀 계좌엔 美 우량주
투자 상위에 애플·테슬라·엔비디아·구글·MS
코카콜라, 슈드 ETF 등 안정적 배당 종목도 선호
인생역전 한 방을 노리는 ‘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 부모라도 자녀의 주식 바구니에는 장기 투자에 적합한 우량주를 챙겨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만 19세 미만) 주식 계좌에는 애플·테슬라·알파벳(구글) 등 미국 대형 기술주가 주요 투자 종목으로 담겼다.
미성년 계좌에서는 선물·옵션 등 금융 파생상품을 지렛대로 활용해 기초지수 상승률의 통상 1.5~3배 수익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품을 찾기 힘들었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 종목 상단을 차지한 성인 계좌와 다른 모습이었다.
14일 조선비즈는 키움증권과 토스증권에 의뢰해 미성년 계좌 투자 내용을 살폈다. 자녀의 자산을 불려주고자 일찌감치 미성년 계좌를 개설하는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키움증권의 미성년 계좌 수는 2021년 말 39만개에서 올해 8월 말 54만개로 늘었다. 토스증권은 작년 10월 ‘아이 계좌’ 서비스를 도입하고 1년도 되지 않아 미성년 계좌 3만2000여개가 신규 개설됐다.
키움증권 미성년 계좌에서 지난달 말 기준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애플이었다. 애플 뒤를 테슬라, 알파벳 클래스A 등이 따랐다. 이들 종목은 작년 추석 연휴 직전인 2023년 9월 말 기준으로도 미성년 계좌 보유 1~3위를 차지한 바 있다. 올해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해 온 엔비디아는 지난해 5위에서 올해 8월 4위로 한 계단 올랐다. 미국 대형주 수익률이 좋다 보니 투자 수요도 꾸준한 것이다.
코카콜라가 5위에 올랐다. 국내 전체 미국 주식 보관 규모에서 코카콜라 순위가 30위 밖인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순위가 높았다. 코카콜라 투자자는 연간 3%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주가도 장기간 우상향 곡선을 그려 왔다. 자녀 계좌에 담아 투자하기 적합한 종목으로 꼽힌다.
반면 키움증권 미성년 계좌 해외 주식 보유 비중에서 지난해 8위였던 ‘TQQQ’ ETF는 올해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TQQQ는 나스닥지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다. 성년 계좌에선 TQQQ와 미국 반도체 지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SOXL ETF가 지난달 말 비중 기준 4위와 5위에 올랐다. 자녀 계좌와 부모 계좌 간 레버리지 ETF 선호도 차이가 있는 셈이다.
이는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레버리지 ETF의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레버리지 ETF는 하루 수익률을 기준으로 이른바 ‘음의 복리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A지수가 하루 10% 하락하고, 이튿날 10% 상승하면 100에서 99가 된다. 1% 손실이다. 하지만 A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3배로 추종하는 ETF는 100에서 70으로 떨어진 뒤 91로 회복하게 된다. 손실 규모가 9%인 셈이다. 주가가 꾸준히 우상향하지 않고 등락을 거듭하면 레버리지 ETF는 손실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구조다.
토스증권 미성년 계좌에서도 이달 3일 기준 보유 상위 해외 주식은 테슬라·애플·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기술주였다.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슈드(SCHD)’로 불리는 ETF가 뒤를 이어 5위에 올랐다. 슈드는 미 자산운용사 찰스 슈왑에서 운용하는 대표적 배당 ETF다. 장기간 배당을 지급한 100개 기업을 기초 자산으로 삼는다. 현대 슈드 기초 자산 가운데 비중 4% 이상 종목에는 록히드마틴·애브비·코카콜라·블랙록 등이 있다.
미성년 계좌에서도 해외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미성년 계좌 보유 국내 주식 순위는 1위부터 5위까지 삼성전자, 삼성전자우, 카카오, 네이버, 현대차로 지난해와 동일했다. 같은 기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는 8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수익률 격차 탓이다. 이달 10일 기준 미국 S&P500지수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0%가 넘지만, 코스피지수는 마이너스(-) 상태다. 3년 수익률로 보면 S&P500지수는 22.7%인 반면 코스피지수는 -18.6%로 격차가 더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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