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뿐만 아니라 해외 경쟁 업체도 놀라게 한 6세대 '소나타'
2009년 출시된 6세대 모델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소나타라는 이름과 문짝이 4개 달린 중형 세단이라는 것을 빼고는 아예 다른 차 수준으로 달라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하나같이 무던하고 평범하게 생긴 차들 사이에서 난데없이 이런 차가 튀어나온 데다 그 차가 또 '무난의 극치'를 추구하던 소나타였으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죠.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 흐르는 듯한 조형을 테마로 했다는 외관은 앞에서 뒤로 잡아당긴 듯 쭉 찢어진 눈매와 팽팽하게 당긴 사이드 캐릭터라인, 날카로운 후면 디자인으로 우아하면서도 공격적인 인상이었습니다.
여기에 BMW처럼 하늘을 향해 접히는 사이드미러, 쏘나타에는 영원히 없을 것만 같았던 18인치 대구경 휠, 특히 전륜구동 임에도 최대한 짧아 보이도록 디자인은 프론트오버행과 트렁크 리드까지 매끈하게 이어지는 루프라인은 2004년 벤츠 'CLS'가 포문을 연 '4도어 쿠페'라는 장르에 근접한 생김새였죠.
쏘나타 트랜스폼이 중년 부부가 타고 다닐 법한 차였다면 YF 쏘나타는 그들의 자녀가 타고 나와도 어울리는 차가 됐을 정도로 젊어졌어요.
물론 이런 전위적인 디자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많았습니다. 이 당시 현대차의 패밀리룩을 벌레에 빗대어 '충'룩이라고 칭하기도 했고, 강렬한 크롬 그릴은 제네시스 생선뼈 그릴에 이어 '삼엽충'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한편 소나타 디자인에 놀란 건 국내외 '소비자'들 뿐만이 아니었는데요. 경쟁사, 특히 일본 업체들이 이 소나타를 보고는 충격을 받아 차기작을 준비하는 데 엄청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업계에서는 꽤나 알려진 사실입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실내는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거대한 'Y'자를 이루는 센터패시아는 직전 모델과 궤를 같이 하면서도 고리타분한 우드그레인을 배제하고 금속 장식과 블랙 하이그로시를 꾸며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는데, 스티어링 휠 디자인부터 버튼 하나까지 어느 하나 독특하지 않은 게 없는, 정말이지 파격적인 변화였죠.
화려한 2-실린더 타입 계기판은 가운데 컬러 LCD 정보창을 더해 디자인과 기능성을 모두 잡았고, 패들시프트, 운전석 메모리 시트, 후방 카메라를 더한 7인치 내비게이션과 업그레이드 된 모젠 시스템 등 최신 편의 사양이 추가됐습니다.
특히 SUV 투싼에 이어 세단까지 내려온 파노라마 선루프는 드레스업 효과와 함께 상당한 개방감을 선사하면서 이 모델의 중요한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했죠.
현대차의 장기인 공간에 대한 만족도 역시 전작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요. 외관에서 짐작되듯 헤드룸에서 손해를 보긴 했지만, 그만큼 시트 포지션을 낮춰 여전히 차급에 걸맞는 쾌적한 거주성을 확보했고 패밀리카나 택시로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수동식 후방 커튼은 사라졌지만 대신 뒷좌석 에어벤트와 열선 시트를 모두 마련하면서 단점을 보완했고, 나중에는 1열 전동 시트와 통풍 시트, 옵션에 따라 뒷좌석 6대4 폴딩을 지원해 길이가 긴 물건을 실어나를 수도 있었죠.
파워트레인은 직전 모델의 2.0L 세타2 엔진을 주력으로 이후 고급 사양으로 GDi 기술을 적용한 2.4L 세타 GDi 엔진을 추가해 전작의 2.4L 자연흡기 엔진은 물론 경쟁차를 압도하는 출력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습니다. 이번에도 전용 레터링과 듀얼 머플러로 구분할 수 있었어요.
이와 더불어 기존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변경했고 변속기를 전부 6단으로 바꿔 스스로를 부정한 것도 포인트였죠. 덕분에 확실하게 개선된 연비와 여전히 편안한 승차감, 실용 구간에서의 경쾌함은 만족스러웠지만 고속으로 갈수록 붕 뜨는 듯한 특유의 낭창낭창함과 이 시기 MDPS를 탑재했던 현대기아차 대부분이 공유한 이질적인 조향질감,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빠지고 더블위시본에서 보급형 '맥퍼슨 스트럿'으로 교체된 전륜 서스펜션 등 주행품질이 오히려 전작보다 퇴보했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작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디젤은 i40에 양보하고 이번작에서 빠졌지만, 대신 '이 모델'을 투입해 아쉬움을 달래줬습니다.
2011년에는 쏘나타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야심차게 내놓은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기록하면서 해외 시장에 유리한 가솔린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결과물인데요. 차 좀 아시는 분들은 기억하실 '베르나', 클릭 가솔린 하이브리드는 사실 특수 목적으로 제작한 시범작인 데다 관공서 등에 소량 공급됐고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처럼 엔진 구동 없이는 주행할 수 없는 마일드 하이브리드이니 논외로 치고요.
드디어 모터와 배터리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한 국산 풀 하이브리드 모델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죠. 소나타 하이브리드는 2.0L 누우 엔진과 전용 6단 자동 변속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리터당 16.8km라는 준수한 연비를 내세웠고, 당시 높은 인기를 끌던 수입 디젤 세단과 '캠리 하이브리드'를 정조준했습니다.
전용 휠과 하이브리드 레터링, 전용 컬러만으로는 부족했는지 'blueDrive'라는 브랜드에 맞게 바다에서 꺼내온 듯한 전면부,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범퍼로 외관을 차별화했고, 실내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위한 전용 계기판과 소프트웨어로 남다른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장미꽃 모양의 LED 테일램프는 지금 봐도 독특하네요.
다만 당시에는 대중적으로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지 않았고 현대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 또한 높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불티나게 팔리지는 않았지만 유류비에 부담을 느끼던, 특히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소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기존 2.4L GDi 엔진 대신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새로 개발한 2.0L 세타2 터보 GDi 엔진을 탑재해 파워풀한 성능과 준수한 연비를 선사한 'F20 터보' 모델도 등장했습니다. 고배기량 V6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엔진인 만큼 같은 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경쾌한 성능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었고, 같은 엔진을 탑재한 기아 '스포티지 R', 'K5'와 함께 '인터넷 슈퍼카' 계보에 오르기도 했죠.
하지만 가속 성능이 문제가 아니었던 소나타의 부족한 주행품질과 나름 보강을 했음에도 여전히 버거워하는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이른바 '탈국산급'의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기대했던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비록 아쉬운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두 모델 다 생김새에 어울리는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매력을 뽐냈고 나름의 수요를 확보해 더 업그레이드된 후속 모델이 등장하는데 훌륭한 발판이 됐죠.
2011년 하반기에는 단순한 연식 변경치고는 대대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부담스러웠던 크롬을 줄이고 한결 차분해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견고한 느낌의 멀티 스포크 휠, 부츠 타입 기어레버 같은 내외관 디자인뿐만 아니라 기존 2.0L 세타2 가솔린 LPi 엔진을 2.0L 누우 엔진으로 변경하고 5단으로 차별받던 LPi 모델의 자동변속기를 6단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의아할 정도로 큰 폭의 개선이 이루어졌습니다.
액티브 에코 시스템, 택시 모델에만 제공하던 공회전 방지 장치 ISG를 적용해 경제성에 집중한 모델인 '블루세이버' 트림도 신설됐는데, 이거 정차 중 'D'가 아닌 중립 'N'에다 넣어야 오토스탑이 작동하는 특이한 방식이었죠. 아마 블루세이버나 택시 부활 타시는 오너분들은 지금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거에요.
한편 1년 뒤 출시된 정식 페이스리프트 모델 '쏘나타 더 브릴리언트'는 반대로 의아할 정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는데요. 그동안 현대차의 행보하는 다르게 호평 받던 디자인을 괜히 뜯어고치기 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한 모델이었습니다. 외관도 자세히 뜯어 보면 프론트 범퍼와 휠 디자인을 새롭게 다듬어 세련미를 더했고 LED를 적극 사용해 '브릴리언트'라는 닉값은 했죠.
여전히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뽐내는 실내는 곳곳에 소재를 개선했고 최신 텔레맥틱스 '블루링크'가 도입되면서 8인치로 통일된 내비게이션, 근본 없던 공조장치에 '졸라맨'이 빠지는 등 소소한 디테일을 수정해 외관과 마찬가지로 한결 단정해진 분위기였습니다. 이 특유의 스포티한 분위기 때문에 디자인만큼은 오히려 후속인 'LF'보다 낫다고 평가하시는 분들도 많죠.
또 오토홀드가 포함된 전자식 주차브레이크와 스티어링 휠 열선같이 국내 소비자들이 사랑헤 마지않는 편의기능이 추가된 것도 환영할 만한 부분이었고 개인적으로 후방 카메라가 '띠용' 하고 나오던 이 고급형 오디오가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때 밀던 룸미러 속 카메라도 생각이 나고요.
끝물부터 선반영 된 파워트레인은 높아진 출력을 체감하긴 힘들었지만 NVH가 보강됐는지 주행 중 소음이 줄었고 꾸준히 개선된 전자제어장치와 서스펜션 세팅 실력으로 직전 모델보다 주행 품질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현대차의 자체 튜닝 브랜드인 'TUIX 패키지'를 선택하면 좀 더 스포티한 소나타를 만들 수도 있었죠. 여전히 거친 MDPS의 조향감과 불안한 고속주행 안정성 등 부분 변경 모델의 한계가 느껴졌지만 여러모로 소비자들의 지적을 수용해 완성도를 끌어올린 모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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