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김고은이 말하는 관계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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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은중과 상연>으로 또 한 번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김고은. 지난 12일 공개된 이 작품은 30년 넘는 시간 동안 질투와 동경, 애증이 뒤섞인 두 친구의 이야기를 그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개 직후 넷플릭스 한국 차트 1위에 오르며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김고은은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개인적인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김고은은 "개인적으로 제가 겪은 감정들을 올바르게 쓸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며 "딱 그 시기에 내가 겪었던 감정들을 쓸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났다는 게 신기했다"고 표현했다. 김고은은 개인적인 시기에 겪은 감정들과 작품이 맞물리면서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주변 연락 많이 와서 안도...긴 서사 책임감 있게 담으려 노력했다'
20대부터 40대까지의 은중을 연기하기 위해 체중 조절까지 감행한 김고은. 그는 "20대 초반 제 사진을 보니 젖살이 있었다. 그래서 20대를 연기할 때는 6kg 정도 찌웠다가, 30대 때 3kg 감량, 40대 때 3kg를 더 빼서 정상 체중으로 맞췄다"며 캐릭터에 대한 세심한 준비 과정을 공개했다.
박지현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상연 역할을 누가 해줄까 걱정했는데 지현이가 캐스팅됐다는 말에 뛸 듯이 기뻤다"며 "현장에서 40대 은중이가 된 마음으로 지현이를 바라보고 살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은중과 상연> 공개 후 주변 반응이 어떤가요?
너무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특히 배우 선배님들과 업계 분들이 많이 연락 주셔서 안도했습니다. 근래 보기 드문 긴 서사의 이야기이고 호흡이 굉장히 길었던 작품이어서 '잘 봐질까?'라는 걱정이 있었는데, '연속해서 계속 볼 수 있었다', '이틀 밤새서 봤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셔서 안도감이 확 들었어요.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작가님이 조력 사망이라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동행하는 사람, 그리고 남아있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했을 때 마음이 끌렸다.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서 반가운 마음이 훨씬 컸어요.
본인과 은중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비슷한 부분이 정말 많은 것 같아요.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게 뭐든 굉장히 신나거든요. 노래를 잘한다, 춤을 잘 춘다, 연기를 잘한다 이런 걸 보면 제가 막 희열이 느껴져요. 그런 동경이 비슷한 것 같고, 자기 일에 대해서 굉장히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하는 점도 같아요. 저도 일을 너무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거든요.
극 중 20대부터 40대까지 시간이 지나는 모습을 연기한다.
20대 초반을 생각해보고 제 사진을 보기도 했는데 그때 젖살이 많았다. 그 부분을 가져가고 싶어서 6kg 정도 찌우고, 30대를 연기할 때 3kg 빼고, 40대 때 3kg 빼서 다시 정상 체중으로 맞췄어요. 30대는 PD라는 일이 중심적인 시기라 직업에서 오는 기운이 은중에게 묻어있다고 생각했고, 40대는 작가라는 직업으로 바뀌면서 좀 더 차분한 기운에 중점을 뒀어요.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면?
'니가 얼마나 반짝반짝 빛이 나는 아이였는지 알면 너한테 그런 짓 못해'라는 말이 마지막 애정의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누가 끝내 널 받아주겠니'라는 말은 깊은 애정이 있었던 사람의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애정으로 끌어서 얘기하는 것 같다고 받아들였어요.
상연 역 박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상연 역할이 너무나 깊은 서사와 넓은 감정선들을 소화해내야 하는 역할인데, 지현이가 캐스팅 됐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뛸 듯이 기뻤어요. 박지현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연기적으로 너무 신뢰하는 배우라고 생각했거든요. 지현이는 자기 관리를 엄청 잘하고, 이너뷰티에도 관심이 많은 친구예요. 발레도 오래 했잖아요.
반대로 저는 촬영할 때 림프가 안 좋아서 항상 팔다리가 저린 상태인데, 지현이가 만져보면 '안 답답해? 어떻게 살아?' 이럴 정도로 답답해해요. 그러면서 '어디 가서 일단 혈을 뚫어야 되는 거야' 이런 얘기를 해주죠. 요즘에는 지현이를 따라가는 게 많아요. 어디를 소개시켜주면 같이 따라가고, 운동도 함께 하고 있어요.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하셨는데?
배우이기 전에 제 인생에서 겪는 일들이 있잖아요. 저만의 개인적인 시기에 겪는 감정들을 굉장히 올바르게 쓸 수 있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딱 그 시기에 내가 겪었던 감정들을 쓸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났지?'하면서 신기했고, '내가 올바르게 쓸 수 있어서 다행스러웠다'는 마음이 들게 해준 작품이었어요.

관계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나요?
모든 관계는 다 같다고 봐요. 연인이든 친구든 가족이든 저는 다 같다고 생각해요. '믿음', '신뢰' 이런 말들보다는 '내가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이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니까 내가 선을 지키고, 이 사람이 싫어하는 거 안 하고,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하는 거죠. 관계는 쌍방이기 때문에 상대방도 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같았을 때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고 생각해요.
스위스 촬영은 어땠나요?
진짜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은중이도 상연이도 사실 스위스에서 울고불고 하지 않잖아요. 다 울음이 없는 상태에서 신들을 소화해내야 했어요. 저는 은중이의 다짐은 '스위스 가서 상연이 앞에서 절대 울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했어요. 그래서 연기가 항상 뻐근했어요.
차라리 속 시원하게 울음을 터트렸으면 나았을 텐데 울음을 계속 참고 있다보니, 촬영하는 내내 뻐근하고 울컥울컥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지현이가 극F(MBTI)라서 눈만 마주쳐도 막 울었어요. 그런 눈물을 항상 머금고 촬영을 했던 시간들이었어요.
조력 사망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요?
'찬성한다', '반대한다'를 논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 고통을 직접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은 다 개인 선택인 거고요. 근데 그런 생각은 했어요. 정말로 소중한 누군가가 동행을 해달라고 하면 그건 기꺼이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영민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감독님을 저희끼리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얘기해요. 너무 담백하시고 감독 권위 의식 같은 게 전혀 없어요. 현장이 굉장히 어수선하지도 않고 큰 소리가 나지도 않으면서도 착착착착 조용히 진행되는 게, 감독이 갖고 있는 리더십이거든요. 진짜 작품 같은 사람이에요.
평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나 과정이 궁금해요.
작품 선택의 기준은 그때그때 좀 다른 것 같아요. 항상 유지되는 기준이 되는 건 없는 것 같고요. 저를 객관적으로 봤을 때 글을 잘 본다거나 대본을 잘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일단은 저희 회사 대표님한테 가장 많이 조언을 구해요. 그리고 회사 내에서도 대본 잘 보는 언니가 있어서 꼭 읽히고, 그다음에 나도 읽고 우리 팀장도 읽고 매니저도 읽고 주변 사람들 모두 다 읽혀요. 각자의 생각을 조합해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혹은 내가 못 봤던 거를 봐주기도 하고 그러면서 작품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흥행이 안 될 것 같아도 배역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하는 경우도 있나요?
네, 그렇죠. 사실 저는 <은중과 상연>도 이야기의 힘이 갖고 있는 게 크다고 생각했지, 이 작품이 '꼭 흥행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물론 흥행하면 좋겠지만요. 작품성이나 이야기가 주는 의미를 더 중요하게 보는 편이에요.

연기 인생에서 지금은 어떤 시기인가요?
요즘 '그래도 잘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해요. 칭찬도 많이 받고 있고요. 사실 모든 작품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같은데, 때로는 잘 맞아 떨어지고 때로는 그렇지 않기도 하거든요. 지금은 저에게 좋은 시기인 것 같아요. 그동안 현장에서 꾸준히 묵묵하게 해온 것들을 이 시기에 알아봐 주시니까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 작품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느껴져요.
사람의 내면을 면밀하게 보게 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어떤 감정이든 단순화하지 않고 접근을 하는 느낌이 강했고, 그렇게 표현을 해볼 수 있는 게 배우로서는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다루기 어려운 주제나 소재를 덧붙이지 않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작품이어서 제 마음에 많이 남게 되는 것 같아요.
<은중과 상연>을 봐야할 이유나 관전 포인트를 소개해주신다면?
시작하면 계속 봐지는 작품이에요. 처음엔 잔잔할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보면 볼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아져요. 단순히 슬프거나 아픈 기억만 떠올리게 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의 인생이나 나의 가치관,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거든요. 보고 나면 마음이 한번 정리되는 그런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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