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형 강제입원 허위 발언 아냐” 김명수 체제의 판례에 이재명 또 기사회생?
‘대장동 50억 클럽’ 권순일 등 무죄 취지 파기환송에 ‘손’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두 번째로 맞은 정치적 위기를 넘어설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 국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국회 국정감사가 7일 시작됐지만, 이곳에서도 이 대표의 재판 상황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오는 11월 두 건의 사건으로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의 무거움을 보여주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의 정치적 생명을 살린 '김명수 대법원'의 과거 판단에 주목하는 법조계 시선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에게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2심과 달리, 대법원은 팽팽한 입장차 속에서 가까스로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당시 결정적 영향을 끼친 인물이 '대장동 50억원 클럽'의 권순일 전 대법관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다. 이들이 만든 판례가 이 대표의 이번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팽팽한 견해차, 김명수-권순일의 '한 표' 역할 컸다
지난 2020년 7월16일,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당시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던 날이다. 이날 선고는 생중계됐다. 사회적 관심이 컸던 국정농단 사건의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선고가 생중계된 전례는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대법원 선고가 중계된 것은 흔한 풍경은 아니었다.
당시 사건은 이 대표의 허위 발언에 대해서였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한 TV 토론회에 나와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할 때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런 발언이 허위사실이라는 지적이 정치권 일각에서 나왔다. 자연스레 수사 의뢰가 이어졌다. 1심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지만, 2심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일반 형사사건(금고 이상)과 달리 벌금 100만원 이상 형만 확정돼도 직을 잃는다. 대법원이 2심 판단을 확정하면 이 대표는 직을 잃는 상황이었다는 의미다. 피선거권이 박탈되면 차기 대권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 대표의 정치적 위기를 살린 건 대법원이었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전원(14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가 이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다. 당시 선임이던 권 전 대법관은 유·무죄 의견이 5대 5로 갈린 상황에서 무죄 의견을 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도 다수인 무죄 의견을 내면서 7대 5가 됐다. 이 대표에게 면죄부를 준 대법원 판단에서 이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원 선고 직후인 2020년 9월 퇴임했다. 퇴임 직후엔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 핵심 인물 김만배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일했다. '대장동 50억원 클럽' 가운데 한 사람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재임 당시 김씨에게서 거액을 받기로 하고 이 대표의 사건을 파기 환송하는데 역할을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도 불거졌다. 김선수 당시 대법관은 과거 이 대표의 다른 사건 변호인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건을 회피했다.
"김문기 모른다" 수 차례...'의도적 왜곡' 변수
당시 대법관들의 견해차는 팽팽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을 비롯해 김재형·박정화·민유숙·노정희·김상환 대법관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견해를, 박상옥·이기택·안철상·이동원·노태악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결과적으로 파기환송에 힘이 실리면서 이재명 대표는 허위사실공표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우선 이 대표가 친형의 정신병원 입원을 지시하고 재촉한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토론은 후보자 사이에서 질문과 답변, 주장과 반론에 의한 공방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즉흥적·계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표현의 명확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토론회에서 후보자 등은 다른 후보자의 질문이나 견해에 대해 즉석에서 답변하거나 비판해야 하는 입장에 있다"며 "다른 후보자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하지 않는 한 자신이 처한 입장과 관점에서 다른 후보자의 발언의 의미를 해석하고 대응하며, 이에 대해 다른 후보자도 즉시 반론하거나 재질문 등을 하면서 검증하는 것이 선거 과정상 일반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면서 "설령 후보자 등이 부분적으로 잘못되거나 일부 허위의 표현을 하더라도 토론과정에서의 경쟁과 사후 검증을 통해 도태되도록 하는 것이 민주적"이라며 "국가기관이 아닌 일반 국민이 그 토론과 후속 검증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가 옳고 그른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단은 유지되고 있다. 이 대표의 이번 선거법 위반 사건도 이에 구속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 법조계의 판단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오는 11월 1심 선고를 앞뒀다. 2021년 대장동 개발 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다.
다만 이 대표가 방송인터뷰 등에서 수 차례에 걸쳐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발언했는데, 법원이 이런 반복적인 입장에 대해 '의도적'으로 판단할지는 변수다.
이 밖에 법원은 오는 11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에 대해서도 선고를 할 예정이다. 이는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의혹이다.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취재했다가 벌금 150만원을 확정 받았는데,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이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말해(허위사실 공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대표에게 위증을 요구받은 인물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은 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인정한 바 있다.
법원은 지난해 9월 이와 관련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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