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리는 카타르, 술·노출·애정표현은 징역감? 사실은...

인현우 2022. 11.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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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소비 가능
복장·소란·애정표현 등 경기장에선 유연할 듯
정치적 시위 금지·인권 보장 우려는 계속
19일 카타르 도하 알비다공원에서 열린 '피파 팬 페스티벌'에서 에콰도르 국가대표팀 팬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거 참 곤란한데."

카타르 월드컵 도중 경기장 내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월드컵 후원사인 맥주 업체 버드와이저가 공식 트위터에 남긴 메시지다. 이 메시지는 현재 삭제됐다.

중동 무슬림 국가에서 최초로 열리는 월드컵이다 보니 카타르 현지의 보수적 법조문이 외부 서방 세계와 충돌하며 온갖 풍문을 낳고 있다. 주로 외국인들도 따라야 하는 현지의 법률 때문에 행동의 자유가 극히 제한된다는 내용인데, 술은 물론 복장과 응원, 심지어 애정표현마저도 법의 저촉을 받을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구 언론들은 실제로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비롯해 세세한 규제가 적용되는 터라 더 개방적인 국가에서 카타르로 여행하는 경우에는 관광객이라도 처벌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영국 스포츠 전문매체 애슬레틱에 따르면 주류 등 몇몇 부분을 제외하고는 외국인들의 경우 복장이나 응원장에서의 활동, 사생활 면에서 제재가 처벌까지 이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공공장소에선 따지 않은 술도 못 들고 다녀

19일 카타르 도하에서 월드컵 스폰서인 버드와이저 제공 맥주를 판매하는 모습. 도하=AP 연합뉴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브라질은 국제축구연맹(FIFA)의 압력으로 경기장에서 술을 팔 수 없다는 법령을 수정해야 했다. 제롬 발케 당시 사무총장이 "술은 월드컵의 일부"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FIFA가 개최국의 눈치를 봤다. 카타르는 19일 돌연 경기장에서 모든 술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원래는 경기장 내에서도 군중과 관계가 없는 고급 부스 등 지정된 지역에서만 술을 팔고 소비할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없던 일이 됐다.

카타르에서는 지정된 식당과 호텔에서만 주류의 소비가 허용되며, 법적으로 공공 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 없다. 뚜껑을 열었든 닫았든 들고 다니는 것조차 금지다. 징역 최대 6개월 또는 벌금 최대 3,000리얄(약 110만 원)이 부과된다. 길거리에 있는 취객은 "깨어날 수 있는 장소에 임시적으로 머물게"(나세르 카테르 월드컵 조직위원장) 된다.

단 카타르는 월드컵을 위해 주류 소비가 가능한 '팬 존'을 만들어 뒀다. 수도 도하에 4만 명 수용이 가능한 공간에서 버드와이저가 매일 저녁 맥주를 판다. 또 월드컵 기간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전 5시까지 개방하는 '아카디아' 전자음악 공연 장소에서도 술을 계속 마실 수 있게 했다. 2019년 클럽 월드컵을 치를 때도 카타르는 이런 '팬 존'을 운영했다.


경기장서 복장 단정하게?

2019년 5월 카타르 도하의 알자누브 스타디움 개장 기념 경기에서 관객들이 몸을 노출하지 않은 복장을 착용한 채 이동하는 모습. 도하=AP 연합뉴스

카타르는 복장에서도 보수적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카타르 여행자들에게 성별을 막론하고 어깨와 가슴, 배와 무릎은 웬만하면 가리고, 달라붙는 레깅스는 펑퍼짐한 바지나 치마로 가리기를 권장했다. 주로 정부기관이나 의료 보건시설 등 현지인들도 자주 나타나는 일상적인 공공장소에서 제대로 된 복장을 갖추지 못하면 퇴장을 요구받을 수 있다.

다만 카타르의 복장 규제는 때와 장소를 따져서 적용된다.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쇼핑몰 등에서는 이런 규정을 거의 적용하지 않아, 짧은 바지나 치마도 볼 수 있는 편이다. 모유 수유를 하는 것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월드컵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예 웃통을 벗어던지거나 특이한 분장을 한 채 등장하는 응원단은 어느 정도는 복장을 단정하게 할 것을 요청받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애슬레틱은 카타르의 공권력이 경기장에서 복장 통제를 자제할 것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큰 소리와 음은 가능, 카타르 정부·종교 비판은 안돼

아르헨티나 응원단이 월드컵을 앞둔 14일 카타르 도하에서 드럼을 치며 행진하는 모습.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술을 안 마시고 심한 노출을 하지 않으면 '길거리 응원'은 가능할까. 개인이 길거리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음악을 트는 것은 카타르에서 불법이 아니다. 음향의 크기를 제한하는 규정이 존재는 하지만 적용 대상은 기업에 국한된다. 경기장에서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하기 위해 물을 뿌리고, 함성을 지르고, 응원도구로 연주를 하는 것 또한 제재 대상이 아니다.

응원이 과해서 벌어지는 응원단 간의 '폭력 사태'는 어느 나라나 그렇듯 처벌 대상이다. 더 나아가 카타르에서는 공개 장소에서의 모욕이나 쓰레기 투척 등도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단 "정치적인 활동"은 철저하게 통제된다. 카타르 형법에는 "거짓되거나 편향된 소문, 뉴스, 성명, 선전을 게재해 공공 여론을 선동하거나 사회제도 및 국가 공공 제도를 침해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조항이 있다. 처벌은 징역 최대 5년 또는 벌금 최대 10만 리얄(약 3,680만 원)이다. 이 조항의 애매모호성은 사실상 카타르 정치와 법률에 대한 비판을 막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평화로운 시위조차 금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종교 면에서도 이슬람교는 카타르의 국교이기 때문에, 다른 종교로 개종을 시도하거나 이슬람교를 비판하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종교 활동을 벌이는 것 자체가 금지는 아니지만 공개적인 종교 활동은 제한될 수 있다.

카타르와 관계없이, FIFA는 애초에 선수단에게도, 응원단에게도 정치적 메시지를 자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응원단이 들고 들어가는 대형 현수막도 내용은 사전에 국가별 축구 협회나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기장에서 애정표현, '성소수자 상징' 무지개 깃발... 일단은 "허용"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 C조 독일과의 경기에 한쪽 팔에 무지개 완장을 찬 채 출전했다. 잉글랜드는 카타르의 인권 문제를 놓고 FIFA와 신경전을 벌이는 유럽 국가들 중 하나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가장 뜨거웠던 주제 중 하나는 동성 관계가 카타르 내에서 불법이란 점이다. 동성애는 기본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이며 일부는 '전환 치료'를 강제당한다는 보고도 있다. 지난 7일에도 칼리드 살만 카타르 월드컵 홍보대사가 성소수자를 "정신적 손상"이라고 지칭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성소수자들이 월드컵에도 불구하고 카타르 여행을 꺼린다고 밝혔다.

동성뿐 아니라 카타르에서는 기본적으로 혼인 관계가 아닌 사람들 사이의 성관계가 금지다. 최대 징역 7년까지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공공장소에서 '비도덕적' 행위를 할 경우 최대 징역 6개월까지 처벌될 수 있다.

FIFA 측은 일단 월드컵 관람을 위해 카타르에 방문하는 성소수자들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성이든 동성이든 손을 잡고 다니거나 경기장에서 입을 맞추는 것만으로 처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카타르에서 "들고 있는 사람의 안전"을 구실로 압수할 수도 있다고 밝힌 성소수자의 상징 무지개 깃발은 FIFA 규정상 '포용을 위한 메시지'이기 때문에 경기장에 가지고 들어가는 것이 허용된다.

카타르 조직위는 성별과 관계 없이 미혼인 관계라도 커플이 호텔 객실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며, 관광객 개인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따져 묻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올해 5월 북유럽 기자들이 동성 커플을 가장해 FIFA의 공식 호텔 목록에 있는 카타르 호텔 69개에 연락한 결과, 3곳은 예약을 거부했고 20곳은 공개 장소에서 애정 표현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카타르 조직위 대변인은 "이 문제는 월드컵 전에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알고 보면 여행객에 개방적, 그러나...

13일 월드컵을 맞아 카타르 도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전통시장 수크 와키프에 각국의 국기가 장식돼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월드컵뿐 아니라 카타르는 애초에 해외 여행객을 적극 유치하는 국가다. 의상 등에 있어서는 주변의 아랍 국가들보다 비교적 '개방적'인 나라로 꼽히기도 했다. 내부에서 해외 여행객을 상대로 '국가의 관습을 존중해 달라'는 운동 등이 벌어지기는 하지만 강요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올해까지 성소수자로서 카타르 소재 언론 알자지라에서 근무한 앤드류 샤펠은 "10년 이상 카타르에 거주했기 때문에 게이 친구들이 카타르를 방문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샤펠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지적한 진짜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여전히 카타르가 인권 문제로 비판을 받는 것은 권리가 대상에 따라 편향적으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카타르 거주 아랍인인 한 성소수자는 20일 공개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공개적인 활동만 하지 않으면 성소수자로서의 활동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난 특권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살 수 있다고 본다. 노동자 수용소의 게이 남성들도 같은 방식으로 살 순 없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라샤 유네스 선임연구원은 "카타르는 섵소수자 방문객을 환영하고 무지개 깃발을 자유롭게 날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카타르 내 성소수자 거주자의 권리는 여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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