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AI 생태계’ 블록화… “韓은 제조현장 중심 AI로 승부해야”[문화산업포럼 2026]
피지컬AI혁명과 테크노헤게모니… 내일 FKI타워서 포럼 개막
美 글로벌 기술주권·혁신 앞서
中 중앙정부 주도 ‘실행력’ 강점
韓, 제조업 데이터·경험 활용
“독자적 피지컬AI 경쟁력 필요”
AI산업 전성비·가성비 확보戰
“美·日 힘합쳐 中공급망 맞서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무역과 관세를 넘어 인공지능(AI)·반도체·에너지·원자력·광물 공급망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경제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글로벌 질서가 소프트파워 중심에서 AI·반도체·에너지 등 하드파워 경쟁 체제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한국의 생존 전략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재계와 산업계에서는 “한국만의 첨단 산업 생태계와 전략적 통상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하면 장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최근 ‘AI 기반 제조 전환과 기술 자립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중앙정부 주도의 일관된 실무 지침과 방대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통합적 실행 체계 구축에 특화돼 있으며, 미국은 글로벌 기술 패권과 강력한 법적·재정적 수단을 결합한 혁신에 강점이 있으므로 양국의 전략적 강점을 선별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이 기술 주권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력 산업의 고정밀 제조 공정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자산화하고, 정부 부처별 지원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실증 기반의 한국형 제조 인공지능전환(AX) 모델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국내 전략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전문가들은 “첨단 기술과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경쟁이 이미 경제 영역을 넘어 사실상의 지정학 경쟁 단계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인 성윤모 중앙대 석좌교수는 “글로벌 경제는 미·중 패권 경쟁의 격화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규범 중심 글로벌 자유무역의 종언을 고하고 보호무역 확산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 불확실성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은 각자 데이터·인터넷 플랫폼 중심으로 독립 AI 생태계 조성으로 블록화와 확장 경쟁 중으로 한국도 미래 전략산업에 대한 독자 생태계 조성 및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AI 산업 경쟁 구도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글로벌 AI 생태계가 단순 학습 경쟁에서 추론 경쟁으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제는 전력 대비 성능(전성비)과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을 동시에 확보하는 국가가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미국·일본이 공동으로 ‘아시아판 국제반도체연구소’를 구축해 AI 데이터센터용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를 공동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메모리 제조 경쟁력을 가진 한국, AI 모델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역량을 보유한 미국, 패키징·정밀 부품 기술을 가진 일본이 협력해야 중국 중심 공급망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피지컬 AI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제조업 강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AI 모델과 플랫폼 경쟁력을 갖고 있다면, 한국은 반도체·배터리·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제조 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와 생산 경험을 강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안홍준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 본부장은 “AI 경쟁은 이제 모델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컴퓨팅·표준·인재를 아우르는 생태계 경쟁”이라며 “한국의 제조 데이터와 미국의 AI 모델 등을 결합한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 의원연맹이 개최한 정책 세미나에서 “한국은 제조 경쟁력과 AI 역량을 결합한 새로운 성장 공식을 만들어야 한다”며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만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하면 성장 정체가 심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와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이 결합되는 산업 대전환이 시작됐다”며 “정부와 기업, 학계가 함께 장기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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