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억짜리 호박이 있다고?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

지난 2023.09.06 ~ 2023.09.09일 나흘간 진행된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습니다! 무려 7만여 명이 다녀가며 서울에서의 미술 행사를 즐겼는데요, 마지막 날까지도 현장 티켓이 매진되며 관람객들의 줄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열렬한 반응 속에 프리즈 서울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들은 한국 미술 시장이 크게 성장했음은 물론 한국 컬렉터들의 식견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하네요.

서울 시민 중 한 명으로서 괜히 어깨가 으쓱합니다..★

인파로 북적이던 현장
2023 프리즈 서울에서 최고가로 팔린 작품
쿠사마 야요이, <붉은 신의 호박>, 사진 서울경제

그 열기를 증명하듯 올해 프리즈에서도 많은 작품들이 엄청난 판매가를 올리며 판매되었는데요, 놀랍게도 6일 바로 첫날 쿠사마 야요이의 ‘붉은 신의 호박’ 회화 작품이 최고가인 580만 달러(약 77억 3000만 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주인을 찾아갔다고 합니다. 특히나 이 작품은 한국 고객에게 팔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 핫한 소식 덕분일까요,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는 그녀의 호박을 구경하는 관람객들로 북적였는데요. 이번 2023 프리즈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쿠사마 야요이, 그녀의 호박은 어떤 매력으로 이번 프리즈 관람객들을 홀린 걸까요?

쿠사마 야요이 Kusama Yayoi
쿠사마 야요이, ⓒ Ota Fine Arts, Victoria Miro and David Zwirner

우리를 둘러싼 세상의 모든 조형물은 점, 선, 면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중에서도 점. 도트를 인식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언뜻 보면 모두 선과 면으로 보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에서는 도트가 강렬하게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녀에게 있어 도트란 트레이드 마크이자 그녀의 자기 치유를 위한 예술 그 자체죠. 도트를 향한 강박은 그녀의 유년기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유년기는 다소 불행했습니다. 아버지는 외도를 했으며,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외면 속에서 그녀를 강압적이고, 통제적으로 양육했죠. 그러한 어머니의 훈육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쿠사마는 집안의 빨간 꽃무늬 식탁보를 멍하니 응시했고, 그 잔상은 어느덧 강박적 충동과 환각으로 발현하여 그녀를 잠식했다고 합니다. 10살 때 최초로 둥근 점들이 몸을 뒤덮는 환각을 겪고, 그 이후부터 쿠사마의 도트를 향한 강박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도트무늬를 통해 우리 자신을 잊어버려야만 한다. (Foster et al., 2005/2007, p.502)

그러나 쿠사마 야요이는 이러한 환각에 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강박을 작품으로 녹여냈습니다. 자신의 내면세계를 뒤덮은 점을 작품으로 끄집어내와 도트 패턴으로 반복함으로써 내면세계의 공포를 예술로 승화시켰죠.

어쩌면 경쾌하기까지 한 그녀의 도트 무늬는 예술계 뿐만 아니라 패션계까지도 매료시켰는데요 올해 2023년 초에는 2012년 이후 11년 만에 루이비통과 다시 한번 협업해 루이비통의 대표적인 클래식 아이템들을 재해석하며 사랑받기도 했었죠.

쿠사마 야요이의 페인티드 도트 이미지가 새겨진 루이비통 백, 사진 루이비통
그녀의 호박을 향한 사랑은 계속된다

그리고 이번 프리즈 서울 2023에서는 입체적인 호박 조형 작품으로 그녀의 여전한 호박과 도트를 향한 사랑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David Zwirner 데이비드 즈워너 갤러리 Booth B9, 트레이드 마크 호박

점은 그 자체로는 정적이지만 쿠사마의 호박 위에서는 다릅니다. 호박의 굴곡을 따라 패턴화되고 변화하는 도트는 흐름과 움직임을 만들어냅니다. 관람자 역시 수동적으로 호박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 따라 능동적으로 작품을 관람하게 되죠. 쿠사마 야요이의 내면을 보여주는 호박,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호박을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사흘간 서울을 들썩이게 했던 2023 키아프 & 프리즈서울의 마무리. 그중 가장 핫했던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렇듯 예술작품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었던 요소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일깨워 주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국내에는 쿠사마 야요이처럼 점의 변화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작가가 또 누가 있을까요? 2023 키아프(Kiaf SEOUL)과 프리즈(Frieze SEOUL)에 출품했던 오픈갤러리 소속 작가님의 작품을 단독 소개하니 주목해주세요.

오픈갤러리 엘리양 작가
키아프 서울(kiaf SEOUL) 엘리양 작가

엘리양 작가님은 이번 키아프 서울에 다양한 작품을 출품하고 관람자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는데요! 작가는 점을 찍으며 집중되는 형태를 만들면서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어낸다고 하는데, 점의 의미는 '찰나'이며 점을 찍는 행위로써 현재를 느끼고 생각하는 자신만의 통로로 삼는다고 합니다. 인간은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서로 연결되고 서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설명하며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이 알고자 하는 깨달음, 목표를 나타냅니다.

오픈갤러리 박예지나 작가

박예지나 작가의 작업은 “수집”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수집의 대상은 바로 산과 바다 근처, 그리고 개울가 등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이며, 여기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자연스레 반영되어 있습니다. 그것의 조용하고 깊이 있는 호흡을 느끼며 함께 교감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작가는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풀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단순한 배열과 평면적 구성은 시각적인 편안함을 제공하며 느리고 긴 호흡으로 자연을 관조하는 작가의 담담한 자연관을 대변합니다.

오늘도 무심결에 우리 주변의 점을 스쳐 지나가진 않으셨나요? 잘 살펴보면 작은 점 하나에도 그 안에 저마다의 무한한 우주를 품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픈 갤러리와 함께 익숙했던 풍경 속 놓쳤던 작은 점 하나를 발견해 보시는 경험을 해보시길 바라며,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오직 오픈갤러리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는 이벤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