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여행업계 ‘내란 사태 불똥’

“안전 못믿어” 외국인 여행객 예약 취소·축소 잇따라정국 불안정 장기화 땐 업계 뿌리째 흔들릴까 걱정

/클립아트코리아

12·3 비상계엄 여파로 광주·전남 여행업계가 위축되고 있다.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한국이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돼 광주·전남 방문을 앞둔 외국인 여행객들의 예약이 축소·취소 되고 있다.

18일 광주·전남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상황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던 외국인 여행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비상계엄 소식이 외국에 알려지면서 광주·전남 여행을 앞뒀던 외국인들이 안전 문제를 이유로 여행을 미루거나 취소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광주지역 여행상품을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인바운드 여행사인 A사도 수천만원의 피해를 봤다.

A사는 광주관광공사가 선정한 업체이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의 안전을 믿지 못해 예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비상계엄 선포 이후 외국인 대학생 20명과 광주비엔날레 패션쇼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카자흐스탄 참가팀 1곳이 계약을 취소했다.

A업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이 한국 상황이 너무 위험한 것 같다며 철회했다”면서 “여행사에서 마네킹과 진열대, 모델 섭외까지 마친 상태였지만 출국 직전에 패션쇼 참가를 포기해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 있는 광주남해관광에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국 여행을 앞둔 외국인 여행객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일본의 BTS(방탄소년단) 팬들은 지난 10일 한국 입국에 앞서 “한국은 지금 안전한 상황이냐”며 불안감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여행사 관계자가 “안심해도 된다”고 몇번을 되풀이 해서 당부하고서야 이들은 한국 땅에 발을 디뎠다.

하태균 광주남해관광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외국인 관광객이 끊겨 폐업위기까지 갔을 만큼 외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적지 않다”며 “최근 무안공항 신규 취항과 여행사 상품 개발 등으로 상황이 나아지고 있었지만 계엄 선포 이후에는 2월 서울 패키지 여행 예약이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여행사 측에서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은 안전한 상황이니 안심하고 여행하시라’는 공문을 보여주면서까지 설득했지만 여행객들의 공포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모양새다.

여행사 관계자는 “12월은 비수기라 계약 한 건이 아쉬운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하다”면서 “내년 3월 중 한국을 찾기로 한 여행객들도 계속해서 한국의 안위를 물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지역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하루빨리 정국이 안정화되지 않으면 여행업체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코로나 19 당시 여행사 무더기 폐업 사태에서 겨우 살아남았으나 또다시 위기가 찾아오면 버틸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이정헌 오리온 플래닛 대표는 “비수기라 당장의 손해는 크지 않지만 내년 초 여행 상품 설계 논의 자체가 중단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한숨을 쉬었다.

중국·일본·태국 등의 업체와 내년도 개최될 예정인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대인시장 남도달밤야시장 관광상품 개발을 논의하고 있었지만 계엄 선포 이후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상품 개발과 관광객 모집은 사전에 이뤄져야 하는데 논의 자체가 미뤄지면서 수개월 간 여행상품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경기 악화로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이라도 유치해야 하는데 계엄과 탄핵 여파로 이마저도 어려울 것 같아 업계 내에서 우려가 크다”며 “코로나 시국을 겨우 버틴 업체들이 이번 위기로 뿌리째 흔들릴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광주 #전남 #비상계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