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할 수 없는 킹캉의 뜬금없는 이벤트

사진 제공 = OSEN

“3개월이면 KBO 골든글러브 가능”

“어제 전날까지만 해도 좀 괜찮았는데, 살짝 긴장되는 감이 좀 없지 않아 있습니다.”

24일 업로드 됐다. 유튜브 채널 <강정호_King Kang>의 영상이다. 오프닝 멘트가 심상치 않다. 제목을 보면 이해가 된다.

‘킹캉 다저스 가나? MLB 트라이아웃 현장.’ 이렇게 거창한 타이틀이 달렸다.

올 3월부터 이뤄진 프로젝트다. 채널 주인의 Q&A에서 비롯됐다.

한 구독자의 질문이다. “킹캉 님이 3개월의 준비기간을 가지고 현역으로 복귀하면 본인이 예상하는 타격성적은 어떻게 되나요?? KBO, MLB, NPB 기준 // 출장 경기수, 타율, 홈런, OPS 등등.”

답변이 호기롭다.

“3개월 준비하고 KBO를 간다고 했을 때, 3루수로 복귀한다고 할게요. 아, 김도영이 있구나. 유격수로 복귀하겠습니다. 유격수로 복귀해서 골든글러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어 메이저리그에 대한 생각을 밝힌다.

“사실 (자신이 운영 중인 아카데미) 코치들과 얘기를 한번 해봤어요.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을 한번 해볼까?’ 했더니, ‘예?’라며 놀라더라구요. 그래서 커뮤니티에 한번 올려 볼게요. 찬성 70%가 넘으면 제가 도전을 다시 한번 해볼게요. 진지하게.”

반응은 뜨거웠다. 응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역시 설문 결과는 압도적이다. 2만 9000명 이상이 참여해 92%가 찬성했다.

그렇게 일이 커졌다.

유튜브 채널 <강정호_King Kang>

92%가 찬성한 ‘도전’

그리고 8개월이 지났다. 예정된 날짜에 하필이면 비가 내린다. 일주일이 연기됐다. 덕분에 긴장감은 더 높아진다.

수능 1교시는 타격이다. 가벼운 토스 배팅으로 시작된다. 다음 프리 배팅으로 이어진다. 홈런 레이스 비슷하다. 치기 좋게 던져준 공을 때려내는 과정이다.

영상에는 타구의 비거리가 자세히 담기지 않았다. 대신 자막으로 처리된다. 이런 식이다. ‘세 번째 만에 담장을 넘겼다.’ ‘이후로도 계속된 장타와 홈런.’ ‘이제 남은 공 하나. 홈런으로 마무리된 타격 평가(세션).’

2교시는 수비다. 그라운드에 빗물이 고였다. 때문에 위치는 앞쪽으로 나온다. 3루수나 유격수 자리로 봐야 할 지점에서 이뤄진다. 땅볼을 잡아서, 던지는 동작까지 순조롭다. 펑고의 강도는 강하지 않다. 느린 편이라고 봐야 한다.

심화 과정도 나온다. 6-4-3 더블 플레이 시연이다. 타구를 잡아서 2루수에게 토스하는 장면이다. 어색함은 보이지 않는다. 어쨌든 영상에서는 그렇게 나타난다.
이윽고 전체 일정이 끝난다. 수험생은 이런 멘트를 남겼다.

“조금 아쉽지만,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 것 같습니다. BP(타격 연습)도 나름 괜찮았고, 센터, 라이트, 레프트 다 넘어가는 타구도 많이 나왔고….”

아쉬운 부분에 대한 설명이다.

“히팅 파트 쪽에서 마지막에 힘이 조금 떨어졌어요. 최대한 천천히 쳤고, 수비도 혼자 하려니까 힘들기는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잘했던 것 같아요. 결과는 하늘에 맡기겠습니다.”

유튜브 채널 <강정호_King Kang>

45세 리치 힐의 방식

올 7월이다. 특별한 뉴스가 전해진다. 마이너리그 투수 하나가 콜업됐다. 리치 힐이다.

한때는 류현진의 동료(2016~2019년, 다저스)였다. 그때도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현역이다. 45세의 나이로 다시 MLB 마운드에 선 것이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선발로 돌아왔다. 첫 경기는 5이닝 3실점(1자책)으로 무난했다. 다음 경기는 4이닝 4실점으로 마쳤다. 다음날 DFA(방출 대기)로 공시된다. 이후 FA로 풀렸다.

이곳은 그의 14번째 팀이다.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이다. 21시즌 동안 참 많이도 옮겨 다녔다.

누군가 물었다. ‘이제껏 입었던 팀의 유니폼을 다 모아 놓았냐?’ 깜짝 놀란 대답은 이렇다. “응? 그건 너무 많다. 상상도 어렵다. 그냥 모자 정도는 거의 다 보관하고 있다.”

그의 열정은 아무도 못 말린다. 작년 가을이다. 뉴스를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인다. 휴대전화를 들고 친구 목록을 검색한다. 그리고 다짜고짜 통화 버튼을 누른다.

“이봐, 잘 지내? 나 기억하지?”

“어? 어~, 그럼 기억하지. 어쩐 일이야?”

“다른 게 아니고 말이야. 내가 거기서 할 게 없을까?”

상대는 라트로이 호킨스라는 사람이다. 당시는 프리미어12 미국 대표팀 코치다. 대회를 앞둔 시점이었다. 44세의 백수가 뽑아 달라는 청탁을 넣는 장면이다.

“한번 써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논의 끝에 결국 선발됐다. 활약상이 눈부시다. 1라운드 3경기를 잘 던졌다. 푸에르토리코, 멕시코, 일본을 상대로 등판했다. 합계 10.1이닝을 1실점(비자책)으로 막아냈다.

본선에서 또 일본전을 맡았다. 이 때도 호투했다. 4이닝 무실점, 무사사구, 탈삼진 5개를 기록했다.

그의 꿈은 원대하다. “사실은 LA에서 열리는 올림픽(2028년)에도 나가고 싶다. 그 얘기를 했더니 와이프가 웃더라. ‘코치로 뛰는 게 나을 것’이라며 한사코 말리더라.” 3년 뒤에는 48세다.

팀 USA 공식 SNS

독립 리그도 마다하지 않은 간절함

‘도전’은 위대하다. 리치 힐의 경우가 그렇다.

이유가 있다. 레벨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대도 꺼릴 게 없다. 공을 던질 곳이 있다면. 그래서 더 높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다면. 그런 기회가 된다면. 그는 멈추지 않는다.

MLB 14개 팀은 경력의 일부일 뿐이다. 더 대단한 이력은 따로 있다. 마이너리그는 모든 단계를 섭렵했다. 루키부터 A, AA, AAA까지 안 겪은 레벨이 없다. 젊었을 때만이 아니다. 40세를 넘겨서도 여전하다.

이리저리 30개 넘는 도시를 옮겨 다녔다. 심지어 독립 리그도 마다하지 않았다. 멀리 베네수엘라 리그에서도 뛰었다. 32세 때인 2012년에는 소속이 5번이나 바뀐 적도 있다.

방출? 해고? 이미 수없이 겪어봤다. 그 따위가 의지를 꺾을 수 없다.

“사람들이 그러더라. 나보고 잘 참고, 잘 견딘다고. 하지만 아니다. 난 포기하지 않을 뿐이다. 그냥 묵묵히 내 일을 한다. 그럼 현실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반면 킹캉의 경우는 다르다.

2019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가 마지막이다. 이후로는 이력은 완전히 단절됐다. 선수로 뛴 경력이 전혀 없다. 마이너리그, 혹은 독립리그를 거치며 생명력을 이어가려는 어떤 시도도 알려지지 않았다.

딱 한 번 있다. 직전까지 갔다. 2022년이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로 간다는 얘기가 돌았다. 하지만 KBO의 승인을 얻지 못했다. 결국 무산됐다. 그게 전부다.

이후로는 야구 아카데미 일에 전념했다. 여기에 유튜브 채널로 야구와 끈을 유지한다. 그러나 플레이어로는 6년째 공백 상태다. 1~2년도 극복이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게다가 내년이면 39세가 된다.

스카우트라는 사람들과 얘기 중인 강정호. 유튜브 채널 <강정호_King Kang>

설득력이 부족한 ‘이벤트’

이날 트라이아웃에는 2명의 외부인이 있었다. 채널 주인은 ‘스카우트’라고 밝혔다. “한 명은 다저스에서 왔고, 다른 한 명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사실 이 부분도 석연치 않다. 이름은커녕 (어디 담당이라는) 직함조차 나오지 않는다. 명색이 쇼케이스 아닌가. 어디서 왔는지. 누군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다른 한 명이) 어느 팀에서 온 사람인지 모른다는 것도 얼핏 납득되지 않는다.

하다 못해 영상에는 이들의 소감 한마디도 없다. 오히려 드러나는 것을 꺼린다는 느낌이다. 영문 모를 자막이 뜬다.

‘스카우트 측 요청으로 촬영은 원거리에서만 진행됐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덕분에 훈련 장면은 아련한 풀샷으로만 이뤄졌다.

물론 갈채를 보내는 팬도 있다. 늦은 나이에 어려운 결심을 했다는 존중이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객관적인 설득력이 너무 부족하다. 일단 6년이라는 시간이다. 그동안 현역 연장을 위한 어떤 시도와 노력이 있었는가.

비단 리치 힐만이 아니다. 꽤 많은 전직 빅리거들이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독립리그도 마다하지 않는 의지를 불태운다. 멀고, 고단한 중남미 리그에서도 선뜻 플레이한다.

그러나 킹캉은 아니다. 그런 이력이 전혀 없다. 아니. 이런 식의 어떤 시도도 알려진 게 없다.

‘경기장에서의 희열을 잊지 못해 시작한 도전.’ 이것이 이번 트라이아웃에 대한 명분이다.

그런데 진정 그 말이 맞는지. 혹시 이것조차도 하나의 유튜브 꼭지가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그래서 더 공감이 어렵다. 과연 절실함, 간절함이란 게 있었나. 그냥 ‘뜬금없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그런 느낌이다.

사진 제공 = OSEN